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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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ggy.jpg (35.26KB)다들 따뜻한 방에서 이 글 보고 계신 거죠? 좋으시겠습니다.
11월 초에 유아영어게시판에서 좋은 그림을 몇 장 얻었습니다.
바로 날씨를 표현하는 그림 8장이었지요. 누가 주셨는지는 본인이 잘 아실텐데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그 당시 승호는 한창 날씨를 표현하는 영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다 Blue's clues 때문이지요. 10월 18일에 AFN에서 방영된 Blue's clues의 주제는 environments 였습니다. 여기서 이해를 돕기 위해 전에 제가 썼던 Blue's clues 후기의 일 부분을 따오겠습니다.
지구본 속으로 들어간 스티브와 블루는 다양한 기후대의 지역을 가게 되는데 그러한 여행을 안내하는 사람이 누구였죠? 바로 Mother Nature(자연의 여신 이라고 부르면 되겠습니까?)이었습니다. 자연의 여신 모습이 굉장히 재미있었죠? 블루처럼 얼굴이 파란 것이 말이죠.
첫 번째 도착한 곳은 바람이 많이 부는(windy) 초원 지역(grassland)이었구요, 그 다음은 비가 많이 오는(rainy) 열대우림기후(rain forest) 지역이었구요, 마지막은 어디었죠? 그렇습니다. 눈이 많이 오는(snowy) 툰드라(tundra) 지역이었습니다. 자연의 여신은 스티브 일행을 구름을 타고 안내하면서 각 지역의 특색이 뭔지 잘 모르는 것 처럼 얼버무립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외치죠. 어떻게요? 'windy', 'rainy', 'snowy' 이렇게요. 그 때마다 아이들이 생각할 수 있게 화면에는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눈이 옵니다.
재미있는 것은 각 지역의 특색을 설명하는데 있어 정말 신나는 노래를 이용한다는 겁니다. 스티브가 'the great song!' 이라고 추켜세웠듯이 아주 흥겨운 노래입니다. 그 가사를 귀를 쫑긋 세우고 신경 쓰며 들어보면 각 기후대의 특색이 간단하게 기술되어 있음을 알 수 있어요. 그런데 의외로 승호는 두 번 봤을 때까지 자연의 여신과 이 노래가 싫다고 했습니다. 하
지만 다음 주 목요일 새로운 BC가 하기 전까지 계속 보면서 신나게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는 저를 보다 보면 승호도 좋아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여기까지가 따 온 부분입니다. 그 후로 Blue's clues를 몇 번 더 본 승호는 Mother Nature가 부르는 노래를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리게 되었습니다.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어쨌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주 부릅니다. 물론, 가사를 정확히 구현하지는 못하고 주로 얼버무리다가 'windy' 부분만 정확하게 하는 편이지요.
그런 상황에서 날씨를 표현하는 그림을 발견한 저는 아이디어를 하나 냈습니다. 사실, 많은 어머님들께서 이미 아이들 교재를 직접 만들어오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 자랑할 거리는 못 되지만 저희 집에서는 아이 교재를 직접 만들어주는 일이 없었거든요. 노력도 없었지만 그럴 정신적/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마음 편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의 아이디어는 간단합니다. 8장의 그림을 하나로 묶어서 승호 방에 걸어두고 승호가 어린이집에 다녀오면 오늘 날씨가 어땠는지 물어본 후 그 날씨를 표현하는 그림을 찾게 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승호가 제대로 찾으면 그것을 다시 방에 걸어놓는 것이지요. 이걸 매일 하다 보면 날씨를 표현하는 단어와 친숙하게 되고 그와 관련된 질문과 대답의 유형을 익히게 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한 것입니다. 한 마디로 weather calendar를 만들어서 놀자는 것입니다.
8장의 그림은 다음과 같은 날씨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sunny, warm, hot, cool, cold, rainy, snowy, 그리고 windy입니다.
