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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어느 날에

글쓴이 하니비

등록일 2009-10-09 01:17

조회수 3,801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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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은 우리 애들 중간고사를 보는 달이다.

아이들은 최선을 다하고 성심껏 뒷바라지를 해준다.

뒷바라지라는 것이 자신감을 주고 특별 간식을 해주며 깨워달라는 시간에 깨워주는 일이다.

작년까지 아이들 시험은 나의 고통이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정말 오랜 세월 고생했다.

아이들 시험기간 밥맛도 좋고,인터넷도 한다.살다보니 세상에 이런 날이 오네.

일체의 즐거움에서 멀리 떨어져 함께 고통에 동참했던 순간들이 있었던가.

 

큰아이는  시험기간 없이 시험을 자주 보는데,그래도 10월 말이면 끝난다고 한다.

축제기간과 시험이 어우러져 있다.요즘은 축제하다 도서관가서 공부하고,뭔가 이상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 아름다운 가을의 토요일 오후 시험을 본다는 것이다.요즘 대학은 예전과 다르다.

500쪽씩 6과목을 볼 뿐...이라고 문자를 보낸다.등수에 적응이 심하게 된 아이는 지금도 통계시험을 보면

몇명중 몇 등 했다고 문자를 날린다.정말 요즘 대학생은 만사에 순위를 매긴다더니...ㅎㅎ

수학과와 물리학과 학생들 사이에서 좋은 성적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자랑한다.

어느 때는 전공이 경영인지,수학인지...경영학자가 되기에 가장 우선되는 조건은 '수학'이라고 한다.

어제는 축구공위의 수학자 '강석진교수님'의 겨울 계절학기 수업을 듣기위해 책을 준비헀다고 한다.

아,,,우리 어릴 때 강석진 교수님 책 함께 읽으며 감탄을 하곤 했는데...

'쑥'에서 강의 하신 후기를 이야기 해 주었다.

정말 아이들은 빨리 자란다.

 

작은 아이는 오늘 시험이 끝난다.

추석에도 하루도 쉬지 않고 열공모드

형이 해주는 이야기에 자극도 받고 큰 동기 부여도 받는다.무서운 '근성'이 생긴 것이다.

중학교 공부는 암기력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물론 선이해 후암기..

엄청난 지식의 양에 놀랐다.생물이며 사회과목 내가 다시 태어나 공부해도 그 세세한 내용까지

모조리 완벽하게 암기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그러나 우리 애는 노력해서 해내고 있다.

독서,독서...아.독서 정도로 해결이 될까?

 

이번 중2 도덕 시험에 어려서 영어책에서 읽었던 'The Many Lives of Benjamin Franklin'이야기가

나온다.그 긴 이야기를 이토록 축약해서 정리해 놓았구나...삶의 철학은 근면이며 신이 가장 좋아하는

봉사는 남에게 '선'을 베푸는 일, Aliki의 글에서는 이런 이야기는 없었는데!

어려서 먼나라 이웃나라, 세계역사이야기.한국사이야기,지도가지고 그렇게 놀더니 사회를 쉽게 배운다.

생물 단원 신경계,식물의 특성 정말 외워야 할 내용이 그렇게 많을까....

하지만 기특하게 싫증내지 않고 꼼꼼히 공부한다.큰아이는 암기력이 없어 무던히도 고생했는데..

과목당 3,4권 문제집을 보면서 저 문제집이 모두 책이라면..이라는 생각도 잠시해 본다.

그러나 결국 공부는 이해와 암기를 통해 시험으로 지식이 완성된다는 생각이 든다.

시험을 싫어하는 사람이지만,이제 시험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는다.

영어문법도 혹독한 시험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맨날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처럼

이제 시험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중학교 시험이 암기라지만 ,수능은 통합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니 얼마나 다행인지...

 

어제는 송교수님의 8th 개인전이 시작되는 날이었다.오후 6시 갤러리에 초대받았다.

남편을 통해 초대장을 보내 주셨지만 참석하지 못했다.

아,,,나는 아직도 자유부인이 아닌거야.

요즘 시험기간이라 저녁 시간도 한가로운데...

언제 쯤 한가롭게 훨~훨 날아다닐 수 있을까?

다음주 보라색 국화꽃 한다발을 가지고 찾아뵈야겠다.

<예술> 이라는 것 오랜시간 잊고 지내왔구나.

젊은 시절 음악회도 자주가고 인사동 갤러리도 자주 찾곤 했는데...

나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계시는 분의 일상이 궁금하다.

