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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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계절 오월이구나.
오늘 요한이 중간고사 끝나고...너 중학교 때
중간,기말 참으로 힘들게 했는데...넌 졸업했지만
엄마는 아직도 많이 남았다.어떻게 견뎌내야 할지.
이제 엄마도 오월의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카르페디엠)
학점의 노예로 살아가는 네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는데
지난주 서울대 학부모 모임에서 학부모들 항의를 보며..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후기를 읽었어...
세상은 살기 좋아졌지만 어려운 세상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학점의 노예로 살아가는 대학생의 모습은 비단 서울대생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세계적인 추세라고 학교측에서 말했단다.개선하겠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지.
교수의 특별한 권한이기도 하고...
그저께는 PT준비로 밤을 세우고 일어나다가 쓰러져 침대 모서리에
발가락을 부딪쳐 인대가 늘어났는데, 수업도 빠지지 않고 진통제를 먹고
다음날 수학시험 때문에 버틴다는 네 모습을 보며,여려서 부터 보이던
너의 승부근성과 성실함에 두손을 들어버렸다.오늘은 학교병원에서 붕대 감았냐?
넌 어려서부터 4,5월에는 발에 붕대를 감았다는 기억에...ㅠ
국내 최연소 텝스 최고득점자 (아직 만점이 없지?) D외고출신 인문대 블루체리양도
자신의 대학생활이 너무 불쌍하고 전공진입 걱정을 태산같이 하는 모습을 보며
내 아들만 고달픈 이시기의 대학 1학년생을 보내는 것은 아니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넌 전공진입 걱정은 없잖아..정말, 작년에 그토록 고집을 부리더니,정말 다행이다.
공부가 힘들어서 진로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아야겠다는 네 의견에 아빠는
고개를 절래절래...옆도 뒤도 돌아보지 말고 공부해야 한다고 하신다.
경영학이라는 학문이 세계적으로 수요는 많고 공급이 적다보니 공부를 계속하면
큰 메리트가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그만큼 고난의 길이기에 엄마는 무슨 말을
할 수 없구나...그렇다면 외국말고 국내에서 박사를 하면 어떻겠니? 요즘 설대에서 박사하고
국내는 물론 홍콩등 외국으로 임용되는 선배들도 많다고 하던데...설경 교수님들은 백퍼 미국박사ㅠ..
네가 원하는 대학의 어드미션을 받으려면,고3같은 대학생활을 보내야 하기에 엄마 마음이..ㅠ
아...정말로 이 엄마가 대학까지 간 아들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너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하지만, 왜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까...부자집 친구들 영향?
엄마 생각에 '교수'라는 직업은 신이 내린 직업이란 생각이다.
교수임용이 세상의 뜬 구름잡기라고 하지만 아빠 말로는 길이 있는대로 똑바로 가면 된다고 하셔.
몇일전 학점 문제로 아빠와 채팅하는 모습을 보며... 넌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비록 네 마음과 생활속에서는 지옥과 천국을 왔다갔다 하겠지만...
네 공부하는 모습을 보며 엄마의 대학시절이 생각난다.부끄러울 뿐이고,다시 그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너 처럼 중앙도서실 3열에서 김밥과 빵으로 허기를 달래며 공부하고 싶다.
공부할 수 있다는 것도 선택받은 사람의 권리이다.원하는 자리에서 공부하고 싶어 이 아름다운 봄날
자신의 의지를 다시한번 불태우는 친구들도 있지않니?
요즘 설경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 걱정도 된다.이기적이고 계산적이고 우월주의...
어떻게 생각하면 네 모습과 성격이 아닐까? 하는 걱정.최고가 아니면 옆도 돌아보지 않는...
너희 과티 소매에 겸손이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더군,명심하라구...
엄마는 작년이 오히려 행복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일까?
작년에는 오로지 하나만 생각하면 되었는데,지금은 우주전체(?)를 생각해야하니...
내년 아빠 안식년 문제도 있고...아빠도 쉬어야 하고 너희들 교육도 적기를 맞추어야 하고...
너 5,6학년 때 미국가서 공부하자고 많이 졸랐는데...
엄마는 뭐든 육감에 의해 쉽게 결단을 내리는 성격인데...쉽지 않다.
솔직히 요즘 힘들구나...남들은 모두들 부러워하는데.
아들이 크면 엄마의 애인이 된다던데......
아,오늘 너와 만나서 맛있는 것도 먹고,옷도 사주고 싶다.
자식이란 뭘까...
너와 요즘은 이야기가 통하지 않아서 별로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
우리 어릴 때 토론하다 지면 울기도 했고,브레인스토밍도 많이 했는데,공룡때문에 엄청 울었잖아 ㅋㅋ
이제는 도대체 당할 수가 없구나...
