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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가 최대 고민" 엄마들 난상토론 (2001.11.06)
“해피 버스데이 문이 치카치카 붐붐에 들어 있나요, 해리 더 더티 독에 있나요?” “허글리스 슬리프오버도 괜찮아요. 스펠링은 h, u, g….”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은 가끔 자기네들끼리 ‘암호’로 말한다. 어린이 영어 교재 정보를 나누는 대화다.
4살 유아~초등학교 2년까지 어린 자녀를 둔 30대 엄마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고액과외’, ‘조기유학’, 해외연수’ 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내심 부러워하고 영어학원, 학습지 정보를 챙기다가 가계부를 불안하게 들여다보는 보통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애가 학교도 가기 전인데 왜 서두르나
-애들이 즐겁게 영어 배울 시기는 초등학교 3~4학년 때까지죠. 초등학교 고학년 되면 문법 들어가고, 입시 준비해야 하니까요.
-한국 말 능숙하게 한 뒤에는 애들이 영어를 거부해요.
-저부터 회화 실력을 다져놓고 애가 만 3살 지나자 영어로 많이 이야기해 줬어요. 하루 1시간씩은 애랑 영어로 말 해요. 애가 영어를 두려워 하지 않고 영어로 전화도 받아요.
-우린 극성 아니에요. 70년대 생 엄마들은 영어로 태교 한다 잖아요. 강남 어린이 전문 서점 가보세요. 젖먹이 안고 온 아빠들이 열심히 영어 교재 고르고 있어요.
◆외국 연수, 영어 과외, 조기 유학
-여름 방학 때 애들과 함께 미국 친척 집에 갔다 왔어요. 왕복 항공료에, 가서 쓰는 돈에…. 한 번 갔다 오면 몇 달씩 끙끙대지요. 남편 월급으로 애 영어 공부만 시키는 것도 아니고요.
-우리 애는 미국 선생님한테 영어 과외 받고 있어요. 1시간 씩 일주일에 2번인데 3명이서 선생님한테 한달 30만원 모아 줘요.
(형편상 과외 못 시킨다는 엄마들까지 일제히 “와 싼 편이네!”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 엄마들이 외국인 선생님들 다 버려 놓았대요. 예전 선생님은 ‘차비 달라’대요. 영어 철자 틀리는 선생님까지 있대요.
-미국 보다 저렴한 필리핀 초등학교로 유학 보낸 엄마도 있어요. 엄마들이 애들 때문에 미국 가겠다고 미용 기술 배우고 조리학원 다니고 해요.
◆직접 영어 교육에 나서 보는 엄마들
-집 근처 유명한 영어학원에 가 보니 수업 내용이 너무 읽기 위주였어요.
-돈 많이 들인 엄마들은 수시로 애들한테 ‘너 한번 읽어봐라’고 하지요. 애가 빨리 못 읽으면 헛돈 들였다고 화 내고요. 그러니까 학원에서도 엄마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 쪽으로 애들을 모는 거지요.
-친구 따라 영어 유치원 가봤어요. 한달 70만원인데, 친구는 그 자리에서 바로 등록하더군요. 그럴 수 없는 저는 ‘문법은 대충 자신 있으니 내가 직접 한번 해보자’ 했지요.
-인터넷에 가면 공짜 영어교육 정보가 무궁무진해요. 수제비 반죽 만들거나 우유 팩 잘라 게임하고…. 참 웃긴 짓 많이 했죠. 찰흙 빚기, ‘인간 피자 만들기’ 등 별별 게임을 엄마가 큰 소리로 ‘영어 대본’ 커닝해 가며 하는 거예요.
-폐업 처분하는 비디오 가게를 돌아다니며 ‘솔드 아웃’ ‘나 홀로 집에’ 같은 비디오 테이프를 1000~2000원에 사 와 ‘마르고 닳도록’ 보여 주고 있어요.
