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이어 오늘부터는 구체적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목표를 세워주고 어떻게 실천해 나갈지 궁리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를 나누어 하나씩 살펴 보도록 하지요.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제가 정리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언어를 다룬다는 것이 원래 뜬구름잡기입니다. 언어학, 혹은 영어교육을 전공했다는 분들이 항상 머리 싸매고 언쟁을 벌이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 짓는 확실한 요소가 바로 ‘언어’입니다. 그만큼 언어는 인간이 품고 있는 오묘한 소우주의 가장 핵심적인 요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모두 다 잘 알고 있는 듯하면서도, 다 잘 모르는 것이 바로 ‘언어의 세계’이지요. 하물며 ‘외국어의 세계’는 어떻겠습니까? 고로,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에 정신이 몽롱하시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 아이의 성향과 현재 상태를 정확히 바라보는 작업이 가장 필요한 일입니다. 어느 아이가 어떤 방법으로 어느 위치에 올랐다고 해서, 그 방법이 모두 통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한 가지 더 전제할 것은, 오늘 글은 비슷한 연령대 대비 좋은 학습 효과를 보이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되지 못하리라는 점입니다. 처음 시작하려니 막막하고, 우리 아이가 뭘 알고나 있긴 한 건지 걱정되고, 잘 하는 이웃 아이를 보면 늘 불안한 분들을 위해 몇 자 적어보려 합니다.
사실, 좀 더 세부적인 구분이 필요하지만, 일단 아이들의 연령을 초등 입학 전과 후로 크게 나누어 보겠습니다. 이 거친 스펙트럼안에 우리 아이는 어느 정도에 위치할지는 여러분들이 감안하시길 염치없이 주문합니다.^^
(1) 듣기
유아기부터 영어를 접한 쑥쑥의 아이들이라면 듣기는 일단 더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여태 해 오신 것처럼 오디오 교재를 듣고, 비디오를 보는 것만 실천하시면 됩니다. 조기영어교육의 가장 큰 효용은 ‘귀를 열리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쑥쑥맘님들, 아시죠? 나이가 들어 새로운 언어에 ‘귀를 열리게’ 하는 것이 얼마나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인지...
초등생이 된 이후 영어를 처음 접한 아이들의 경우를 볼까요? 나이가 어느 정도 들었다는 이유 때문에 확실한 학습 효과를 처음부터 노리게 되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같은 효과를 노리더라도, 이런 친구들일수록 재미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이를 테면, 파닉스 교재부터, 혹은 파닉스 교재에만 듣기 학습을 기대는 것은 여러 모로 역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의 전래 동화 비디오나 노래와 챈트 구성이 잘 되어 있는 동화책 오디오 테잎 등으로 시작하세요. 파닉스 교재는 보충자료라고 생각하세요. 다른 언어를 학습한다는 개념을 이미 가질 수 있는 연령이기 때문에 취학전 아이들에 비해 자연스럽게 접근하기 어려운 나이인 것은 사실이지만, ‘귀를 열리게’하는 데는 결코 늦지 않은 시기입니다. 오히려, 목적의식을 가질 수 있는 나이라는 점에서, 출발이 좋으면 취학 전에 시작한 아이들보다 훨씬 더 빠른 성장을 보입니다.
(2) 말하기
수업을 하다보면, 유아, 초등 저학년 과정에서 말하기를 최종 목표에 두고 질문하는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이 부분은 참 언급하기 민감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먼저, 말하기는 우리 아이들이 가장 동기부여를 얻지 못하는 영역이라는 점, 영어가 외국어인 환경(EFL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점을 먼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물론,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 아이가 기대만큼 술술 영어로 말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자체가 그동안 우리 아이에게 기울인 노력이 허사였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당장 아이가 충분한 동기를 부여받지 못해 말하기가 더디게 느껴지더라도 듣기와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 말하기는 동기를 확실히 느낄 나이에 집중적인 교육을 받으면 어느 정도 실력에 도달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쓰기도 마찬가지이구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는 각각의 영역이 한 영역을 완전히 마스터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연결고리가 아닙니다.
유아기부터 영어를 접한 아이들의 경우, 일정 수준에서 답보 상태 보이더라도 그 상황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야 합니다. 늘 드리는 말씀이지만, 그럴수록 다청, 다독에 신경 써 주세요.
