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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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오늘은 영 점심 메뉴가 형편 없군요. 어제는 냉방병에 걸렸는지 눈탱이가 시큰거리고 어질어질해서 밤 9시 부턴가 잤습니다(사무실 바로 제 옆자리에 에어컨이 있거든요). 승호가 새로 산 파일드라몬 디지몬 인형을 들고 침대에 누워있는 저에게 오길래 오늘은 아빠가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못 놀아주겠다고 했더니 승호 눈시울이 벌개집니다. 대신 내일 많이 놀아주겠다고 했더니 금방 입에 미소가 번집니다. 승호가 오늘 어린이 뮤지컬 보러 어린이 대공원에 간다고 했는데 솔직히 어디 간다고 하면 걱정됩니다.
그리고, 쑥쑥에 올라와 있는 다른 글들에 비해 제가 쓰는 글은 부족함이 많습니다. 영어 공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차라리 영어 보다는 수학이 저에게 더 편하고 쉽습니다). 그래서 이 게시판의 성격에 제 글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갑니다(그냥 생활 이야기 같은 게시판이 더 맞는 것 같아요). 변명 같지만 절대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이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습니다. 그저, 퇴근하고 돌아와서 영어 공부 준비가 잘 안된 아빠가 아들과 놀면서 했던 최소한의 영어 공부에 대해 주절주절 적은 것이 제 글입니다. 그 점 이해해 주실거죠? 그럼 오늘 이야기 시작합니다.
세발 자전거 타고 두 번째로 아파트 주차장에 산책 나갔을 때 일입니다.
승호는 자전거 안장에 앉아 제대로 자전거를 타다가도 가끔씩 일어나 마치 킥보드를 타는 것처럼 자전거를 타기도 합니다.
이렇게 주중에 승호랑 밖으로 자전거 타러 나가는 시각은 대체로 저녁 식사 하고 나서입니다. 대충 밤 9시가 조금 못된 시각이니까 벌써 밖은 깜깜합니다. 요즘 가을이라 하늘이 맑지요? 아파트 주차장에 나가 서면 밝은 별이 먼저 보입니다.
"Look at the star!"
처음 나왔을 때는 못 알아듣던 승호가 이제 별이 빛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쳐다 봅니다.
"별이 빛나지?"(이 말도 영어로 하고 싶었는데 안 나오더군요. 흑흑..)
"엉.."
승호는 이내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고 근처 보도에 주저 앉은 저는 틈만 나면 되지도 않는 영어를 주절댑니다. 한번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집 없는 고양이가 휙 하고 지나갑니다. 겁이 너무나 많은 승호는 은근슬쩍 제 곁으로 다가옵니다. 자전거를 끌고요..
"난 고양이가 싫어!" 하고 승호가 내뱉습니다. 또 다시 기회입니다.
"I don't like cats"
"승호야.. 네가 고양이가 싫다고 했지? I don't like cats"
승호가 따라 합니다.
"I don't like cats"
제가 조금 더 욕심을 냈습니다.
"I like cats"
"승호야.. 이건 '나는 고양이가 좋아요' 하는 뜻이야.. 잘 구별해야 돼"
말은 했지만 승호에게 아직 영어의 긍/부정문은 버거운 개념이기 때문에 기억하기를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나중에 또 나올 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야기 해준 것입니다.
사실, 승호랑 영어를 공부하면서 한국어로 뜻을 말해주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말을 안해주면 승호가 답답해하는 것 같고 따라서 교육적으로 효과가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승호는 말을 할 줄 모르는 baby가 아니기 때문이지요. 아니 그 이상으로 승호의 우리말 구사는 거의 완벽합니다. 자기 또래의 여자 아이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습니다. 저희 부부가 승호를 수다쟁이로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말이 많기도 합니다. 하여간 더 지켜보아야 겠습니다(경험 있으신 분의 조언 부탁합니다).
자전거를 신나게 타던 승호가 말합니다.
"아빠.. 내가 영어 해줄게 들어봐.."
이게 웬 일입니까? 자기가 먼저 영어로 말하겠답니다. "그래.. 빨리 해봐" 했지요.
승호가 주차되어 있던 차를 보면서 이야기를 합니다.
".. 레간자"
"응? 승호야? 뭐라고? 레간자 라고 했니?"
"아니~~ 잘 들어 봐"
"It's a Leganza" (레간자 철자가 맞나요?)
"Oh.. Good. you're right!"
앞의 제 글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아직
"It is 뭐뭐뭐" 표현을 가르쳐 준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승호가 그 표현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승호야.. 아빤 그걸 가르쳐준 적이 없는데 어린이집에서 배웠니?"
"응"
그렇습니다. 승호는 그 표현을 어린이집에서 배웠던 것이고, 차에 대해 멋지게 적용을 한 것입니다. 승호가 고유명사 앞에 관사를 붙이던 안붙이던 그것을 문제삼기에는 아직 시기상조 같구요. 적당한 때가 되면 가르쳐 주겠습니다. 아마도 어린이집에서 "It's a toy" 하는 식으로 배웠겠지요.
몇 번만 더 자동차 이름 알아 맞추기 놀이를 하면 승호는
"What's this?"
"It's 뭐뭐뭐"
"This is 뭐뭐뭐" 하는 식의 표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 같습니다.
여기 오시는 엄마, 아빠들은 물론 잘 알고 계시겠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대상을 가지고 위의 표현들을 공부해 보세요. 아이도 즐거워하고 그만큼 교육 효과도 높으리라 기대됩니다.
승호 아빠 ([email protected])
(승호는 97년 3월생 남자아이입니다)
덧붙임) 승호가 자동차 이름을 물으면서 자동차 뒤에 글자가 뭐라고 쓰여 있는지 묻더군요. 예를 들어 Sonata였을 때 쏘나타라고 읽어 주면 왜 글자가 세 글자가 아니고 여섯 글자냐고 묻더군요. 전 영어로 쓰여 있기 때문이고 영어는 한글과 다르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러자, 승호가 그러더군요, 왜, 우리나라 찬데 영어로 써 있냐고요.. 허허.. 제법 날카로운 질문입니다. 제가 뭐라고 했겠습니까? 우리나라에서 만든 차지만 세계 여러 나라에도 팔기 때문에 다 알아 볼 수 있게 영어로 썼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제대로 답변했나요? 아무튼 그 후에도 그럼 차를 배에 태워서 외국에 보내냐로 시작해서 끝도 없는 질문들이 이어졌습니다. 아이랑 노는 일은 정말 피곤합니다.
| [36개월 이후]아들과 함께 영어를 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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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승호아빠 등록일 2001-09-19 12:40 조회수 1,5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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