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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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제가 저자신의 글을 쓰면서, 엄마인 나 자신의 제한되고 극히 한계가 있는 지식과 경험으로, 그것이 다인 것으로 착각하면서 우리 아이들의 삶을 망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적이 있었습니다.
정말 세상은 넓고, 사람들의 사는 모습은 다양하며, 훌륭한 사람, 인격을 정의하는 폭도 자로 재어 규정할 수 없을 만큼 무궁무진하고 다양합니다.
저는 한국을 많이 사랑하며, 한국에서 자랐고, 한국을 매일 가슴 쓰리도록 그리며, 내 아이들을 한국인으로 키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밴쿠버에 사는 한국인 아줌마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삼십년이 넘게 살았고, 그 안에서도 우물안 개구리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놓아진 돌다리가 세상 전체인 줄 알고, 그 돌다리만 밟고 살아 왔습니다. 더 큰 세상, 더 큰 지식, 더 큰 생각들을 간접적으로도 경험하지 못하고...그러면서도, 정석으로 살아 왔다고, 이만하면 그래도 한국 어디에 가도 중간은 충분히 된다고 내 자신을 돌다리 수준의 잣대로 재어 매일 평가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해 조금 쳐지면 불안해 하고, 조금 나은것 같으면 우쭐해 하거나, 안도의 숨을 쉬면서 살아 왔지요.
그리고 7년 전 캐나다로 이민을 왔을 때, 단지 언어 뿐만이 아니라(언어 하나만으로도 문화충격의 큰 부분이 되기에 충분했건만..) 캐나다의 문화, 그리고 수많은 나라에서 이민온 이민자들의 본토문화와 언어 등에 압도되어,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많이 힘들기도 했고, 하나씩 배우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수많은 상이점 가운데, 정말 많은 공통점도 발견하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언어, 종교, 문화, 생김새와 피부색은 다르지만, 사랑이 있고, 정이 있고, 슬픔과 외로움과 분노를 똑같이 느끼는 같은 사람임을 서서히 발견하면서, 다른 것(difference)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그러한 친근한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다른 문화권에서 익숙해져 있기에, 다른 문화나 생활 양식, 태도 등을 발견할 때면, 그것을 배척하거나, 무시하거나, 두려워 하기 전에 받아 들이고 인정해 주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 또한 서서히 배워 나갔습니다.
미국은 'melting pot'이라고 표현이 됩니다. 많은 다른 사람들이 미국에 이민와서 한 솥에 섞인후 뭉그러지고, 녹아져서 한 솥의 '미국인'을 만듭니다. 반면에, 캐나다는 'Mosaic'또는 'Tossed Salad'라는 표현을 씁니다. 모자이크는 각기 다른 조각들이 모여서 커다란 아름다운 형상의 그림을 이루며, 그 조각 하나하나가 녹지 않고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tossed salad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가지 다른 종류의 야채, 고기, 빵조각들이 모여서, 드레싱과 함께 맛있는 샐러드를 만들지만, 각 재료들의 맛과 모양, 특징이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이런 곳에서 살다보니, 제가 한국에서 살때와는 너무나 다르고 다양한 체험을 합니다. 내가 옳다 그르다는 뚜렷한 판단을 가지고 살았던 것들이 여기서는, 도무지 그런 판단을 할 수 없는 형태로 존재합니다. 흑백, 옳고 그름, 그리고 수많은 기존의 어떤 잣대로도 감히 판단하고 잴 수 없는 그 불투명한 구역들이 수없이 존재합니다.
해서, 한국인들은 단일민족입니다. 어떤 드라마가 인기가 있으면, 거기 나오는 연예인의 옷, 악세사리, 머리모양까지도 유행이 됩니다. 우리는 한민족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반감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여기서는....잘 모르겠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이곳에서 보고, 그 드라마에 나오는 모방하고픈 연기자처럼 모방을 했다고 해도, 이곳 사람들이 그 사람처럼 나를 봐줄지..그리고 봐준다 해도, 그 사람들이 그 모습을 참 적절하고 모범이 될만하다고 부러워 해줄지..그건 의문입니다.
