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5년 이상을 방문교사와 영어를 했다니
어머님과 아이의 끈기에 감탄이 나옵니다.
그래도 아이가 잘 따라와 주었나 봅니다. 보통의 어머님들은 5년 이상씩 선생님을 부르지 못하지요.
단기에 효과를 기대하시다 보니 괜한 선생님과 교재를 많이 바꾸시니까요.
님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뒤로 반보 물러설 수는 있지만 한 보 물러서지는 않는다.
이 말은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다이어리에도 한 번 인용을 했지요. 제가 좋아하는 말이어서 그렇습니다.
아이에게 영어 뿐만 아니라, 피아노 등, 운동이든 무엇을 가르치고 있다가 그만 둘 때 어머님들이 가장 먼저 걱정하시는 부분이
"지금 그만 두면 그나마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 다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아이도 이제는 하기 싫어하고 엄마가 보시기에도 별로 효과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만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큰 이유이기도 하지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한 동안 영어로 말하는 것을 싫어하더군요. 제가 영어로 이야기하면 영어로 하지 말라고 하면서요.
이때가 우리 아이가 40개월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우리 아이는 가끔 저도 놀랄 만큼 영어로 곧잘 말을 했거든요.
그때 저도 고민을 했습니다. 지금 영어로 말하기를 그만두면 그 동안의 수고가 다 헛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요.
그렇다고 영어로 말하는 엄마가 싫다고 하는 데 계속 영어로 말할 수는 없고….
그런데 아이를 보니까 영어 비디오를 보는 것, 영어 그림책을 읽어 주는 것은 좋아하는데 유독 제가 영어로 말할 때만 싫어 하더군요.
그래서 방법을 조금 바꾸었지요.
영어를 당장 모두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제가 영어로 말해주는 부분을 좀 줄이고 영어 비디오 보는 시간과 영어 그림책을 읽어 주는 시간을 조금 더 늘렸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영어를 듣는 것보다 말하는데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영어로 말하든 우리말로 말하든 전혀 개의치 않았습니다. 뭐 틀린 영어를 말하더라도 그냥 내버려 두고요.
지금 45개월이 되었으니 약 5개월이 지났지요.
우리아이는 현재
*영어 그림책 여전히 좋아합니다. 그리고 말하기는 전보다 못하지만 듣기실력은 예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영어로 말하는 것을 불편해 하기는 해도 스스로 영어로 말하려고 합니다.
*그 이전에는 어디에서 들을 문장을 외워서 말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스스로 영작을 해서 말하려고 합니다.
*혼자서 놀 때도 영어로 중얼중얼 합니다. – 제가 못 알아듣는 말이 반 이상입니다만… ^^
*제가 영어로 하든, 우리말로 하든 전과 같이 영어로 말하지 말라는 말은 안 합니다. 이제는 오히려 제가 실력도 딸리고, 아이에게 우리말로 이야기하는 것이 더 재미있어서 우리말 많이 사용합니다.
그러면 제가 조금 물러난 5개월 동안의 대차대조표를 살펴볼까요?
별로 달라진 것 없습니다. 단, 아이가 영어로 말하는 능력이 많이 줄었지만요.
하지만 이것은 이해가 됩니다. 더 어릴 적에는 외운 영어만으로도 말할 거리가 충분했지만 이제는 아이도 그렇지 않거든요. 점차 복잡한 개념도 배워야 하고, 스스로 언어로 정리를 해가자니 부족한 영어로는 힘들었을 겁니다.
제가 뒤로 물러나서 40개월 전보다 한 보가 아니라 말하기가 조금 줄어든 반 보를 잃은 것이지요.
하지만 영어 이외의 것들, 또 영어적인 측면에서 볼 때도 얻은 것이 있으니 어찌 보면 뒤로 물러난 것도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장황하게 왜 우리 아이 이야기를 드렸냐 하면요, 님이 그 동안에 쌓은 아이의 영어실력 모든 것을 잃으실 까봐 걱정을 하시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으로 현재 님이 하시고 있는 방법은
* 방법이 조금 바뀌었을 뿐 아이에게 영어를 계속 접해주고 있다.
* 오히려 아이가 더 편하게 생각하고 재미있어 하는 방법이다.
라는 면에서 과거의 방법보다 더 낫다고 여겨집니다.
단, 아이가 그전에 암기하고 있던 단어와 문장 들은 잊어버릴 수 있겠지요.
하지만 암기한 것은 언젠가는 잊어버립니다.
이런 이유로 암기만으로 외국어를 배울 수는 없는 거지요.
그렇다고 그전에 배운 것 모두 다 잊어버리지는 않습니다.
아이도 모르는 사이에 장기 기억된 것들, 내재적으로 습득한 언어 체계 등은 계속 유지됩니다.
결론 :
너무 조급해 하지 마시고 지금처럼 해주세요. 그리고 아이가 어떻게 변해가는 지 보세요. 아이가 7살이니까 조금 지나 아이 스스로 학습적인 것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그때 가서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시면 되지요.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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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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