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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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아들의 빈자리' 후에 연결되는 내용의 글입니다. 제 아들 자랑이가 Outdoor School에 갔다 온 후의 이야기이지요.
제 아들 생각에, 그저 감기는 걸리지 않아야 하는데..,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아이들이 흠뻑 젖은 채로 활동 하는 것은 아닌지.. 저는 집에서 알게모르게 마음을 졸이고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제 아들은 다른 아이들과 같이 무사히 도착했고, 더 씩씩하고 건강해 보였고, 사흘 전보다 머리도 더 더부룩하니 길어져 있었습니다.
"자랑아, 재밌었니?"
"녜. farming 파트만 빼고 다 좋았어요. 그리고 거기는 눈왔었어요."
"farming part가 왜?"
"동물들 냄새가 너무 지독해서요."
"가서 잘때, 엄마 생각 안 났어?"
"...."
"왜? 엄마 보고 싶지 않았어?"
"......(미안한 표정으로) 잊어버렸어요."
엄마 생각하는걸 잊어버릴 정도로 재미있었답니다. 아이가 엄마 생각에 울까봐 걱정하는 다른 엄마들을 보면서, 우리 아이도 혹시 그러면 어쩌나 아주 적게 걱정을 하긴 했는데..적게 걱정한 만큼만 서운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는 간단한 스넥과 휴식 후에, 지난 주에 끝내지 못한 숙제를 책상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숙제를 하다말고,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이었습니다.
"자랑아, 왜? 숙제가 어렵니?"
"아뇨."
"캠프에서 무슨 일 있었니?"
"아뇨."
"선생님이 하라는 것 안 해서, 혹시 야단이라도 맞았니?"
"아뇨."
"선생님들이나 카운슬러들은 모두 좋았니?"
"예"
"그런데 왜 울어?"
"아무것도 아니예요."
"너 혹시 무슨 일 있었으면, 엄마가 선생님께 물어보면 다 알수 있어. 그러니 할 얘기 있으면 엄마가 화 안 낼테니까, 얘기해라. 자랑이가 우니까 엄마가 어쩔줄을 모르겠네."
"무슨 일 없었어요. 선생님한테 물어 보세요. "
저는 결국 대답을 못 듣고, 아이의 방에서 나왔는데, 궁금해 하던 남편이, 다시 방에 들어갔다가 답을 얻어가지고 나왔습니다. 남편이 언제 자랑이와 그렇게 허물없이 터 놓고 지내는 사이가 되었는지 모르지만(질투^^*), 아무튼 아빠에게라도 말을 한 것이 다행이지요. 이유는 Outdoor School이 너무 재미있고, 그곳에서 같이 지내던 counselor들(고등학교 학생들이었습니다.)이 너무나 그리워서라더군요.
잠을 자는 순간까지, 너무 울어서 코가 막혀 숨을 못쉬면서도 계속 눈물을 줄줄 흘리더군요. 워낙 정이 많고 사람을 좋아하는 아이이기는 하지만, 제 아이를 다시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런 일로 울어본 경험이 없는지라, 아이를 제 경험에 비추어서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정말 새로운 개체로 새로운 인격으로 다시 아이를 바라보게 되었고, 내 아들 자랑이에게 저런 따뜻하고 뭉클한 구석이 있었던가...아! 가슴 한쪽이 뜨뜻해졌습니다. (Nov.29,2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