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흥분되서 글이 안써지려고 하는군요.
아나이스님, 그리고 다른 여러 필자분들 정말 속상하시겠어요.
게시판의 글들을 읽고 또 해당 홈피에도 가서 읽어봤는데
이건 정말... 너무 화가 나네요.
저는 그동안 쑥쑥의 글을 그저 읽기만 하는 회원이었습니다.
좋은 글을 보면 저장도 하고
어떤 때는 답글을 달고 싶은 충동도 느끼지만
아직까지 그것들을 제대로 활용해줄 능력도, 여유도 없고,(이건 핑게겠죠)
또 대개는 그저 제 일신상의 바쁜 일들에 쫓겨
아, 쑥쑥에선 이런 일들이 있구나.. 하고 느끼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일은 도저히 묵과가 안되네요.
사실 이렇게 흥분할 일은 아닙니다.
이런 일들이 전에도 있어왔고 또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차분하고 냉정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냥 저처럼 막 열냈다가 시간이 흐르면 잊어버리는 그런 일은 없어야겠죠.)
저는 글 쓰는 사람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면서 뭐, 글 쓴다는 사람 글이 왜 이래라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돈을 받고 글을 씁니다. (번역은 아닙니다. 번역, 그게 얼마나 어려운 건데요)
30여 년 간 이 나라에 살면서 이 나라말을 구사해왔으면서도
글 쓰기는 얼마나 힘든 지 아십니까(제가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건지도 모르지만요)
정말이지 조사하나 토씨하나도 제대로 쓰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없는 시간 쪼개가며 어렵게 쓴 글이
어딘가에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떠다니고 있다면
그건 마치 내 자식을 어떤 사람에게 유괴해서 제 자식인양 행세하는 걸 보는 기분일겁니다.
어느 한 사람만 도용한 것이 아니라 이 사람 저 사람 다 베껴 써서
나중에는 원저자가 누구인지 모르게 될 때도 있습니다.
제가 비유가 심했나요? 하지만 이건 우리나라(다른 나라도 그런 일이 있다고 합니다만)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고, 실제로 당하는 사람의 기분이 그렇습니다.
이 글을 쓰다보니 제가 알던 어느 르포작가분의 일이 떠오르네요.
그 분이 몇 년간 일본에 살며 모아둔 자료를
A가 도용하여 책을 내 일약 베스트셀러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글로 남겨둔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A를 믿고 그녀에게 수다의 형식으로
풀어준 것인데 그걸 A가 자기가 체험한 일인 양 고스란히 가져가 책을 내버린 것입니다.
작가 분의 좌절은 대단했지요. 정이 많아서 다른 사람에게 퍼주기 좋아하고 도와주기 좋아했었는데 믿었던 사람에게 받은 배신의 상처가 아주 컸습니다.
일의 자초지종을 아는 많은 한국과 일본의 지인들이 도와주겠다고 나섰지만
한 일본인 출판사 사장이 이랬답니다.
재판을 하면 승소를 할 수 있지만 시간과 노력이 엄청 들고 그 일이 끝나면 당신은 지칠 대로 지쳐서 다시는 글을 쓰고 싶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그 노력을 앞으로의 글에 바쳐라.
그래서 분한 마음을 접고 다시 글을 쓰고 있지요.
글이 옆으로 샜습니다만, 그렇다고 쑥쑥이 여기서 포기하자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어찌된 일인지 정확히 알고, 차분히 대처합시다.
그리고 우리의 필자들을 우리가 지켜줍시다.
우리 모두가 쑥쑥의 필자가 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우리만의 리그를 만들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좋은 정보는 서로 공유해야 더 좋은 정보가 마르지 않고 터져 나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출처를 밝히지 않고, 원자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는, 막무가내 식의) 퍼 올리기는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 자신부터서두요...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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