아빠와도 말이 잘 통하지 않구...
그래서 나이가 들면 친구가 최고라는 말을 하는가 봐...
오늘 너와 문자질을 수십통...그래도 멋을 부리고 싶다니 마음에 여유가 생긴 것 같아 다행!
아들과 실없는 소리로 문자질하는 그 즐거움 누가 알까? 엄마도 대학 1학년생이 되는 기분.
넌 다리통이 굵어서 스키니진은 별로...렌즈끼면 상금준다.얼마나 불편한지 알어?
너무 학점의 노예가 되지 말아라...
아름다운 오월 젊음을 만끽하고 아름다운 청년으로 살아가기 바란다.
이번 어버이날에도 편지 보낼꺼니? 일년 하루하루가 어버이날이라고 쌩 거짓말을 하는 녀석아..ㅎㅎ
성모님의 달 오월 첫째날에.....
하니비 
누군가 스무살이라고 하면 얼굴을 빤히 쳐다보게 된다. 스무살이라니! 세상에 스무살이라니. 생김새와 상관없이 다 예뻐 보이고 어깨를 두들겨 주고 싶고 ‘참 좋겠다’하는 마음이 진심에서 우러나온다. 스무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이제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들은 자기네가 지금 인생에서 얼마나 찬란한 시기에 이르렀는지를 모를 것이다. 스무살이란 나이를 생각하게 되는 것은 그 나이를 살고 있을 때가 아니라 지나온 후이니까. 이십년 전에 스무살이었던 사람이나 삼십년 전에 스무살이었던 사람들은 한결같이 스무 살을 말할 때면 ‘아, 스무살’이라고 말하게 되어 있다.
내가 스무살이었을 때 나는 한국문학 전집 60권을 읽었다. 가족 중 유일하게 돈을 벌고 있던 사람이 내게 대학 입학 선물로 무엇을 사 줄까 물었고 작가가 되기를 꿈꾸며 하루에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보내는 날들이 수두룩했던 나는 대답도 짧게 ‘책’이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생긴 미색 표지의 60권에 담긴 한국문학을 섭렵하는 일로 스무살을 시작했다. 꼬박 삼 개월이 걸렸던 것 같다. 낮에도 내 방의 유리창에 검은 도화지를 붙여 밤처럼 해 놓고 읽었다. 다 읽고 나니 이렇게 봄이 왔었다. 60권에 담긴 한국문학의 힘이었을까. 스무살이 되기 전에 안 봐도 될 것을 봐 버렸던 탓에 두려움이 실려 있던 내 눈이 싱그럽게 찾아온 봄빛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60권에 담긴 식민지시대부터 1970년대 말까지의 사람들을 비록 작품 속에서지만 삼개월 동안 만나고 나니 뭐랄까, 든든한 빽을 얻은 듯 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라고 여겨졌던 것이 그럴 수 있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지금도 나는 스무살을 생각하면 내 눈 속으로 그 깨알 같던 활자들이 쏟아지곤 한다.
지금 스무살이 된 대학 새내기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하려고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게 아니다. 책이란 영화와 달라서 어느 날 갑자기 읽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책읽기는 어느 정도, 아니 거의 습관이다. 시간을 내서 읽는 게 아니라 늘 읽는 것이다. 늘 책 읽는 사람이 되려면 상당 기간 책과 함께 친해지는 습관을 먼저 들여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야기가 자꾸 엇나가는데 내가 마흔이 지난 후 나의 스무살을 생각해 볼 때 내가 가장 잘한 일은 상황 때문이기도 했었지만 어쨌든 한국문학 전집 60권을 읽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에겐 그 이후 시간들의 눈 밝은 안내자였다는 얘기를 하려고 했다.
스무살이란 나이는 모든 것을 향해 열려있는 나이다. 사람을 만나든, 악기를 배우든, 책을 읽든, 여행을 가든, 어느 한 가지도 그냥 지나가지 않고 마음에 각인되고 기억으로 저장되는 나이다. 그러니 기왕 무엇을 할 것이라면, 또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이미 정해진 행운의 스무살이라면, 그 꿈의 기본이 되는 것을 내 것으로 흡수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 시간이 쌓이면 그 시간들이 안내자가 되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지도를 만들어 줄 것이다. 먼 훗날 자신의 스무살을 생각했을 때, ‘그때 나는 무엇을 했었다’ 고 뚜렷하게 말할 수 있게 되기를. 그리고 그때는 스무살 때 꾸었던 꿈을 이루거나 그 가까이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