이 중에서 승호는 Mother Nature가 부르는 노래에서 자주 등장하는 rainy, snowy, 그리고 windy와는 이미 상당히 친숙해져 있는 상태였고 나머지에 대해서도 어린이집에서 한 번 정도는 들어 봤었을 것입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cloudy가 없다는 것입니다. 흐린 날이 꽤 많은데 말이죠. 그리고, cool의 경우는 낙엽과 코트 입은 아이가 등장하는 그림인데 승호가 그 그림을 통해 '서늘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네요.
자, 이걸 가지고 어떻게 만들까 하고 궁리하고 있었는데 마침, 책상 위에 놓여있는 탁상 달력이 보이더군요. 순간, "이거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을 인쇄해서 달력에다가 한 장씩 붙이는 것입니다. 달력의 12장 중에서 4장은 떼어버리고 나머지 8장에다가 날씨 그림을 붙이기만 하면 훌륭한 weather calendar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밑의 달력 그림이 비치지 않게 종이를 덧 대고 인쇄된 그림을 칼로 잘라 풀로 붙이는 일은 승호 엄마가 해주었습니다. 승호 엄마는 워낙 이런 일에는 이골이 난 사람이라 전 손가락 하나 까딱 할 필요가 없었지요.
이것을 만들고 난 후부터 퇴근해서 "What was the weather like?" 하고 제가 물으면 승호는 열심히 페이지를 넘기지요. 그러다가 "오늘은 맑았어" 하면서 태양이 있는 그림을 선택합니다. 그러면 전 이렇게 외치지요.
"Sunny! It was sunny."
물론 짐작하시는 대로 승호는 처음에는 영어로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가다 자기가 잘 아는 windy가 나오면 따라하는 경우가 한 두 번 있었을 뿐이죠. 그런데, 최근에는 sunny 정도는 영어로 대답하더군요.
매일 하다 보니 의외로 겨울인데도 승호는 꽃과 나비가 있는 'warm'을 선택할 때도 있었습니다. 아마 날씨가 따뜻했다고 느꼈는가 봅니다. 그리고, 11월에 며칠간 안개가 짙게 낀 날이 계속된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승호는 엄마에게 왜 안개 낀 날은 표시할 수 없냐고 하면서 만들어달라고 졸라댔지요. 시달리던 승호 엄마는 기존의 파일 중 'cold' 파일을 가지고 포토샵을 이용해서 안개 낀 날도 만들었습니다. 'foggy'라고 써서 말이지요. 색깔 같은 것을 선택할 때 승호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음은 물론입니다. 그래서, 우리 집 weather calendar는 현재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더 늘어날지도 모릅니다.
자, 승호 엄마가 만든 foggy 그림을 보실까요?
위 그림에서 9990은 진짜 우리 차 번호입니다. (^_^) 아마 승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외운 숫자가 9990일겁니다. 그 다음이 우리 집 전화번호구요.
우리 부부가 처음으로 승호를 위해 직접 만들어준 장난감 'weather calendar', 별 것 아니지만 보고 있으면 그저 뿌듯합니다.
그제는 sunny, 어제는 rainy를 선택한 승호가 오늘은 cold를 선택할까요, 아니면 그냥 sunny를 선택할까요?
승호 아빠 : [email protected]
(승호는 97년 3월생 남자아이로 01년 9월초부터 집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덧붙임) 지구의 날씨라는 것이 참 다양하고 나름대로 특징이 있습니다. 해가 짱짱한 날은 햇빛이 따뜻해서 좋고 바람 부는 날은 시원해서 좋고 하는 식으로 다 개성이 있지요. 전 비오는 날도 좋아하는 편인데(물론 매일 오면 지겹지요), 특히 비 내리는 소리를 좋아합니다. 비 소리를 들으면서 잔다고 창문 열어놓고 자다가 감기 걸린 적도 몇 번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다 보니 비 소리와 관련된 우리말의 의성어, 의태어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문득 영어로는 비 소리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궁금해지네요. 그나저나 Donald Crews의 Rain을 산다 산다 하면서도 못 사고 있는 것이 벌써 몇 개월째네요..
아들과 함께 영어를 25 : A weather calend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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