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던가... 여느때처럼 윤형이는 책꽂이 앞에 서서 책을 하나씩 꺼내 한번 펴보고 내던지고, 한번 펴보고 내던지고... 그러고 있었지요.
저도 물끄러미 책꽂이에 꽂힌 책들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예전에 남편이 사왔던 책이 한권 눈에 들어왔어요. 왜, 여러 엄마들도 많이 제목은 들어보셨을거예요. <20대에 꼭 만나야 할 50인>인가, 뭔가...
아직은 저도 20대인지라, 그래, 20대 지나기전에 한번 더 보자는 심정으로 오랜만에 뽑아 들었어요. 목차를 쭉 읽어내려가는데, 언뜻 눈에 띄는 소제목이 있더군요.
'자살을 시도한 친구'...
아, 맞어, 내게도 이런 친구가 있었지...
고2 1학기 중간고사 기간에 저랑 가까웠던 한 반 친구가 농약을 반병이나 벌컥벌컥 마시고 병원에 실려간 사건이 있었지요. 거의 의사도 포기했더랬는데, 기적처럼 살아났습니다. 대신, 약물 후유증으로 정신병동에서 몇 개월 지냈고, 다음 해에는 건강을 완전히 되찾아서 다시 복학했지요.
그 친구는 참 조용했어요. 공부도 반에서 아마 10등 안에는 들었을거구... 고등학교 다니면서 그 정도 공부 하면 잘 하는 거잖아요... 암튼, 게다가 얼굴도 인형처럼 예뻤죠. 너무 하얀 피부라 주근깨가 약간 보일 정도였구요...
그렇다고 집안이 불우하다거나... 그런 것도 아니라고 들었어요.
처음 그 친구 소식을 들었을 때, 전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가까운 친구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는 것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제가 볼 때 그 친구는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성격이 모나 보이지도 않았으니까...
병문안 가보고, 그 친구가 하는 얘기를 듣고서 왜 그랬는지 알았죠.
참, 그 이유라는 게 말이에요...
다른 친구들이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나봐요. 요즘말로 자기는 왕따라고 생각했던거죠.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사실, 그 친구가 워낙 말수도 없고 조용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이 보통 애들처럼 허물없이 막 대하진 못했어요. 그래도, 그 애가 미움 살 짓을 하지는 않았고, 예쁘기까지 하니까, 뒤에서들 "**가 우리 반에서 제일 예뻐.' 이렇게 수군대곤 했거든요.
제가 그 얘길 했더니 그 친구는 어린 아이마냥 좋아하더군요. 그 모습을 보면서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진작 얘기해줬더라면 일이 이 지경까지는 되지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에 자책도 했구요...
그 때 전 사람이 저마다 얼마나 다른 존재인지 조금 깨달았어요. 아주 사소한 일이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정말 큰 고민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죽음을 불사할 정도로 말이죠.
그 친구가 그렇게 사소한 일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해서, 그 친구의 성격을 그저 탓하기만 하는 건 참 부질없는 짓이지요. 모두가 똑같을 수 없는 일인데...
그 때 이후로, 전 다른 사람을 좀 더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아직 한참 모자라지만, 적어도 상대방의 입장이 나와 같지는 않다는 점만은 항상 생각하려고 하지요.
아이를 낳아 키우다 보니, 아직 돌 갓 지난 아이라 앞으로 어떤 사건이 벌어질지는 모르지만, 이런 경험이 더 새록새록해져요. 자칫 아이를 내 소유인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잖아요. 나와는 다른 인격체임을 인정하고, 내가 무심코 뱉은 말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을지도 한번쯤 생각해보고... 그런 엄마가 되야지... 다짐합니다.
언젠가, 이런 비슷한 얘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듣던 친구는 '그게 맘대로 되냐'며 면박(?)을 주더군요... 저도 완벽한 인간이 결코 아니니, 자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마저 영 하지 않고 아이를 대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해요.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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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자살을 시도했던 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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