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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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을때는 운전면허를 딸 생각조차도 안 했습니다. 7년전, 캐나다 땅을 밟으면서, 이 넓은 땅을 찾아 다니려면 운전을 해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영어로 말도 잘 못하는 제가, 운전이라고는 생짜 초보만큼도 모르는 제가, 필기시험을 보고 첫번째 낙방후, 두번째에 합격을 했습니다.
머릿속의 지식대로 몸이 따라주지를 않는 바람에(선천적인 운동신경 둔감증으로 인해),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지요. 남편이 열심히 서포트를 해준다고, 그리고 영어를 빨리 배워야 한다고, 본토인 운전교습 선생과 예약을 해 주었습니다.
'제 아내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참나, 틀린말은 아니지만, 왜 그리도 서운하던지..)
그런데, 그 선생말이 더 기분 나빴지요.
'저는 귀머거리도 운전을 가르쳐서 붙여놨습니다.'
해서, 한시간에 교습비가 50불이라 하더이다. 그때는 그게 원래 가격인줄 알았지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특수장애자(?)에 대한 가격이더군요. 처음 한시간을 배웠는데, 나이가 지긋한 이 백인 선생은 참 잘가르치긴 하더군요. 첫 시간 교습을 하고나서 그 분의 하는 말씀이, '아주 아주 많이 많이 연습해야겠습니다.'였습니다. 그게 7년이나 될 줄이야..
그 할아버지는 너무 비싸고, 혹시 한국인이 하는 운전학교가 있나 해서 알아보니, 한시간에 30불이더군요. (그 가격은 다행히도 7년동안 변동이 없었습니다.) 여자분이 가르치시는 곳을 찾아서 시작을 했습니다. 그런데, 운전대만 잡으면 죽을 것처럼 두려운 저를 옆에 놓고, 계속 자신의 이민 이야기, 자기 아이들 이야기로 수다를 푸는데..수다 중에, 제가 뭘 잘 못하면 제 손을 마구 때리면서...곤혹스럽기도 하고, 잘 가르치지도 않으면서 화만 버럭버럭 내는 선생이 이해가 안 가더군요. 그렇게 10시간을 일단 했는데도, 저는 후진조차도 할 줄 모르는 상태였고, 그 선생은 '시험을 봐 보라'면서 부추기더군요. 제 실력을 아는 남편도 그렇고, 제 자신도 그렇고 도저히 이해가 안 갔습니다.
그 이후, 제 남편이 틈만 나면 열심히 저를 데리고 연습을 시켜주었습니다만, 남편의 지시를 듣지않는 저는 맨날 쿠사리만 들었지요. 남편의 지시를 듣기 싫어서가 아니라, 몸이 따라 주지를 않아서였습니다. 운전 연습 도중 트럭의 범퍼를 한번 들이 받기도 하구요. 그당시에 제 남편은 얼굴이 사색이 되고,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제 태도에 더욱 생명의 위협을 느낀듯 합니다. 다행히 트럭이 워낙 크고 튼튼한지라 아무 일이 없었지만..그 이후로 제 남편은 '돈주고 배워라' 하고는 저를 포기하더군요.
그래서 소문이 좋은 지긋한 할아버지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10시간의 교습을 받으면서 실력이 많이 향상되었으나, 시험을 볼 정도의 실력은 아니되었고, 조금만 집에서 우리차로 연습을 했으면 됐을걸, 남편한테는 미안해서 연습시켜 달라는 말도 한마디 못 꺼내고, 교습비도 만만치 않은데..라는 생각으로 고민만 하다가 나중에 하지뭐..하고는 또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3년후 지난 달, 그 할아버지 선생님께 전화를 해서 약속을 하고는 다시 10시간의 연습에 들어갔고..
아!! 드디어 해 냈습니다. 꼬장꼬장하고 프로다운 교습선생님 덕에 한번에 실기시험(Road Test)에 합격했습니다.
다른 곳은 잘 모르지만, 밴쿠버는 눈확인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리고 shoulder check라고 blind zone을 고개를 돌려 어깨너머로 직접 확인하는 동작을 아주 강조하지요. 그런데, 몇년전만 해도, 국제면허를 가진 사람도, 정식면허를 받으려면 실기시험을 봐야만 했는데, 그때, 이 shoulder check때문에들 많이 떨어지고, 학교(School Zone)나 운동장, 공원주변(Playground)의 제한속도 30km을 지키지 않아서들 많이 떨어졌습니다. 요즘에는 우리 한국에서 면허증을 받아온 사람이면, 여기서 다시 시험을 보지 않아도 그냥 캐나다 면허증으로 바꿔줍니다. 편해졌지요.
그런데, 처음 면허를 딴 사람들이 사고를 많이 내서, 여기도 작년부터 '초보운전'딱지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일단 필기시험에 합격을 하면, 'L'자가 써진 붉은색 자석판을 줍니다. 그걸 차에 붙이고 연습을 해야하지요. 'Learner Driver'라는 표시이구요, 실기시험에 합격을 하면, 'N'자가 써진 녹색 자석판을 줍니다. 'Novice Driver'라는 표시이지요. 초보운전자는 자신의 식구는 다 싣고 운전할 수 있지만, 자신의 가족이 아닌 승객은 1명 밖에 못 태웁니다. 식구들은 죽어도 된다..뭐 이런 뜻일까요. ㅡ.ㅡ 꼭 다른 승객을 태워야 할 경우, 25세 이상의 정식면허자가 supervisor로 동승을 해야한다는군요. 이렇게 법이 많이 엄격해졌고, 그 법 덕에 사고도 줄었다고 합니다.
여기서는 만 16세가 되면 면허를 딸 수 있습니다. 그 나이때면 일을 시작하는 청소년들이 많은데, 차가 꼭 필요한 경우도 있기에 면허를 주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혈기많은 청소년들이 일단 면허와 차가 있으면, 친구들을 차에 가득하게 태우고 도로를 질주를 하다가 수많은 사고를 내어서, 젊은운전자(Young Driver)들에 대한 법도 바뀌었습니다. 친구는 한명밖에 못 태우는 것이지요. ^^*
해서, 일단 초보딱지를 붙이기 시작했으면 1년 반 뒤에 다시 도로주행시험을 봅니다. 거기에서 확실히 붙으면 그때야 정식 운전면허를 받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그 'N'자 사인을 뗄 수 있는 것이지요.
이건 잠시 다른 이야기였구요, 어쨌든 붙었습니다. ^^*
어제 밤 남편이 제게 차열쇠를 주며, 운전하라고 시키더군요. 드디어 내 차를 처음 몰아봤습니다. 승용차로 연습했던 터라, 덩치가 훨씬 커진 저희차를 운전하려니 더 떨리더군요. 어찌어찌해서 쇼핑몰까지 운전을 했습니다. 주차는 엉망이었구요. 그래서 내린곳이 Liquor Store. 남편이 좋아하는 Wine을 사들고 들어왔습니다.
오늘 아침, 아이들이 '엄마가 운전해서 학교에 가고 싶어요.' 하고 저를 부추기더이다. 남편도 추켜주고..
자신없이 운전대를 잡았더니, 아, 이녀석들이 얼마나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면서 칭찬을 하던지..눈물이 찔끔 날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더 힘을 얻어 아이들을 학교에 떨어뜨려 주었습니다. 내려서는 창문 앞에서 엄마 화이팅하는 손짓을 하며 격려해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내 아이들이 이제 부끄럽고 힘없는 엄마를 격려해주고 칭찬해 주는구나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되돌려받는 사랑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