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
안녕하세요? 승호아빠님...
제 글에 달아놓으신 글을 이제야 읽었습니다.
쑥쑥게시판에 이틀지나고 답글 다시면 읽는 사람 별로 없어요...
분위기 파악 하셨죠? ^ ^
승호아빠님이 남기신 글 중 이 부분을 다른 사람분들도 읽으시게 퍼 왔습니다.
----------------------------------------------------------------------------------
그나저나, blue's clues는 많은 분들이 TV를 통해 보시는 것 같긴 한데, 의견 개진이 거의 없으셔서 너무나 쉬운 내용의 비디오 줄거리를 소개하는 것이 이 곳의 높은 영어 수준으로 볼 때 적합하지 않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
전 개인적으로 블루를 자세히 본 적이 없습니다.
한글로 더빙된 것을 몇 번 흘려 봤을 뿐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명한 프로그램인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어찌 어찌해서 저희집은 블루는 안 봅니다.
근데 승호아빠님께서 올리신 블루 시청후기를 보고
이렇게 많은 것을 생각하고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단 말인가! 하며 놀랬답니다.
영어가 문제가 아니고 줄거리가 너무 쉽다는 것도 문제가 아니고
짧은 시간동안 교육적인 시각으로 그렇게 꼼꼼하게 생각하며 시청을 하셨다는 것이 참 놀랍습니다.
제 생각엔 승호아빠님의 글이 단순히 블루의 줄거리를 소개하는 글이 아닌 것 같습니다.
주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스스로 만들고 배우는 자세를 익히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곳 쑥쑥의 영어 수준이 높다고 하셨는데
물론 실력이 출중해서 다른 사람들을 돕는데 앞장서는 멋진 분들도 많으시지만
제 느낌엔 정말 중,고등학교 이후로 영어랑 원수지간이 되었다가
엄마가 되면서 그렇게 싫었던 영어도 아이와 함께 사랑해볼란다...하고 마음먹은 용감한 엄마들이
더 많으십니다.
그러니까 너무 쉬운 이야기를 했나...하는 그런 고민은 안 하셔도 되구요...
오히려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영어가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며 알아가는 즐거움을 맛보는 자세를
승호아빠님의 글로부터 배우고 있으니 마음놓고 더 꼼꼼한 시각으로 후기 올려주시길 바랍니다.
승호아빠님의 글입니다.
> 승호에게 영어를 접하게 하면서 절대 잊지 말아야할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
> 영어를 공부하긴 하지만 그것이 주가 되면 안되고 또한 그 작업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특히, 승호처럼 어느 정도 나이가 들어 우리말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아이들은 자기가 못 알아듣는 영어를 굳이 해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영어를 아이가 계속 한다면 그것이 재미있거나 아니면 그로 인해 엄마나 아빠와 함께 노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 승호는 보건대 엄마나 아빠와 함께 노는 기회가 많아진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
> 잠자리에 든 승호에게 오랜만에 제가 책을 읽어 주게 되었습니다.
> 최근 자다가 툭하면 코피를 흘리고 또 그 날 저녁에는 뭘 잘못 먹었는지 설사까지 한 승호라 어째 얼굴이 핼쑥해 보이더군요.
>
> "승호야.. 오늘은 무지개물고기 읽어줄까?"
> "응, 아빠 두 개 다 읽어야 돼"
>
> 우리 집에는 무지개물고기 이야기 책이 두 권 있습니다. '날 좀 도와 줘 무지개 물고기(마르쿠스 피스터 지음, 시공주니어)'는 승호 엄마가 사준 것이고 '무지개 물고기와 흰수염 고래(마르쿠스 피스터 지음, 시공주니어)'는 올 봄에 코엑스에서 도서 전시회 할 때 그곳에서 승호가 직접 고른 책입니다. 무지개물고기 책은 그림이 아주 부드러운데다가 반짝반짝 빛나는 비늘이 물고기에 붙어 있어서 승호가 좋아합니다. 둘 다 한글판입니다. 공룡 책 중에도 같은 작가가 지은 '반짝반짝 꼬마 공룡 디노(마르쿠스 피스터 지음, 아가월드)'가 있는데 이것 역시 반짝반짝 빛나는 비늘이 붙어있는 책으로 승호가 좋아합니다.