이곳은 지하철을 타고 다운타운에 나가보면, 기존의 가치관에 대한 '혼동'이 오기 시작합니다. 우선 수많은 종류의 피부 색깔과 얼굴 생김새, 키, 몸매, 그리고 옷이나 가방, 머리를 매치시킨 패션 등이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언어도 여러가지이고, 같은 영어를 써도 액센트가 각기 다르다는 것을 쉽게 경험하게 됩니다.
서울의 한복판에서라면, 사람들이 대충 다들 검은색, 또는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 대충 누렇고 하얀 피부, 비슷한 키에, 비슷한 몸매, 크게 다르지 않은 옷차림새를 하고 있고, 영어를 쓰자면, 그저 미국식 표준영어가 최고이고, 자녀가 유아영어책으로 '배고픈 애벌레'를 읽지 않으면 이상한거고.. 참으로 생소한 풍경의 대조가 아닐 수 없지요. 다양성의 인정과 주체의식의 발휘가 우리나라 안에서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제가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세계화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서,엄마들은 내 아이가 유아일적부터 영어를 가르칩니다. 그것이 엄마가 직접 시키는 교육이든, 사교육이든, 공교육이든 말입니다..중요한 것은, 엄마들이 우리 같은 한국엄마들끼리 경쟁하지 않았으면 하는것입니다. 영어를 가르치는 이유는 세계를 상대로 우리나라의 국력을 키우고, 우리 아이들을 세계로 뻗어나가는 지도자로 키우고, 다른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한 것이지, 우리 나라 안에서 경쟁하고 다른 이들을 딛고 서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저는 믿고 싶은데요.
한국엄마들끼리 힘을 합해서, 아이들에게 우리는 세계를 상대로 경쟁해야할, 함께 나아가야할 동료라는 것을 심어주었으면 합니다. 엄마들이 더 넓은 인생관, 세계관으로 아이들의 선택을 제시해 줄때,아이들은 그에 따라 다르게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미래를 바라보고, 자신의 인생을 지혜롭게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질거라고 보는데요.. 자녀교육의 목표를 지엽적인 곳에 두지말고, 좀 더 멀리, 좀 더 넓게, 좀 더 깊이 보고 계획을 세우자는 겁니다.
사실 저의 이 주장은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내 아이가 그저 /반/에/서/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낫기를 바라느라 조바심치는 제 소인적인 태도를 볼때마다, 고개를 애써 저으며 아이의 먼 미래를 생각하려고 애를 씁니다.
내 아이가 잘 하는 줄 알았는데, 다른 집 아이가 더 잘하는 것을 보면, 어떻게서든 내 아이를 더더욱 잘하게 해야하는데..라는 욕심이 들 때가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러다가 다시 나를 돌이킵니다. 지금 초등학교 5학년인데, 바로 옆의 친구보다 더 잘 하는게 없다는 사실이, 내 아이 전체삶을 조명해 볼때,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내가 이 아이를 다그쳐서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더 공부를 잘 하는 아이가 되었다 치자. 그게 이 아이의 인격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이 아이의 미래와 그렇게 큰 상관관계가 있는가...등등의 생각을 하면서 제 자신의 쓸데없는 욕심을 꿀꺽 삼킵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진정으로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고, 이웃의 한숨에 귀를 기울일 줄 알며,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여 노력할 줄 알고,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잘 꾸려 나갈 수 있다면, 제가 아이를 제대로 교육시켰다고 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렵니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서, 의사가 되고 판사가 되었지만(의사와 판사는 제 생각에서 나온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업의 예입니다), 공부만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을 사랑할 줄도, 이웃을 돌아볼 줄도 모르고, 그저 하루하루 한숨지으면서 불행하게 살아가야 한다면, 저는 눈을 감을 때도 한숨과 회한만 잔뜩 안고 가게 될것입니다.
역시 다 쓰고 보니, 두서없는 부끄러운 글이 되어버렸군요.
결론은 우리 엄마들이 아니, 제가 더 멀리 , 넓게 세상을 바라보고, 아이의 바램과 선택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것입니다. (September 28, 2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