-16만원짜리 영어 교재를 인터넷 쇼핑 몰에서는 3만5000원에도 살 수 있어요. (허회숙 씨 수첩에는 각종 인터넷 사이트, 서점 정보가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아빠들도 한 마음
-남자들도 스트레스 있대요. 자기네들끼리 회사에서 이야기하니까요. 남편은 애 중학교 가면 무리해서라도 애랑 외국 나가라고 해요. 남편 직장 상사도 애들을 외국 유학 보내고 부부가 한달 30만원으로 산대요. 영어 못하면 나중에 고생한다는 건 사회생활 하는 남자들이 더 잘 알아요.
-영어 때문에 애 볶지 말라고 했다가도 집에 와서 애가 영어 하는 걸 보면 감격해요. 요즘은 애 아빠가 침대 옆에 영어사전 놓고 자요. 애 보다 못하면 창피하니까요.
◆속 쓰리고 불안한 엄마들, 그러나 희망은 있다
-학교에서 영어 학원 협찬으로 세미나를 열었어요. 학원 관계자가 ‘중학교 영어는 아주 어려워 엄마가 절대 못 가르친다’면서 ‘초등학교 때 영어 800단어 떼게 해주겠다’고 하대요. 그 말 들으니까 불안했어요.
-좋은 엄마 나쁜 엄마가 따로 없어요. 주위에서 ‘어머 이 엄마 봐, 그것도 안 시키니까 애가 늦지’란 소리 들으면 바로 한심한 엄마 되는 거에요.
-학습지 판매원이 영어 교재 전집을 죽 펼쳐 놓대요. 200만원이라는 말에 ‘우리 집 한 번 둘러보세요’라고 했어요. 그분들도 다 애들 교육비 벌러 나섰을 거란 생각도 들었어요. 애 교육비 벌려고 식당 일 하는 엄마도 봤어요.
-외판원들이 ‘저기 잠원동 아파트 쪽 엄마들은 다 샀다’며 자존심을 살살 건드리기도 해요.
-애가 질문이 많아 졌어요. 갑자기 ‘냄비 뚜껑이 영어로 뭐냐’고 기습적으로 물어요. 그럴 때 마다 영어 사전 뒤지느라 바쁘죠.
-영어 유치원이나 영어 학원도 한 달 30만원 넘게 주고 보내 봤는데 애가 싫어하대요. ‘만약 애가 영어 싫어하게 되면 그땐 끝장이다’ 싶었어요. 그게 제일 겁나요.
-영어 교육 시작하고 한 6개월은 너무 정신 없고 불안해요. 남들 샀다는 비디오며 책을 허겁지겁 사들이면서도 ‘저 많은 걸 어떻게 다 사나’ 싶지요.
-‘애가 영어를 대단히 잘했으면’ 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영어를 안 두려워 했으면 좋겠어요.
-애가 처음 ‘애플’이라고 했을 때 살 떨리도록 기뻤어요.
(엄마들, 일제히 ‘맞아 맞아’)
-작은 애가 ‘엄마 컴퓨터 게임 해도 돼요?’ 하길래 ‘안 돼’ 했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옆에 있던 큰 애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와이 낫’ 한 거 있죠.
-애가 더 크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최대한 영어로 많이 이야기 해 주려고 해요. 그런데 저도 사람이라 피곤하면 영어가 잘 안 나와요. 사실 한국말 하는 것 보다 몇 배 더 에너지가 들잖아요. 머리하고 가슴하고 따로 노니까….
-‘어떻게 하면 영어 수업 잘 한다는 Y사립 초등학교 보낼까’가 엄마들의 관심이래요. 유학 갈 애들한테는 좋겠지만 어차피 중학교 가면 다 똑같아 지지 않겠어요? 외국어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친구가 그러는데 ‘고등학교 와서도 영어 잘하는 학생들은 어려서 재미있게 영어 접한 애들’이라고 하더군요.
-동화책을 목이 붓도록 읽어주고 또 읽어준 적 있어요. 밤에 항생제 먹고 잘 정도였지요. 참, 연말에 보러 가려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예약했어요. 1년간 수고한 내게 주는 선물이랍니다.
(정재연기자 [email protected])
| [Re]조선일보 기사 여기다 퍼올립니다. 엥~사진은 없네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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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리디아 등록일 2001-11-07 11:18 조회수 1,1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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