이번 개인전을 위해 여름내 흘렸을 송교수님의 땀을 생각해 본다.

 

하늘이 파랗다.구름도

10월 하늘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어느 분이 미국유학가서 공부에 빠진 나머지 집앞에 나무도 보지 못하고 사셨다는데

나도 참으로 여유없이 살아왔다는 생각을 했다.

5분거리 성당을 걸어다니며 하늘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작년 큰아이 100기도와 매일미사를 다니며  눈부신 하늘과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 시험이 끝나면 우리집은 축제 분위기가 된다.

최선을 다한 아이들에게 결과는 묻지 않는다.

아..10월 말이 되어야겠네.

집안이 떠들썩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고 유행에 맞추어 아이들 옷도 사주고 싶다.

버버리에 스카프가 옷장에서 기다리고 있다.

함께 외출을 하고 싶어할 것이다.

 

평범하고 소박한 행복

그것은 하루하루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 살다보면 언젠가 말없이 내 곁에 와 있는 것이다.

행복한 10월의 어느 날을 맞이하기 위해 스무번 가까이 되는 10월의 날들을 최선을 다해 살어온 것이다.

 

김동규님의 '10월 어느 멋진 날에' 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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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이맘 2009-10-17 11:03 

저희집도 얼마전에 시험이라는 동굴을 통과했지요.

비록 학년은 어리지만...그래도 힘들게 공부하더라구요.

그래서 시험이 끝났을때는 그냥 푹 쉬라고 두었습니다.

 

10월...찬바람이 부는 계절이라 쓸쓸함이 묻어나는데..

요새는 아이들덕에 시험이 먼저 떠오릅니다.

위니 2009-10-10 19:20 

우아한 가을 여인이 떠오릅니다 ^^  

야옹맘 2009-10-10 01:39 

최선을 다하는 하니비님의 하루하루를 읽고 있노라면

항상 나 자신을 반성하지요.

가족분들 모두 즐거운 시월 보내시길...

멋진 버버리와 스카프를 두른 하니비님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숲속으로 2009-10-09 22:46 

하니비님

글을 읽다보면,,,가려운 곳이 사사삭 ,,,,시원함을 주는군요.

 

전 참 부족한 엄마였거든요.

기출문제 뽑아줘~ 해서,,, 시험 전날에서야  겨우  뽑아다 주었지요.

 

울 아들은 참 심플합니다.

엄마가 도덕은 문제 안풀어도 된다 해서,,,

시험전날에서야 보니

문제집이 하얗더군요.

 

아이의 의지와 욕심만 믿고 있을때가 아니라는 것,,,

이번 시험을 치르면서야 느꼈답니다.

 

이런 와중에

하니비님의 글이 단순 성적 향상의 비법만 담은 것도 아닌데,,,

그 정성과 집중하시는 모습에,,,

저에겐 구체적인 플랜이 나오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글 잘 읽고 갑니다.

꾸벅~

 

 

야옹맘 2009-10-10 01:33:19
제 기억으로는...울 아들 도덕 공부하는 거 봤을 때 상당히 외울 게 많았던 것 같은데요^^;;
다음 시험에는 문제 안풀어도 되는 과목은 없다고 말씀해 주셔야 할 듯 해요.
숲속으로님의 댓글보고 미소짓고 갑니다 ^^
노력하자. 2009-10-09 13:55 

항상 하나비님 글은 긴장감과 함께 마음의 휴식을 줍니다.

저도 하나비님처럼 열심히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조금뒤

이런 여유와 아이의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볼수있기를 기대합니다.

공부는 아이가 하지만 공부하는 아이뒤에는 항상 부모 가있다는걸

하나비님 글속에서 찿고있네요 ~

하니비 2009-10-09 01:36 

어머 뭔가 바뀌었네요.

이젠 칼럼쓰면 자동으로 게시판으로

엉엉...개인 일상사 이야기는 나만의 공간에 쓰고 싶었는데.

나도 비밀을 가지고 싶어.ㅠㅠㅠ....

하늘공원 2009-10-09 08:06:17
아니어요. 하니비님. 이 계절에 어울리는 촉촉한 글이에요. 저도 '엄마' 좀 벗어나려 했는데 다시 묶이고 말았어요. 다시 하니비님이 생각나 쑥쑥에 들어왔는데 좋은 글 접해서 좋아요. 요새 아이 진로와 관련하여 머리 속이 실타래처럼 얽여버렸거든요. 님의 글 읽으며 큰 그림 그려야겠다는 '엉뚱한' 정리를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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