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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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날에 집집마다 산타가 잘 다녀가셨는 지요?
저희 집엔 하루 늦게 오셨답니다.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산타가 24일 밤에는 오지 않으셨어요.
근데 그날 저녁에 제 아이(이제 곧 8세가 됩니다)가 마루의 찻상에다가 산타를 위한 상을 차려 놓았었더군요.
과자 한 그릇, 과일 한 접시, 다 녹은 아이스크림, 롤 케잌, 그리고 와인 한잔.
(전 감기에 걸려 일찍 자는 바람에 그 다음 날 보았답니다.ㅠ.ㅠ)
새벽 3시경까지 상을 차렸대요. 방학을 맞아 놀러 온 사촌언니와 함께.
다음 날 아침에 일찍 일어 났는 데 산타가 오지 않은 걸 알고 많이 실망하는 눈치였습니다.
"오늘 밤에 다시 오실꺼야"하고 위로를 해 주었죠.
(솔직히, 저는 가끔 산타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아이가 상까지 차려 놓고 산타를 기다렸다는 게 좀 마음에 걸리더군요)
며칠이 지난 오늘 아침에 서로가 캐롤송을 영어로 부르는 데 'Santa Claus is coming to town'그 노래였습니다.
이때다 싶어서,
"그 노래를 우리말로도 불러봐" 했지요.
아이가 부른 노래의 우리 말 가사 중에서 "우는 아이들에겐 선물을 안 주신대"하는 대목을 가리키며,
"네가 이번 크리스마스에 하루 늦게 선물(책)을 받은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했습니다.
서로가 씨익 웃으며..."아무래도 아빠가 주신 것 같아"합니다.
그러면서, "왜냐면, 산타는 포장도 예쁘게 해 주시는 데 이번 선물은 무슨 내복 포장지(사실은 백화점 포장지) 같은 거였잖아. 그리고 TV에서 그러는 데... 5살 미만의 아이들만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믿는 대."
"그래서? 넌?"
"중간이야."
"산타가 있다고 믿는거야, 아님 없다고 믿는 거야?"
"중간이라고."
그러더니 또,
"근데 엄마 한가지 아쉬운 게 있는 데..., 산타 할아버지가 오신 날(우리집은 26일)은 내가 상을 안 차려서 그게 좀 아쉬워. 그 전 날은 내가 상을 너무 오래 차려서 기다리다 지쳐서 가셨는 지도 몰라, 다음엔 빨리 차려 놓고 일찍 잘꺼야."
"그래...네가 너무 늦게 자니까 기다리다가 그냥 가셨는 지도 모르지"
또,
"근데 엄마, 한가지 궁금한 게 있는 데 산타는 사람이야, 외계인이야?"하고 묻더니 제 대답은 기다리지도 않고 혼잣말처럼 말합니다.
"아마 귀신일지도 모르지. '하느님'도 안 보이는 귀신이잖아...."
아이는, 산타가 있다고 생각하다가도 없다고 생각하다가도 하면서 오락가락 하더군요.
우리 집 산타는 왜 장난감을 안 주실까...산타는 한 명 뿐인데 다른 집은 다 주면서 우리 집만 장난감을 안 주시는 게 이상하다...하면서, '해리포터 마법의 공'을 달라고 산타께 빌었던 소원이 들어 맞지 않았다는 게 아무래도 속상한 눈치입니다.
얼마전에 아빠를 졸라, 이미 품절됐다는 탑블레이드 팽이를 직원이 다시 가져올 때까지 몇 시간동안 기다려서 간신히 사 가지고 와서는 조립도 안하고 내버려두었으면서요.
산타가 우리 집에 하루 늦게 온 것을 아이가 마음에 두고 있지 않은 것은 다행이구요...
산타가 있건 없건,
산타의 선물의 의미를 아이가 생각해 주었으면 합니다.
갖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지 어떻게든 가지려고 하지는 않았음 좋겠구요.
만약 소원이 들어지지 않았다면 그 이유가 분명 있을꺼라는 생각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 크리스마스 그 이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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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서로맘 등록일 2001-12-29 12:28 조회수 1,2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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