>
> "아.. 나도 빛나는 비늘 갖고 싶다"
> 책을 다 읽고 나자 승호가 그럽니다.
>
> "승호야.. 이번에는 우리가 옛날에 많이 읽던 책 읽을까?" 하면서 제가 꺼낸 책은 '아기 곰의 가을 소풍'이었습니다. 이 책은 승호가 어릴 때부터 정말 많이 읽은 책입니다. 아기 곰이 엄마 곰을 따라 강에 가서 물고기를 처음 잡고 물에 비친 달빛을 커다란 물고기로 착각하고 잡으려한다는 내용인데 승호가 좋아하는 책이에요. 그런데, 한참동안 이 책을 안 읽었던 것 같아서 빼들었습니다. 승호는 이것도 하면서 '123 동물원'이라는 에릭 칼의 책을 꺼내듭니다. 전 거기다가 'The very hungry caterpillar'를 슬쩍 얹었지요.
>
> '아기 곰의 가을 소풍'을 읽고 나서 'The very hungry caterpillar'를 읽어 나가자 승호는 여전히 먹을거리에 뚫려있는 구멍을 만지작거립니다. 애벌레가 너무 많은 음식을 먹어 배가 아팠다는 페이지를 읽을 때는
> "You had a stomachache today" 하고 제가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이 책 역시 오랜만에 보는데 승호는 cocoon이 보이자 'cocoon'이라고 외칩니다. 역시 처음에 볼 때부터 관심 있어하더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
> '123 동물원'에는 글자가 없습니다. 기차 칸칸 마다 동물원으로 가는 동물들이 실려있는데 첫 칸에는 코끼리 한 마리, 다음 칸에는 하마 두 마리, 그 다음 칸엔 기린 세 마리 하는 식으로 나타나고 끝 칸에는 열 마리의 새가 있습니다. 즉, 동물과 숫자의 개념을 익히기에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은 승호보다 어린 아이들이 보는 것 같은데 승호는 아직도 좋아하나 봅니다. 자기가 손수 뽑아든 것을 보면요. 뭐 글자도 없고 하길래 저는 'One elephant' 하는 식으로 영어로 이야기해주면서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그때, 승호가 짜증섞인 목소리로 이럽니다.
>
> "영어로 하지마.."
> "왜?"
> "무슨 말인지 잘 못 알아듣겠어.."
>
> 아이에게서 나올만한 당연한 반응입니다. 잘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들어야 할 이유가 승호에게는 없는 것입니다. 게다가 책은 보통 잠자리에 들면서 읽어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 때는 마음이 편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어를 들으려니까 졸린데 겹쳐 짜증이 나는 것이 당연하지요. 승호는 영어 비디오는 비교적 잘 보는 편인데 영어 동화책에는 아직 적응을 못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을 우리말로 한 번 이야기 해주고 읽어주어야 하나 생각 중입니다. 아무튼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한번의 설명으로 납득시킬 수는 없기에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
> "승호야.. 너 저번에 아빠 친구들이랑 콘도에 놀러 갔을 때 우리말 잘 못하는 형아 한 명 왔었지?"(테니스 동호회 MT였는데 당시 미국 교포라는 20살 정도 되어 보이는 학생이 한 명 끼여 있었습니다)
> "엉"
> "거봐.. 이 넓은 지구에는 우리말 못하는 사람들 많아. 영어, 일어, 프랑스어, 중국어와 같이 각기 다른 말을 하거든.. 그런데, 우리가 영어를 공부해서 말을 할 줄 알면 그런 사람들과도 이야기하기가 쉬어질 거야. 그렇지?"
> "엉"
>
>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는데 그 다음부터 영어로 책을 읽어주는데도 가만히 있습니다.
>
>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직까지는 영어에 대한 시시콜콜한 지식을 익히는데 주안점을 두면 안되겠다. 승호랑 노는 것에 집중하면서 영어는 덤으로 하자'는 생각을요.
>
> 집에서 승호의 영어 공부에 신경 쓰기 시작한지 한 달 조금 지났지만 승호는 어린이집에서 그 동안 영어를 조금씩 배워 온 탓인지 큰 저항 없이 잘 따라오고 있습니다. 동화 책 읽는 문제만 해결되면 완벽하겠지만 모든 게 처음부터 다 잘 될 수는 없겠지요? 이나마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지켜보셨듯이 지난 한 달 동안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식의 영어를 덤으로 하는 저와 아들이 함께 하는 놀이 는 계속 될 것입니다.
