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
어제 아이와 함께 스케이트장 가는길에
수능을 마친 아이들을 데리러 온 차들 때문에 길이 많이 막혔었지요.
길이 막혀 느껴진 답답함보다는
시험을 치르고 나온 아이들을 보며 느낀 마음의 '무거움'이 더했습니다.
'정말 애들 많이 썼구나'
'얼마나 긴~ 하루였을까'
왜 그리 안스러운 생각이 드는지......
'우리 딸들에게도 10여년 후에 이런 날이 오고야 말텐데,
그 때는 뭐가 좀 달라져 있을까?, 제발 달라져 있기를......'
이런 생각들을 하며
길가에 서있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새겨 보았습니다.
스케이트장에는 수능을 마치고 온 아이들도 와 있었는데,
그 아이들이
시험이 너무 어려워 중도에 포기한 아이들이 있다는 말을 하는걸 옆에서 듣고
'아, 이건 정말 큰일이구나' 싶었습니다.
요즘 아이들,
당돌하리 만큼 자기 주장이 강한 것 같으면서도
정작 어려운 일이 생기면
문제를 해결하기에 앞서'정신적 공황 상태'(panic)에 빠져 버리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미리내님께서는 그 현장에 계셨으니
얼마나 더 마음이 무거우셨을까요.
우리 아이들이 공부는 그저 그래도 좀 '씩씩한' 아이들이 되면 좋겠다는게
엄마로서의 저의 바램입니다.
미리내님께서도 정말 긴~~~ 하루를 보내셨겠네요.
>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서 왜 우리 두 꼬맹이와 쑥쑥 아이들이 생각이날까요?
>
>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교육부도 수능 시험날은 점까지 봐가면서 잡는다던데...
> 과연 오늘도 춥더군요.
>
> 우리나라에서 제일 중요한 날이라고 해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정도로 모두가 초긴장 상태인 오늘...
> 아마 지금쯤 대부분의 관계자(?)들이 긴장에서 풀려나 허탈함과 괴로움을 안고 여기 저기 흩어져 있을겁니다.
>
> 작년에 수능 시험이 너무 쉬워서 변별력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 하지만 수능 시험을 주관한 대표는 '시험문제는 이래야 한다. 앞으로도 이런 방향을 고수할 것이다'라고
> 큰소리 쳤습니다.
> 하지만 너도 나도 높은 점수를 받아 어디를 가야할지 오히려 우왕좌왕하는 결과를 맞게 되자
> 올 하반기부터 슬며시 올해 수능은 어려워질거라고 말을 흘리더군요.
>
> 그래서....
> 오늘 아이들 모두 충격받고 넉다운 됐습니다.
> 낯선 문제 형식과 교사들이 보기에도 어려운 문제들이 여기 저기 눈에 띄였지요.
> 매스컴에서도 체감 난이도가 가장 높았다...라고 말을 하는 군요.
>
> 아이들이 실험 대상도 아니고 ...입시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 난이도가 이렇게 조절이 안되어 아이들이 휘둘려지는게 참 많이 안타까웠고 화도 났습니다.
>
> 근데 저를 더 당황스럽게 한건 아이들의 태도였습니다.
> 눈에 띄게 긴장하면서 자신감을 잃고 포기하는 아이들이 속출한 것입니다.
> 시험 문제가 어려워진것에도 당황을 할 뿐 아니라 ,긴장을 하는 자기 자신에게 놀라서 그 다음부터는 문제가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울며 나가게 해 달라고 우는 아이들이 생겼습니다.
> 그래서 화장실에 데리고 가서 눈물 콧물 닦아주고 가슴 눌러주고 떨고 있는 손을 잡아주었지요.
> (물론 감독관 감시하에...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이건 중요한 멘트입니다.)
> 겨우 진정시켜 다시 시험장으로 데리고 들어갔건만 여전히 떨기만 하고 결국은 시험을 포기하더군요.
> 그런 아이들이 저희 학교에서만도 몇 명이 나왔습니다.
>
> 긴장은 누구에게나 찾아올수 있고 또 약간의 긴장은 필요한 것일 터인데
> 그 긴장을 이기지 못하는 아이들이 과거에 비해 많아졌다는 것을 느낍니다.
>
> 1교시 제일 처음 실시되는 듣기문제에서 당황한 나머지, 남은 문제를 포기하고 결국 3교시 후 시험장을 뛰쳐나가다가 잡혀온(?)
> 저희 학교 학생이 있었습니다.
> 그 녀석은 성적도 좋고 평소에 성격도 활발하고 낙천적이라고 알고 있던 아이였는데
> 처음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게 너무 놀랬고 그래서 자신감을 잃은 것 같았습니다.
> 그 아이에게 말해주었죠.
> (어차피 재수를 해야 할 상황이니까...) 다음 1년간은 학과 공부도 공부지만 니 마음을 다스리는 공부를 해야할 것 같다고....
> 이번 기회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아마 깨달았을것이고
> 더 깊이 자신을 돌아보면 앞으로 어떤 부분을 채워나가야 하는지도 알수 있을거라구요.
> 그 아이에게는 오늘이 너무나 끔찍하게 긴 하루였습니다....
>
> 상기되어 어쩔줄 모르는 아이들을 보면서
> 전 아직 어린 우리의 아이들이 생각났습니다.
> 쑥쑥과 함께 커 나갈 우리 아이들이 영어나 수학...등 어떤 기술이나 지식을 얻게 되는 것도 좋지만
> 자기 자신을 다스리고 이기는 힘을 스스로 갖추어가는 아이들로 커야할텐데....하구요.
> 그리고 우리가 올곧고 의지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아이들도 줏대있고 의지력을 갖춘 아이들로 자랄텐데...하는 책임감에 다시 한번 더 몸을 떨어보구요.
>
> 여전히 힘겹기만한 입시라는 거인과 그 앞에 선 아이들의 정신적 나약함이.... 답도 구할 수 없는 저를 더 힘없이 만드는 저녁입니다.
> 몸은 피곤한데 왠지 마음이 편히 쉬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
>
>
| [일반][Re]미리내님,저도 어제 마음이 참 무거웠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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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형란 등록일 2001-11-09 09:26 조회수 1,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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