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후면 세 돌이 되는 저희 아이도 한때 그랬던 적이 있는데,
몇 개월 때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네요...
아무튼 우리말 실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때여서 그 시기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저는 아이가 원치 않을 땐 영어를 들려주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워낙에 제 고집이 강하지 않고 적응이 빠른 성격인데 그 탓인지
이 시기가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고, 저도 특별히 힘들었던 기억은 없네요.
아이들이 영어를 거부하는 이유를 저 나름대로는 이렇게 보는데요,
1. 주변 사람들 가운데 '엄마'만 영어를 쓴다.
2. 그리고 엄마는 '나'에게만 영어를 쓰고 영어로 말하라고 한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엄마가 영어를 쓰는 걸 당연하게 여기다가
좀 더 자라면서 환경을 살펴보니 위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거죠.
아마 엄마 외의 다른 사람도 우리말과 영어를 혼용한다면 아이는 그걸 당연하게
여기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부터는, 막말로 엄마만 입 다물어주면
평화(?)가 오리라고 생각한다고 할까요?
동생이 있는 경우는 큰 아이에게 해줄 영어를 작은 아이에게 해주는 것처럼 들려주면
거부감은 거부감대로 느끼지 않고 영어는 영어대로 계속 접할 수 있어 이 시기를
넘기는 방편으로 종종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저희 아이처럼 동생이 없다면 해당사항이 없겠죠?
그럼 꿩 대신 닭이라고, 아빠나 다른 가족의 도움을 좀 얻을 수도 있겠네요.
저희 남편은 워낙에 조기영어 반대론자라 거의 협조를 안해주다가 요즘서는
가끔(아주 가끔) 책도 읽어주고 질문도 던지고 하는데요,
아빠께서 이렇게 해주실 용의가 있다면 좋은 해결사가 돼주실 수 있을 것 같구요,
그렇지 않으시더라도 엄마가 하는 영어를 들어주는 모습만 보이시는 걸로도
아이의 거부감은 어느 정도 해소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까 제가 아이의 입장에서 영어에 대한 거부의사를 표현하는 원인을
나름대로 정리해봤지만, 이 외에도 우리말의 '즐거움'을 한창 만끽할 나이이기도
하다는 점 역시 유념하셨으면 합니다.
나날이 새로운 표현들을 익히며 전과 달리 귀와 입이 트이는 신나는 경험을
하고 있는 아이에게, 영어를 강요하거나 아이가 하는 우리말에 맞장구를 쳐주지
않거나 하는 건, 자칫 아이의 풍부한 감성과 표현력 등의 밑바탕을 부실하게 할 수도
있어 결국 영어의 뿌리까지도 흔들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우려해봅니다.
지금의 상황을 너무 심각한 '사태'로 받아들이시지 않고 당연한 과정, 별 것 아닌
현상으로 받아들이시고 느긋하게 대처하시는 엄마의 마음가짐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달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신다면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 같네요.
쑥쑥몰
> 
최신
이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