>
> 끝으로 그 동안 승호와 영어 공부를 하면서 느낀 점을 간단히 정리하겠습니다.
>
> 1) 어려운 점
> 우리말을 잘 하는 승호가 영어 동화 읽는 것을 꺼립니다. 이유는 못 알아들어 답답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전체 내용을 미리 우리말로 이야기해주어야 하는지를 고민 중입니다. 그리고, 이미 승호가 좋아해서 많이 읽었던 한글판 동화책과 똑같은 영문판 동화책을 읽어줌으로써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 저의 누나 집에서 본 Leo Lionni의 'Little Blue And Little Yellow'를 보더니 사 달라고 하는 겁니다. 위대한 탄생 전집에 있는 이 책을 승호는 이미 많이 읽었거든요? 그런데 영문판을 사고 싶다고 승호가 이야기했다는 것은 영어 동화 문제를 푸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승호가 저에게 던진 Seung ho's Clue라고나 할까요?
>
> 2) 긍정적 성과
> - 승호랑 함께 노는 시간이 많아졌고 두터운 유대감이 형성되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아프거나 졸리거나 배고프거나 서러울 때)에는 여전히 엄마를 찾습니다. 이는 극복할 수 없는 한계로 생각됩니다. 엄마들은 좋겠습니다. 자식이라는 든든한 후원자가 늘 있어서요.
>
> -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승호가 알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공부라기 보다는 놀이로서 대하고 있습니다.
>
> - Blue's Clues, The very hungry caterpillar 등 재미있는 영어 비디오는 책과 달리 잘 봅니다. 따라서, 영어 듣기 훈련이 잘 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책에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는 아이들에게는 비디오로 먼저 접근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일주일마다 테마가 바뀌는 Blue's Clues를 매일 꾸준히 보는 것이 나중에 큰 힘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양적 축적이 진행 중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 - 극히 적은 양이지만 영어로 일상 대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승호는 'Yes, I do', 'Thank you' 등의 초보적인 표현을 가끔씩 사용합니다. 그리고, caterpillar, cocoon과 같이 제가 모르던 단어도 몇 개는 완전히 기억하고 있는 듯 합니다.
>
> - 아빠인 저 자신의 영어 실력도 덩달아 좋아지고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
>
> 승호 아빠 : [email protected]
> (승호는 97년 3월생 남자아이로 01년 9월초부터 집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
> 덧붙임) 공룡으로 변신해서 아이를 치카치카시키는 이야기 그 마지막 버전입니다(아들과 함께 영어를 4, 11, 13편을 보시면 그 전 버전을 몽땅 볼 수 있어요). 이번에는 해룡 버전입니다. 음, 승호는 특히 해룡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틈나면 해룡 버전을 요구하는데 전 그 높은 난이도로 인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잘 안해 줍니다. 지금까지 세 번 정도 해주었나요?
>
> 이건, 완전히 배를 마루에 대고 엎드립니다. 그러면, 등에 승호가 올라탑니다. 이제 앞으로 가야 겠지요? 이 상태에서 앞으로 전진하려면 어찌해야 겠습니까? 당연히 허리를 양옆으로 흔들면서 뱀처럼 기어갈 수 밖에 없습니다. 위에 20kg짜리 짐을 싣고 낮은 포복을 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
> 아! 힘듭니다. 여기서도 사운드가 중요하지 않냐구요? 몸이 힘든데 무슨 사운드 입니까? 그냥 입만 가끔씩 붕어처럼 '뻐꿈뻐꿈' 하면 됩니다. 자, 네 가지 공룡 버전 다 소개해드렸습니다. 공룡 좋아하는 아이들을 화장실까지 데려가는데 써먹는다면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승호에게는 통했습니다. I think Seung ho is very simple!
>
| [36개월 이후][RE] 승호아빠님, 보세요. |
|---|
|
글쓴이 미리내 등록일 2001-10-25 00:30 조회수 1,251 |
쑥쑥닷컴 - 파일 다운로드
파일을 다운로드 합니다.
댓글 남기기
마이 페이지 > 스크랩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중한 글에 감사 댓글 남겨주세요.
    |
최신
이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