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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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마지막 주 일요일이었을 것입니다. 오늘이 11월 첫째 날인데 9월 이야기를 하게 되어 조금 민망하네요. 사건들은 계속 일어나는데 매일 글을 쓰지 못하다보니 글에 시간 지연 현상이 심하게 일어나는군요. 아직 두 번 밖에 안 썼지만 예정에 없었던 Blue's Clues 시리즈를 시작하는 바람에 더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해해주세요.
승호를 데리고 집 근처에 있는 송파 도서관에 갔습니다. 승호와 함께 도서관에 간 것은 지금까지 다 해봐야 한 세 번 정도 될 것입니다. 언젠가 말씀드렸듯이 어린이 전용 도서관에 한 번 가보았고 이곳 송파 도서관에 두 번 정도 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린이 전용 도서관에 비해 송파 도서관의 유아 도서 보유 수준은 너무나 낮습니다. 대부분 오래된 책이고 절대 양도 적고 책의 상태도 별로 좋지 않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어린이 전용 도서관에 가고 싶지만 멀어서 못 가고 가까운 송파 도서관(저희 집에서 전철로 두 정거장입니다)에 가게 됩니다.
승호는 지하철보다는 버스를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지하철은 창밖을 보아도 별로 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금만 지나면 지겨워합니다. 그 날도 지하철 타고 간다니까 몇 정거장 가느냐고 묻더군요. 두 정거장이라고 했더니 "산에 가는 것 보다 가깝네?" 하고 좋아합니다. 전에 남한산성 갈 때도 지하철을 타고 갔었는데 그 때는 네 정거장이었거든요.
"We are going to the library by train"
뭐 보이는 것도 없는 창밖을 열심히 보고 있던 승호에게 슬며시 말을 걸어봅니다.
"아빠.. 기차가 train이야?" 승호는 확인을 합니다.
승호 입장에서는 조금 어려운 영어들이 계속 등장합니다.
"At the next station, we'll get off the train"
승호는 이 문장 자체를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next라는 단어는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나 봅니다. 그런 눈치입니다.
도서관의 유아방은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의자도 푹신푹신한 것들을 모아 놓아서 그 위에 엎드려 책을 읽을 수도 있습니다. 승호는 처음에 읽고 싶은 책을 가져오라고 하니까 물개, 돌고래 사진이 들어 있는 책을 가져오더군요. 그 다음에는 동물식물도감 같은 그런 책을 가지고 왔구요... 아직 글을 못 읽는 승호는 책의 표지를 보고 주로 자기가 잘 아는 동물이나 식물 사진 또는 그림이 있으면 가져 오는 듯 합니다.
제가 사서 선생님께 슬쩍 물어보았습니다. 영어 책은 없느냐고요... 그러자, 여기 유아방에는 없고 어린이방에는 있다고 그럽니다. 어린이방에서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 줄 수 없지 않냐고 그랬더니 거기 선생님께 이야기하고 책을 빌려와서 이곳에서 읽어주면 된다고 대답해줍니다.
마침, 누워서 볼 수 있는 자리에서 어떤 아빠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 주고 있었는데 'One, Two, Three...', '사과가 영어로 뭐야? Apple' 하는 대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영어 책을 읽는 것은 아니었고 우리 글 책을 읽으면서 아빠가 아이에게 영어를 몇 마디씩 묻는 것 같았어요. 뭐, 문장으로 영어를 이야기하지는 않고 주로 이건 영어로 뭐야 하고 단어를 묻는 수준이었지요. 승호도 그 모습을 보았는데 승호는 영어 소리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에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더라구요, 자기는 책상 앞에 앉아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읽고 있었거든요.
두세번 그렇게 책을 가져오던 승호는 이번에는 아빠랑 같이 고르고 싶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이건 곧 이야기 거리가 있는 책을 골라달라는 뜻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아이랑 책을 고르고 있는데 승호가 만화책을 꺼내듭니다. 무슨 로봇이 그려져 있었는데 그림이 조잡해 보였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이걸 보아야 하나 싶어 제가 얼른 옆에 있던 이야기 책을 하나 꺼내들었습니다. 제목이 가물가물한데 '팥죽할멈과 호랑이'이었던가 그랬어요. 어제 공연이 끝났다는 연극 '팥죽할멈과 호랑이'와 같은 것인가 봐요.