취학 후 영어를 접한 아이들의 경우, 단어 하나 영어로 내뱉더라도 크게 격려해주실 것 잊지 마세요. 어쩌면 유아기보다 학습에 있어서 칭찬에 더 민감한 나이이기도 합니다.
(3) 읽기
읽는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가 있지요. 말 그대로 단어를 또박 또박 읽는 것일 수 있고, 글의 내용 구석구석을 이해하는 차원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아무래도 전자의 경우에 무게를 싣습니다.
유아기부터 영어를 접한 아이들 중 일부는 특별한 읽기 지도를 거치지 않아도 읽기가 가능합니다. 책을 많이 본 아이들이 저절로 한글을 깨우치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정말 아이들의 능력은 놀랍죠? ^^ 자, 그렇지 않더라도, 그동안 다독을 한 친구들은 조금만 당겨주고 밀어주면 금세 읽을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아이가 더 어렸을 때에는 아이가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이상 오히려 좀 더 스토리가 풍부한 책을 많이 읽어줬습니다. 혹은 아이가 정신없이 좋아하는 소재를 다루고 있는 책이라면 어렸을 때에도 백과사전류의 정보가 가득한 책을 무심히 던져주곤 했습니다.
그러다, 한 단어씩 읽으려고 폼을 잡으려 할 때 Learn to Read 류의 readers 중에서 단계가 낮은 것부터 훑어줬습니다. 물론, 이전에 읽어오던 책은 계속 읽었구요. 책을 읽으면서 적절할 때에 단어를 짚어가며 읽어 보세요. 특히 흔히 sight word라고 불리는 단어들이 등장할 때 한번씩 꼭 짚어주세요.
일정 기간 동안 목표 단어를 설정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Word Family 카드로 놀아보는 것도 읽기의 원칙을 익히는 데 좋은 방법입니다. 영어서점에서 쉽게 구하실 수 있습니다. Sight words에 대해서는 쑥쑥 웹진 suksuk In 창간호의 Tips 4u란에 들어가시면 정보를 구하실 수 있습니다. 꼭 확인해 보세요.
취학 후 영어를 접한 아이들의 경우도 시간을 좀 느긋하게 두고 생각한다면, 방법은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다만, 좀 더 전략적이고 공격적인 학습방법을 원하신다면, 책읽기와 함께 파닉스 교재를 병행하는 것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취학후라고 해서 알파벳, 파닉스, 단어, 문장의 순으로 읽기학습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파닉스의 몇 가지 원칙을 익혀서 어느 정도 읽기가 가능할 수 있지만, 이렇게 빗대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공식을 외울 것이냐, 과정을 이해할 것이냐... 수학을 잘 하지도 못했던 제가 이런 비유를 들어 참 스스로도 난감하긴 하지만, 참고서에 제시된 공식만 외웠다가는 언제 등장할지 모르는 변수에 대처할 수가 없죠. 왜 하필 그 공식인지, 왜 과정이 이렇게 진행되는지 이해해야 진짜 실력이 됩니다. 게다가, 파닉스의 원칙만으로 읽을 수 없는 단어가 영어에 무지 많다는 점, 잘 아실 겁니다.
이 때문에, 파닉스에 앞서 강조되는 것이 음소인식(phonenmic awareness)하기 입니다. 이 부분도 http://www.suksuk.co.kr/momboard/read.php?table=BEX_023&period=&sel=&search=&number=1&page=1&skin=webzine">suksuk In 창간호 Tips 4u에 자세히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결국, 파닉스 교재를 고르시더라도 음소인식 능력까지 감안한 책을 골라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로, 제가 초등 저학년 수업을 할 때 많이 병행하는 파닉스 교재는 Scholastic Phonics A입니다. 파닉스와 음소인식이 적절히 배합되어 있어서 제가 좋아하는 교재 중 하나입니다. 물론, 듣기와 쓰기 도 함께 향상시킬 수 있지요. 당연히 오디오 테잎도 함께 구성되어 있습니다. 쑥쑥몰의 파닉스 코너에 가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읽기에서 제일 중요한 관건은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책은 영어책입니다. 아이의 가장 큰 관심사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그 관심사에 맞춰 책을 골라보세요. 취학 후 영어책을 제대로 접하는 것이 처음인 아이들이라면 얼마 전 공구했던 Time for Kids Nonfiction Readers처럼 실사로 이루어진 책 중에서 골라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일단, 아이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으니까요. 게다가 아이들의 관심사와도 맞아떨어진다면 두 말할 나위 없겠죠.
