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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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이도 종종 영어도 우리말도 아닌 제 3의 언어로 떠들어대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꼭 영어를 접했기 때문만은 어닌 것 같네요.
물론 다른 두 가지 소리를 경험했기 때문에 이도저도 아닌 소리를 내게
됐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아이들은 다들 알아들을 수도 없는 말을 '씨부렁'대지 않던가요?
저는 놔둡니다.
그것도 아이 나름의 즐거운 놀이인 거겠지요.
말이 됐든 안됐든
따라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창조해내는 제 삼의 언어를
영어에 혹은 우리말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해서
굳이 막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거기엔 듣는 어른들은 알 수 없는
아이만의 많은 의미들이 담겨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그리고 특히나 영어책을 보면서 그럴 때는
저는 일견 기특하기도 합니다.
그걸 영어로 좔좔 읽어내고픈 아이의 왕성한 욕구로 보이거든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이가 그걸 제대로 읽을 수는 없는 일...
그렇다고 틀린 말이라고 막아야 할는지요...
저는 심지어 아이의 그런 씨부렁거림에 동참하기도 합니다.
한번 해보세요. 정말 재밌어요.
말이 통한다니까요.
예를 들어, 주변에 있는 책 하나를 집어 들어 가리키며
%$#&^*@##!...?
하고 의문문처럼 말꼬리를 올려 물으면
(이 책 읽어줄까? 혹은 이 책 좋아? 뭐 그런 뜻인 거죠),
아이는 고개를 흔들며 역시 씨부렁대고는
다른 책을 집어들죠.
(자기는 그게 좋단 뜻이겠죠.)
그리고 저희는 가끔 가족이 사투리를 쓰기도 합니다.
남편이나 저 모두 서울 출생이지만
시아버님이 전라도 분이시고,
전 외가가 경상도라
주워들은 풍월이 있어 대충 비슷하게 흉내는 내거든요.
아이가 처음 제 경상도 사투리를 들었을 땐
잠시 의아해하며 저를 빤히 보더라구요.
그러더니 계속 이어지는 제 사투리에 배꼽을 잡고 웃네요.
그러면서도 완전히 낯선 언어가 아니라
잘 들어보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을 수가 있다는 걸 이내 알고는
대답도 하고... 좀 익숙해져서는 어설프게나마 흉내도 내곤 합니다.
경상도 사투리, 전라도 사투리, 옌벤 사투리...
개그맨들 특유의 말투...
우리말과 영어만 하라고 있는 입은 아닌 것 같아요.
눈에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도 않지만
인간이 낼 수 있는 소리는 정말 재미있는 장난감이 될 수 있지요.
물론, 증세가 심할 땐 적절히 자제를 시켜줄 필요도 있겠지요.
예를 들어, 빨리 밥 먹고 옷 챙겨입고 나가야 하는 상황인데
아이가 계속 그런 씨부렁거림으로 일의 진행을 방해한다거나...
중요한 얘기를 전하거나 답을 요구하는데도
장난식으로 계속 그렇게 나온다거나 하는 경우 말이에요.
도움이 되셨을지...
물론 지극히 제 주관적인 얘기였습니다.
언어학자들이 들으면 뭐라고 하실지...
(참고로 제 아이는 만 36개월입니다.
사투리를 처음 들려준 것은 3,4개월 정도 전이었던 것 같구요.)
-깐돌엄마-
| 마음껏 즐기고 씨부리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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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깐돌엄마 등록일 2002-01-12 03:40 조회수 1,16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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