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
제가 가을을 타는 건지, 요즘 부쩍 눈시울이 뜨거워질때가 많습니다.
주책스럽게 이수정님의 글을 읽으며 왜 괜시리 눈이 뜨거워지는지..
아마도 이수정님의 글 마지막 부분에
'그동안 잘해온 우리들에게도 한잔' 이라는 글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요새는 왜이리 이런 격려성 멘트에 쉬이 감격을 하는지요.
그런 격려와 자축이야 열심히 사신 분들 몫이겠지만,
덩달아 저도 머리조금 디밀어 '잘했다'는 칭찬을 듣고 싶은걸까요?
오늘도 조선일보 기사중에 아나이스님의 말씀인 것으로 사료되는 인터뷰기사중에
'....'오페라의 유령' 예약했어요. 1년간 수고한 내게주는 선물이랍니다.'
라는 기사를 보고는 또 울컥했지요.
'맞아. 나도 수고한거야.' 하면서 제 궁둥이를 한번 툭툭 쳐주기도 하다가,
한편으로는 그렇게 자신의 수고함을 당당히 밝힐 수 있다는 것이,
그만큼 정말로 열심히 살았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에 많이 부러웠더랬죠.
하여간 저도 막걸리 한잔 얻어먹어도 되겠습니까?
올해를 뒤돌아보는 연말이 다가와서인지, 이수정님께서 수고했다며 건네주신
막걸리 한잔에 거나하게 취하고픈 가을 새벽입니다.
(추신) 새롭게 단장한 쑥쑥 게시판에서인지, 이수정님의 이름을 보고도,
' 이 '이수정'이라는 분이 내가 알고 있는 그 '이수정'님이 맞나?' 하고는
꽤 낯설었습니다. 이수정님뿐만이 아니라, 새로와진 환경탓인지 낯익은 분들의
이름도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이수정님의 글을 읽어보니 제가 알고 있던 이수정님이 맞으시더군요.
님의 글은 .......
척보면 압니다.
> 지난 토요일 이사를 했었더랬습니다.
> 그리고는 며칠 쑥쑥을 들어오지 못했었습니다.
>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 사이버 세상에 늘 줄을 그어놓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 며칠동안 알 수 없는 허전함과 궁금함에 시달려야했습니다.
> 신문을 며칠동안 보지 못하는 것보다 훨씬 센......
> 금단 현상같은 정신의 쓸쓸함은
> 낯선 동네로 이사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오랜만에(?)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온 쑥쑥은 훨씬 세련되어졌습니다.
> 히플러님의 가족사진이 걸려있던 작은 개인 홈페이지를 기억하는 저는
> 이토록 반짝이는 이쁜 집으로 변한 쑥쑥 앞에서 한동안
> 길을 잃고 헤매었습니다.
> 아파트 상가를 구경하며 방앗간이며 치과며 세탁소며
> 자리를 기억하는것처럼
> 쑥쑥에도 이것은 여기있구나 , 여기엔 이것이 있구나...... 머리에 새기며
> 여기 저기를 기웃거렸습니다.
>
> 그러는 동안 정말 많은 엄마들이 그 동안 많은 것을 나누어 주셨구나
> 라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졌습니다.
> 짐을 풀면서 아끼던 책 한 권 새로 발견하는 것처럼
> 내가 모르는 쑥쑥의 모습에 이런 것이 있었구나 새로 발견하기도 하고
> 정말 우리들이 이렇게 많은 재.산.을 쌓아놓았던가....
> 스스로 대견스럽기도 했습니다.
>
> 저는 쑥쑥 탄생의 배경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몇 십억씩 들여와 전문가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끌림을 당하는
> 커뮤니티가 아니라
> 자체적으로 엄마들의 힘에 의해 탄생되었고
> 또 그 힘으로 꾸려져 왔으며
> 여기 이만큼 왔기 때문입니다.
> 히플러라는 좋은 반장을 만났것도
> 그외 보이지 않게 고생을 하시는 운영진들을 만난 행운도 있었지만,
> 역시
> 우리가 여기에 오랫동안 머무를 수 있었던 이유는
> 우리 자신처럼
> 쉬다가고, 공부하고, 떠들다가는 많은 엄마들과 함께 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
> 이사를 하고 보니 처리해야 할 일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
> 카드주소변경, 입주자카드 받기, 통장 새로 만들기, 못박기, 우유신청 등등등
> 아마 쑥쑥에서 일을 하시는 많은 분들도 마찬가지실것입니다.
> 이사를 해 놓고 잔치 분위기지만
> 그 속은 라면하나 먹지 못해 허기가 지고
> 눈은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해 뻘겋게 충혈 되었을 것이며
> 무엇보다도 새집으로 이사오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걱정들을 했을런지요.
> 돼지머리 올려놓고 고사를 지내지는 못하지만,
> 수표덩어리를 두툼하게 끼워 넣지는 못하지만,
> 마음으로나마 넘치는 막걸리 한잔 돌립니다.
> 그 동안 너무 고생하셨을 히플러님께 우선 한 잔.....
> 여러 운영자님들게 또 한 잔....
> 그 동안 잘 해온 우리 스스로에게도 또 한잔 골고루 돌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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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저도 한잔 얻어먹어도 되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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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홍똘맘 등록일 2001-11-08 03:48 조회수 1,0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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