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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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5일은 특별한 날입니다.
바로 승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아빠들을 초대해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날이지요.
이 행사는 매년 한 번 있는 것으로 작년에 저도 참석했었습니다.
작년 행사를 기억해보면 아이와 함께 김밥 만들기, 선생님 따라 춤추고 노래하기, 블록 만들기 등이 있었습니다.
작년에 그 곳에 갔다가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은 조금 어린 아이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 울기 시작했는데 아빠가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던 아이가 선생님 품에 가서는 조용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그 아이 아빠의 황당해했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제가 쑥쑥에서 아빠들이 주말에라도 아이랑 놀아주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리는 이유가 다른 데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죽이나 아빠와 함께 한 시간이 없었으면 부모인 아빠보다 선생님에게서 편안함을 느끼겠습니까.. 뭔가 크게 잘 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죠.
승호는 매일 저녁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열 밤만 자면 아빠 오는 날이다.' 하는 식으로요.
그리고, 이번 행사에는 작년에는 없던 프로그램이 하나 더 추가되었습니다. 바로 영어로 하는 연극입니다. 작년에는 승호가 어려서 영어 학습을 받지 않았었지만 올해는 영어 학습을 받는 반이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모양인데 제가 누구입니까? 바로 대한민국 쑥쑥 회원 아닙니까? 안 그래도 어린이집에서 1주일에 두 번씩 하는 영어 교육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했던 차에 조금이라도 그 분위기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기다려집니다.
그런데, 승호는 요즘 매일 밤 어린이집에서 하는 연극 연습을 집에 와서도 합니다.
재미있나 봅니다. 아빠, 엄마와 함께 연극 연습하는 것이요.
승호와 함께 연습을 하다보니 연극에서 다룰 이야기가 바로 '커다란 무' 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이야기 다들 아시죠? 농부가 당근을 심은 후에 수확을 해야 하는데 당근이 너무나 커서 안 뽑혀지죠. 그래서, 할머니, 말, 원숭이, 개, 고양이, 쥐, 그리고 파랑새가 연이어 나와 힘을 합쳐 당근을 뽑는다는 이야기입니다. 연극에서는 원작의 무가 당근(carrot)으로 바뀌었고 등장하는 동물들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뭐 그 이야기 자체가 러시아의 구전동화니까 동물이나 채소는 이야기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겠죠.
승호는 엄마더러 당근하라고 하면서 앉아있게 하고는 자기는 농부(farmer)를 합니다. 뽑으려다가 못 뽑고 넘어지면서 "Oh! No" 합니다. 제스쳐도 적당히 써가면서요. 그리고는 "Horse! Horse! Please, Help me!" 하고 부르지요. 'help' 발음이 제법 원어민의 발음과 비슷합니다. 선생님 발음이 좋으신가봐요. 그러면 제가 '따가닥 따가닥' 하면서 뛰어 나와야 합니다. 이때 실감나게 안 하면 다시 하라고 합니다. 이런 식으로 역할을 바꾸어 가며 여러 동물들의 연기를 골고루 하게 됩니다.
그런데, 승호의 실제 배역은 뭔지 아십니까? 바로 파랑새입니다. 아마도 주요 배역은 6, 7세반 아이들이 맡은 것 같습니다. 마지막에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다른 동물들이 지쳐서 앉아 쉬고 있을 때 파랑새들이 등장한다고 하네요. 이런 노래를 부르면서요.
"Blue birds, blue birds to my window
Blue birds, blue birds to my window
Blue birds, blue birds to my window
뭐뭐뭐..."
맨 마지막 가사는 승호가 하는 노래로는 뭔 말인지 모르겠어요. 아무튼 손짓 발짓 하면서 노래를 예쁘게 잘도 부릅니다. 자기 배역은 여러 마리의 파랑새 중의 하나일 뿐인데 전 배역의 대사 및 몸짓을 다 기억하고 해내는 것을 보면 신기할 따름입니다.
무엇보다도 고마운 것은 이런 연극 연습하는 것이 태어나서 처음이라 스트레스가 쌓일 법도 한데 그것을 짐스러워하지 않고 재미있어 한다는 것이지요. 집에 와서도 엄마, 아빠랑 다시 연습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보면요. 그러고 보니까 생각나는 것이 작년에도 승호는 아빠와의 날에 가면 춰야 한다고 아빠와 추는 춤을 같이 연습하자고 했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그 날 가서도 다른 아빠들은 처음 보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어설프게 따라하던 그 춤이 전혀 낯설지 않았고, 결국 제일 잘 한다는 칭찬까지 들었지요.
12월 15일 토요일... 가서 잘 놀고 또 보고 오겠습니다.
아, 그나저나 캠코더가 없어서 우짜지? 진작 하나 샀어야 했는데요.
승호 아빠 : [email protected]
(승호는 97년 3월생 남자아이로 01년 9월초부터 집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덧붙임) 그저께 마루에서 책을 보고 있다가 문득 승호가 조용하다는 것을 깨닫고 승호 방을 보았습니다. 승호가 침대에 앉아 뭔가를 열심히 보고 있더군요. 그래서, 방으로 가 보았습니다.
"승호야.. 뭐 보니?" "응, 탑 블레이드.." 제가 들여다 보았더니 탑 블레이드 조립 설명서를 보고 있더군요.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방을 나서려는데 승호가 설명서를 거꾸로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림이랑 글자들이 모두 뒤집어져 있더군요.
"야.. 승호야. 너 지금 거꾸로 보고 있잖아?" 했더니 승호는 순간 당황하는 것 같더니 얼른 돌려서 봅니다. 계면쩍은 웃음을 지으면서요. 전 놀렸습니다. 승호를 부를 때 "거꾸로 보는 승호야" 하고 불렀지요. 그러면 승호는 막 뛰어 와서는 내 입을 막더니 "귀찮게 하는 아빠" 라고 대응합니다. "난 내 맘대로 보는데 아빠가 귀찮게 했잖아" 하는 논리를 들이대더군요. "승호야.. 귀찮게 하는 것 싫어?" 했더니 "응" 그럽니다. "그럼, 귀찮게 하는 아빠도 싫겠네?" "응" "결국 아빠도 싫은 거네?" "아니" 그럽니다. (^_^) 글 모르는 승호가 어쩌다 한 번 거꾸로 본 것 가지고 놀리면 안 되는데 재미있는 것을 어쩝니까? 사실, 승호도 글자가 거꾸로 인지 아닌지 정도는 알고 있는데 아마 그림에만 신경을 썼겠지요. '어? 그림이 이상하다' 하고 고민하고 있었겠지요.. 껄껄..
'그래, 귀찮게 안 할 테니 마음대로 봐라.. 거꾸로 보든 제대로 보든 상관하지 않으마. 대신 초등학교에 가서도 그러면 조금 곤란하다'(이상 승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 아들과 함께 영어를 24 : Practising an English dram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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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승호아빠 등록일 2001-12-10 12:29 조회수 1,4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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