승호가 그럽니다.
"아빠.. 우리도 저기 누워서 읽자"
아니나다를까 승호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 가 엎드려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 내용은 호랑이에게 잡아 먹힐 뻔 했던 할머니가 단팥죽을 끓여 그걸 송곳, 개똥, 지게, 절구, 알밤, 자라 등에게 주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호랑이를 물리친다는 이야기였는데 우리가 잘 아는 전래동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이야기의 초반부와 '위대한 탄생' 시리즈에 있는 일본인 원작의 '원숭이와 꽃게'의 후반부를 짬뽕해 놓은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가 원래부터 있었던 전래동화인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런데, 제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승호가 갑자기
"아빠.. 단팥죽 먹고 싶다" 그럽니다.
그러더니, 계속 조르네요.
결국, 어린이방에 가서 어떤 영어 동화책이 있나 확인도 못 해보고 승호 손에 이끌려 단팥죽을 사러 갑니다. 지하철역으로 걸어 가면서 저는 또 이렇게 주절대고 있었습니다.
"We will go to the department store by train"
"승호야.. 백화점까지는 여섯 정거장 정도 될거야.."
백화점 지하에 가서 단팥죽을 사왔는데 승호 엄마가 그럽니다. 단팥죽이 진짜 팔더냐고.. 그냥 팥죽 아니냐고. 전 그게 다른 줄 몰랐거든요. 저랑 승호가 사온 죽은 그냥 팥죽이었습니다. 근데 맛있기만 하데요..
승호 아빠 : [email protected]
(승호는 97년 3월생 남자아이로 01년 9월초부터 집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덧붙임) 승호는 노래방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엄청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그 사실을 미처 몰랐었는데 얼마 전 친구들이랑 강원도에 놀러가서 노래방에 갔었는데 마이크를 놓으려고 하지 않더군요. 그래서 주말 저녁에 집 근처에 있는 허름한 노래방에 갔습니다. 가기 전에 미리 약속을 했지요. 승호, 아빠, 엄마 돌아가면서 한 곡씩 부르기로. 그래야만 저희 부부도 신곡 연습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승호는 아직 가사를 확실히 몰라서 제대로 하는 노래가 없었지만 열심히 따라 하려고 하더군요. 디지몬 노래와 날아라 슈퍼보드 노래를 먼저 불렀는데 두 노래 다 신나잖아요? 제가 오히려 더 크게 불렀습니다. 저는 요즘 열심히 듣고 있던 crying이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들을 때는 쉬어 보였는데 이 노래 장난이 아니더군요. 승호 엄마는 주로 박진영 노래에 도전했는데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우리 가족 세 명이 가야할 길은 아주 아주 멀어 보입니다. 잠깐, 이 대목에서 그 날의 개인 별 최고 성적을 공개하겠습니다. 1위 아빠(99점) 짜잔~~, 2위 승호(97점) 짝짝짝, 3위 엄마(96점) 우우~~. 제가 1등 먹었습니다!
한가한 주말 저녁, TV에만 빠져 있지 마시고 근처 노래방에 가보세요. 동네라 그런지 주인 아저씨가 보너스를 50%나 더 줍디다. 그 덕에 목이 터지는 줄 알았어요. 그건 그렇고 지금 생각해보니 그 날 돈을 제가 냈는데, 가시게 되면 용돈도 별로 없는 아빠보고 돈 내라고 하지 마세요. 아셨죠?(승호 엄마! 자기 보고 하는 소리인거 알쥐?)
아, 그리고 학교에 간다를 go to school이라고 해야 공부하러 간다는 뜻이잖아요. 그래서 도서관에 간다고 할 때도 go to library라고 했는데 맞나요? 확실하게 아시는 분 가르쳐 주십시오. 틀렸다면 얼른 고치게요. --> 깐돌엄마님 의견을 듣고 수정했습니다.
| [36개월 이후]아들과 함께 영어를 16 : Going to the librar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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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승호아빠 등록일 2001-11-01 13:06 조회수 1,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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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 이후] 아들과 함께 영어를 16 : Going to the lib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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