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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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쑥쑥에 올리려고 미리 적어놓았던 글을 오늘 올립니다.
얼마전 올라왔던 김형란님의 꼴찌한 아이 이야기와 요 밑에 윤형맘님의 아이에 대한 조바심을 버리라는 글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서요.
계단 아시죠..
계단이 어떻게 생겼나요?
평평한 면이 있고 그 끝에는 수직으로 서있는 벽이 있습니다. 그 벽을 타고 올라가면 또 평평한 면이 있고 다시 그 끝에는 수직으로 서있는 면이 있습니다.
공원에 있는 넓은 계단 아시나요? 로마의 스페인 광장에 있는 계단 아시죠?
그 계단은 평평한 면이 굉장히 넓지요. 반면 수직으로 서있는 벽은 대체로 높지 않습니다. 이러다보니 편안한 느낌을 주고요, 공원과 같이 여러 사람이 오르내리는 경사가 완만한 곳에 주로 이런 계단들이 만들어집니다.
우리가 사는 아파트 계단은 어떤가요?
그 계단은 평평한 면이 굉장히 좁지요. 반면 수직으로 서있는 벽은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아무래도 편안한 느낌을 주지 못하지요. 경사도 심하구요. 바쁜 사람들은 두칸씩 마구 뛰어넘기도 합니다.
변증법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고 하지요.
'양적 축적이 질적 변환을 끌어낸다'
아이들이 뭔가를 배우고 성과를 보이는 과정은 꼭 계단을 닮았습니다. 계단 함수(step function)의 모양을 따른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진폭(계단의 높이와 관련 있구요)이나 진동수(수평면의 넓이와 관련 있지요)는 제 각각이지요.
계속 배우는데도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즉, 아이가 계단의 평평한 면에 계속해서 머물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많은 부모들은 이런 아이들을 보면서 조바심을 내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괴롭히기 시작하지요.
반면, 어떤 아이들은 평평한 면이 좁은지 금방 성과를 내기도 합니다. 더 뛰어난 아이들은 아예 두 계단씩 뛰어 넘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부모가 기다릴 줄 모르면 공원 계단과 같은 발전을 보이는 아이들은 좌절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평평한 면을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벽을 뛰어넘기 위해 힘을 기르고 있는 것입니다. 조금만 더 가면, 조금만 더 양적 축적이 이루어지면 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상황입니다.
영어 공부 생각해보세요.
아무리 공부해도 안되는 것 같아 많은 사람들이 중도 포기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해보자 하고 꾸준히 한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정말 어이없게도 귀가 뻥 뚫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감격의 순간이지요).
아이들이 우리말 배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태어난 후 오랜 기간동안 무수히 많은 말들을 들으면서 축적을 해오다가 어느 날 "엄마.." 하고 내뱉는 질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 기간이 아이 마다 다 다르다는 것은 잘 아시죠..
대체로 부모들은 아이가 공부 잘 하기를 바랍니다. 공부 잘 해서 나쁠 것 없습니다. 아니 공부 잘 하면 좋은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초기에 남 보다 조금 늦을 수가 있습니다. 성과가 잘 안보일 수 있다는 말씀이지요. 유아, 초등학교, 중학교, 아이에 따라서는 때로는 고등학교 때까지 성과에만 너무 집착하면 안되리라 생각합니다. 뭔가를 배우는 자세, 문제를 탐구하고 풀어나가는 자세를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질적 변환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전체 생애의 관점에서 보면 지수함수 형태로 아이가 성과를 보일 것입니다(이거 그림을 그릴 수 없어서 계단함수랑 지수함수 모양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지수함수는 기울기가 없이 거의 평행선을 이루던 선이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갑자기 쭉 뻗어 올라가는 모양입니다).
조기 교육을 하더라도 제대로 된 목표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저 남들보다 빨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정말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안정한 아파트 계단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물리학자 아인슈타인, 축구의 황선홍이나 야구의 박찬호는 모두 청소년기까지 올바른 방향으로 양적 축적을 해 온 경우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과는 그 후에 빛을 발하였지요.
저랑 승호 엄마 모두 굉장히 성격이 급한 편입니다. 승호도 저희들을 닮았는지 엄청 성격이 급합니다. 그래서인지 승호는 자기 맘대로 안되는 것이 있을 때 급한 마음에 쉽게 포기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걸 굉장히 걱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승호가 태어났을 때 저의 급한 성격을 알기에 이런 결심을 했었습니다.
'승호가 늦더라도 절대 조바심 갖지 말자... 승호가 계속 평면을 열심히 걸어가게 기회를 부여하자.. 편법을 가르치지 말자. 옆에서 격려하면서 배우고 익히는 자세를 가르치자.. 그러다 보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공원 계단이 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결심대로 행하기가 쉽지는 않네요.
오늘은 step function을 빼면 영어 한마디 없군요.
승호 아빠 : [email protected]
(승호는 97년 3월생 남자아이로 01년 9월초부터 집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 [36개월 이후]아이에 대한 조바심 그리고 계단함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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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승호아빠 등록일 2001-09-26 08:03 조회수 1,3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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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 이후] 아이에 대한 조바심 그리고 계단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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