쑥쑥몰
>
컨츄리꼬꼬님의 시골의사 이야기
- 환자가 무서워요 (2), '내 환자는 일당 백' -
1999.12.13.
환자 한명 보기가 서울에서 열명 스무명 상대하는 것만큼 힘들기는 B면 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공보의 첫해 있던 보건의료원에서 나는 하루 70-100명의 외래, 입원환자 10-15명을 항상 가지고 있던 의사였읍니다. 레지던트는 물론 없는 곳이었읍니다. 내가 자초한 짓이긴 했지만, 난 그렇게 힘들 줄은 정말 모르고 일을 시작했었읍니다. 그 때의 피로와 psychic trauma 가 이제야 거의 다 풀려 갈 정도니까요. 도대체 그 곳엔 어떤 일당 백의 강적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의 이야기는 무한(無限)설명 요구형.
증례1
60대 남자 환자가 상복부 통증을 주소로 내원, 위 내시경 결과, 소화성 궤양이 발견되었다.
컨츄리꼬꼬 : 위궤양입니다.
환자 : 그게 뭔듀?
컨츄리꼬꼬 : 위가 헐어서 푹 패였습니다. 이렇게...
(찍은 사진을 보여 준다.)
환자 : (걱정스러운 듯) 어떻게 되는 거유?
컨츄리꼬꼬 : 두달간 궤양약 드시면 낫습니다.
환자 : 정말이유? 암은 아니유?
컨츄리꼬꼬 : 암일지도 몰라서 조직검사는 해 두었습니다. 그러나
눈으로 보기에, 모양은 암 아닐 것 같아요. 검사결과는
1주일 뒤 오셔서 결과 확인하세요.
환자 : (긴장한 표정) 암이면 어떻게 되는 거유?
컨츄리꼬꼬 : 수술할 수 있는지 조사해서 할 수 있으면 수술해야지요.
환자 : 수술 안하면요?
컨츄리꼬꼬 : 완치는 불가능하고 언젠가 위암으로 죽습니다.
환자 : (창백해져서) 얼마나 살 수 있을 ...
컨츄리꼬꼬 : (환자 phase에 말려들었다고 후회하며 말을 끊는다)
제가 암이라고 안 했지요? 아닐 것 같으니까 궤양 약
잘드시고 다음 주에 오세요.
환자 : 그류, 고마워유.
이후 다음 환자 수명 진료 중 전화벨이 울린다.
컨츄리꼬꼬 : 여보세요.
여인 : 여보수? 내과 원장님이유? 여기 **리 ooo씨 집인듀 오늘
내시경 검사했다는디 이 양반이 갔다와서 아무 말도
없어서 그런디, 결과가 어떠유? 나쁜감유?
컨츄리꼬꼬 : 아까 다 말씀드렸어요.
여인 : 근디 당체 말을 않고 있어유. 나쁜 병인가보쥬? 나쁘면
나쁘다고 속 시원히 말해줘유. 괜찮은께. 숨기지 말고...
컨츄리꼬꼬 : ... 위궤양이고요 정확한 결과는 다음 주에 나옵니다.
여인 : 나쁜 병은 아니지유?
컨츄리꼬꼬 : 예.
여인 : 약 쓰면 낫지유?
컨츄리꼬꼬 : 약 드시면 나을 겁니다. 두달 간요.
여인 : 아이구. 고마워유. 찰칵.
다음 환자 진료 중 약 10-20분 뒤 다시 전화
컨츄리꼬꼬 : 여보세요.
남성 : 아, 수고하십니다. 저 여기는 인천인데요. 오늘 좀 전에
내시경 검사한 ooo씨 아들되는 사람입니다. 결과가 어떤지
상담을 좀 하고 싶어서 이렇게 전화드렸습니다.
컨츄리꼬꼬 : (슬슬 화나기 시작) 환자분과 부인께 자세에에하게 설명
드렸는데요...
남성 : 노인 분들이라 잘 이해를 못하시더라고요. 제가 장남이니까
한번 다시 말씀해 주셨으면 하고요...
컨츄리꼬꼬 : (앵무새가 되었다.)
남성 : 네, 고맙습니다. 수고하십시오.
다시 중단되었던 진료 재개.
얼마 뒤, 다시 전화.
컨츄리꼬꼬 : 여보세요.
여인 : 거기 내과인가요? (아까 보다는 젋은 목소리)
컨츄리꼬꼬 : 네.
여인 : 실례지만 누구시죠?
컨츄리꼬꼬 : (황다앙..) 내과 과장입니다.
여인 : 아까 내시경 검사한 ooo씨 결과 좀 알 수 있을까요?
컨츄리꼬꼬 : (이를 악물고 참으며) 실례지만 누구시죠?
여인 : 서울 사는 딸인데요.
컨츄리꼬꼬 : ...(잠시 생각) 실례지만 형제가 어떻게 되세요?
여인 : (머뭇) 5남매인데요.
컨츄리꼬꼬 : (5남매면 아직도 몇번 얘기해야할까?) 아까 장남이라는
분에게 설명을 자세에에에하게 드렸으니까 같이 말씀
나누어 보세요.
여인 : 그냥 한번 다시 말씀 해 주시면 안 될까요?
컨츄리꼬꼬 : 지금 환자가 많이 밀려서요..
여인 : 잠깐이면 되는데, 위가 어떻다는.
컨츄리꼬꼬 : 죄송합니다.(찰칵)
그 환자는 1주일 뒤 다시 오지 않았고 딸이 서울로 모시고 올라갔다. 나는 서울대 병원 외래 각방에 전화기가 없는 이유를 그 때 처음 알았다.
| [일반]일당 백~ 이야기... (그냥 쉬어가시라구...^^) |
|---|
|
글쓴이 쮸~^^ 등록일 2001-09-19 00:17 조회수 1,322 |
쑥쑥닷컴 - 파일 다운로드
파일을 다운로드 합니다.
댓글 남기기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
[일반] 일당 백~ 이야기... (그냥 쉬어가시라구...^^)
깐돌엄마님! 배고픈 애벌레 테잎속지여요!
최신
이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