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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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게 시작되는 아침입니다.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답글을 안 달고 넘어갈 수가 없네요.
승호랑 엄마랑 아빠랑 알콩달콩 즐겁게 보내는 저녁 시간을 직접 엿본것처럼 그 분위기가 상상되네요.
제 하루의 첫 시작을 즐겁게 만들어 주신 만큼 승호아빠님도 유쾌 상쾌 통쾌한 하루 보내세요~
승호아빠님의 글입니다.
> "음, 책 좀 읽어야겠다. 요즘 책을 안 읽었더니 머리가 좀 나빠진 것 같아."
> 제가 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승호가 이런 이야기를 해서 저를 웃게 만듭니다. 요즘 노느라고 책을 좀 덜 읽었거든요. 그러면서 꺼내드는 책이 문제의 디지몬 수첩입니다(아들과 함께 영어를 7편을 참조하세요. 그새 9권이 나와서 그것도 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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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에서 제가 슬슬 유도 합니다.
> "승호야.. 그거 보다는 이 책을 읽어야 머리가 더 좋아질걸?"
> 제가 빼든 책은 에릭 칼의 그림책 'From head to toe'입니다. 전 이런 책이 우리 집에 있는 줄도 잘 몰랐어요. 책장에 있는 책이 눈에 보였을 뿐입니다. '승호 엄마가 사 놓았나?' 하여간 제가 이 정도로 즉흥적입니다. 문제가 있죠?(나중에 알아보니 승호 엄마가 롯데에 갔다가 세종문고에서 책을 할인해서 파는 것을 보고 충동구매한 몇 권의 책 중의 하나라고 하네요. 우리 집에 있는 몇 권 안 되는 영어 책이 다 그것들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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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슬며시 보았더니 'I can do it' 이라는 표현과 여러 동물들의 이름, 유용한 동사들을 배울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승호는 디지몬 수첩을 계속 보겠다고 합니다. 제가 '그럼 아빠는 이거 볼 테니까 넌 디지몬 수첩 봐라' 하고 이야기했더니 승호가 이럽니다.
> "난 디지몬 수첩을 눈으로 볼 테니까, 아빠는 그거 읽어, 내가 들을 테니까. "
> 아쭈? 멀티 프로세싱을 하겠다는 이야긴데? 그럴 수 있냐고 물었더니 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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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승호가 그럴 수 있겠어요?
> 전 큰 소리로 읽어 나갔습니다. 그러면서, 승호에게 물었지요.
> "승호야.. 다음 페이지에 나오는 동물 맞춰봐라.. 아빠가 힌트 줄게"
> "What's the next animal?"
> 그러면서, 책을 승호 눈앞에 잠깐 보여주고 휙 빼버립니다. 승호는 마구 웃으면서 아직 못 봤다고 야단입니다. 그럴 때는 다시 보여주고 대답을 할 수 있게 합니다. 결국은 다 아는 동물들이니까 정답을 맞춥니다. 물론 우리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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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식으로 끌고 나갔더니 결국 승호는 제가 읽는 책에 신경을 집중하더군요. 큭큭.. 제 작전의 승리입니다. 아직은 승호 보다 제가 머리 회전이 한 수 위입니다. 그렇게 놀고 있는데 승호 엄마가 밥 먹으라고 합니다. 그 날은 저희 둘 다 늦어서 승호는 이미 외할머니 집에서 저녁식사를 한 상태입니다. 승호 엄마랑 저랑 오붓하게 밥을 먹고 있는데 혼자 디지몬 수첩을 보던 승호가 슬며시 식탁으로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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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먹는 것 보니까 또 배고프다"
> 푸하하하.. 이 보다 더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습니까?
> "Are you still hungry?"
> still에 액센트 팍팍 주면서 '배고픈 애벌레'에서 배운 표현을 써먹었습니다.
> 승호는 그냥 "Yes" 라고 가볍게 대답합니다. 이럴 때 'Yes, I do 라고 안 하는 것을 보면 승호가 'Yes, I do'와 'Yes, I am'의 차이를 어렴풋이 느끼는 것도 같습니다. 아니면, 'Yes, I do' 라고 대답하려고 했는데 뒤를 잊어버렸거나. 아마도 후자가 맞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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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수수돌이인 승호는 유명한 버섯돌이기도 합니다. 버섯돌이하니까 그 만화가 생각나네요. 위급한 순간에 흐르던 시간이 멈추고 마왕과 싸우러 4차원의 세계로 가는 만화요. 갑자기 제목이 생각 안 나네요. 어렸을 때 참 재미있게 봤었는데요. 그 만화에서 마왕의 충실한 부하로 버섯돌이가 나오죠. 아니 버섯동자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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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죠! 우리 식탁에 마침 버섯 무침이 있었습니다. 제가 밥 먹다가 가끔씩 젓가락으로 집어 승호 입에 넣어 줍니다. 그냥 넣어주었을까요? 아니죠.. 이제 제 스타일을 파악하셨죠?
> "It's a mushroom"
> 그런데, 줘도 줘도 끝이 없습니다. 계속 배가 고프다는거에요.
> 'Are you still hungry?', 'It's a mushroom' 아마도 이 표현을 수십 번은 써먹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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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중간에 승호가 버섯(그게 느타리버섯이던가?)이 물고기 같다고 하면서 자기는 상어라는 겁니다. 제가 버섯을 들고 헤엄치는 것처럼 흔들흔들 움직이면 잽싸게 와서는 낼름 집어 삼키는 겁니다. 이때 써 먹은 표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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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 are a shark'
> 'You caught a fish'
> 'Is it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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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 같은 것으로 이미 승호에게 가르쳐 주었던 표현들입니다. 반복과 복습 한 번 잘 하지요?
> 그러다 보니 저녁 식사 시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지더군요. 그런데, 승호가 그렇게 먹기만 한 줄 아십니까? 그 와중에 응아 까지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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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lush the toil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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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승호가 잘 알아듣는 그 한마디를 덧붙여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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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호 아빠 : [email protected]
> (승호는 97년 3월생 남자아이로 01년 9월초부터 집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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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임) 공룡으로 변신해서 아이를 치카치카시키는 이야기 그 세 번째 버전입니다(아들과 함께 영어를 4편과 11편을 보시면 그 전 버전을 볼 수 있어요). 이번에는 초식공룡 버전입니다.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의 차이가 뭔지 잘 아시죠? 보통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으면 육식공룡입니다. 또 초식공룡과의 큰 차이는 티라노에서 볼 수 있듯이 요놈의 육식공룡들은 부조화의 극치인 짦은 앞다리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걷는 것도 뒷다리로 주로 걷지요. 티라노 버전은 그걸 흉내낸 것 이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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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초식공룡 버전은 어떨까요? 예상이 되지요? 그냥 말처럼 엎드려서 태우고 가면 됩니다. 대신 저는 다리 무릎을 땅에 대지 않고 엉덩이를 치켜 들고 갑니다. 말이랑 차별성을 주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승호가 그렇게 요구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기서도 사운드가 중요하지요. 티라노 버전에서는 "쿵쾅쿵쾅 크으으", 익룡 버전에서는 "꺄악꺄악" 이었지요? 초식공룡 버전에서는 "무우무우" 같은 송아지 소리를 냅니다. 입도 쩝쩝거리면서요. 초식공룡이 되새김질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갑니다. 마지막으로 해룡 버전이 남았습니다. 이거 제일 힘들고 제가 싫어하는 버전입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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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개월 이후][RE] 정말 재미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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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thounme 등록일 2001-10-19 09:08 조회수 1,0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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