(4) 쓰기
이제, 마지막으로 쓰기로 넘어가 봅시다. 쓰기도 읽기와 마찬가지로 보고 들은 것은 쓰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생각을 창조적으로 쓰는 것인지에 따라 그 의미가 확연히 나뉩니다. 오늘은 이제 시작하는 아이들을 위한 글이기 때문에, 역시 전자의 경우를 이야기하겠습니다.
유아기부터 영어를 접한 아이들의 경우, 대부분의 아이들은 5, 6세 넘기면서 써보고 싶은 욕구를 느껴 이것저것 끄적이는 것부터 시작하게 됩니다. 사실, 쓴다는 것은 어린 아이들에게 그것 자체가 엄청난 노동이기 때문에 아이가 충분히 준비가 되기 전에는 섣불리 밀고 나가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소근육 발달 차원에서 연필 잡고 바로 쓰기 이전의 또 다른 쓰기 활동을 하는 것은 권장합니다. 번거로운 준비 없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모자이크로 글자 면 채우기, 10가베(은물) 늘어뜨려 글자 모양 만들기, 모루를 이리저리 구부려 글자 모양 만들기 등이 있을 수 있겠지요. 물론, 아이에 따라 생각보다 훨씬 일찍 정석으로 글쓰기에 돌입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조숙해보이더라도, 재미의 기본 원칙을 잃으시면 안 됩니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취학 아이에 대한 다음 단락의 내용을 참고하세요.
취학 후 영어를 접한 아이들은 영어를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더라도, 기본적으로 쓸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일찍 쓰기 활동을 병행할 수 있습니다. 단, 재미있어야겠지요. 알파벳 대소문자 쓰기는 앞에 소개해 드린 파닉스 교재와 같은 책을 통해 충분히 연습하게 하세요. 아무래도 초등학생이라면 알파벳 수준이 아니라 단어를 외워 쓰게 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마련이지요. 문장 만들기 이전에 단어 익히기로 제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책에서 읽은 단어 뽑아 빙고게임하기 입니다. 적당한 크기의 종이와 펜만 있으면 준비물 끝입니다. 먼저, 책에서 읽은 단어 중 아이의 현재 수준에 맞춰 익혀야 할 단어를 뽑고, 단어 수에 맞춰 칸을 질러 주세요. 이제 한 칸에 한 단어씩 적은 뒤, 빙고 게임 하면 끝입니다. 간단하죠?
처음에 쓰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아이들의 경우, 스티커에 엄마가 먼저 단어를 쓴 후 각 칸에 떼어 붙이게 하는 방법을 쓸 수 있습니다.
단어 익히기를 도와줄 수 있는 교재로는 많이 아시는 Scholastic 100 Words 시리즈를 소개해 드립니다. 기본적인 단어의 읽기와 쓰기를 한번에 도와주는 책입니다. 역시 쑥쑥몰에 달려가시면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학습 방법이나 교재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리지 못했지만, 대략 그림을 그려본다면 이 정도로 제시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취학 후 이제 막 영어를 공부해보려는 친구들은 무엇을 먼저 해야 할까요? 읽어 보셔서 아시겠지만, 위에서 소개한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는 서로 어느 정도 영역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테면, 읽기 교재가 곧 듣기, 쓰기 교재가 될 수 있는 것이지요. 말하기는 집에서 공부를 시작할 경우 듣기, 읽기, 쓰기에 비해 더딘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다른 학습 방법을 충실히 실천하고 있다면 말하기의 잠재력은 동시에 쌓이고 있다고 보셔도 됩니다. 단, 당장의 성과를 생각하신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하셔야겠죠. 좀 진부한 답처럼 들리지만, 초등학생이라면 주위의 회화학원의 문을 두드려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서두에 말씀드렸듯이 모든 분들께 깊이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하는 글이라, 글이 길어진 것조차 죄스럽습니다... ㅠ.ㅠ 다음에 첫 발을 뗀 지 꽤 된듯하지만, 왠지 답보상태에 머문 것 같은 취학 전후의 아이들을 위해 읽기와 쓰기 지도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김수진.

쑥쑥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