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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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가 서울 동생네 집에서 해주는 밥 먹고 놀고 있는 중이라 여길 또 들어왔어요. ^_^
정말 오랜만에 가져보는 여유입니다.
내일 밤차로 내려가서 모레 아침에는 방학임에도 오늘 교감 선생님의 비상 호출로 출근을 해야하고 산더미 같은 일이 저를 기다리고 있거든요. 혼자 바쁜 척함. 죄송!!!
아이가 영어가 재미있다고 한다니 제가 다 반갑네요.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제가 거의 영어에 몸을 던지고 있잖아요. 너무나 무거운 몸을 말입니다.
새로 맞춘 책읽기 전용 안경을 찾아 와서 컴퓨터 화면도 큰 글자로 보니 좋군요.
덕분에 매일 두 개의 안경을 번갈아 끼는 번거로움이 생겼지만 말입니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신다구요?
함께 가는 그 길이, 그 시간이 그 무엇보다 좋은 시간이 되실 겁니다.
작년에 쓴 글이 있어 올려 봅니다.
세 번째를 눈여겨보세요.
저는 여기 저기 글을 쓰다보니 이렇게 가져오는 경우가 많아요.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링크를 시키면 홈 광고한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요.(얼마 전 그런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제가 엄청 찔끔했거든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에 내가 하는 몇 가지
하나
난 아침을 좀 여유 있게 시작하고 싶어한다.
아침을 부산하게 시작한 날은 하루종일 정신이 없는 것 같아 될 수 있으면 아침은 좀 느긋하게 한 템포 느리게 산다.
아이들에게도 엄마와 떨어져야하는 아침 시간이 참으로 힘든 시간이라 생각해 짧은 시간이지만 엄마와 마음 편이 보내고 헤어지고 싶은 것이다.
큰 아이보다 7살이나 어린 작은아이가 나의 손길을 더 필요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
작은아이는 잠이 없는 편이기 때문에 아침에 보통 나와 함께 일어나는데 간혹 아이가 일어나지 못하면 내가 일부러 깨운다.
아침 시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면서 서로 마음을 나누고 출근하고 싶어서.
나는 아이를 식탁 위에 앉혀 두고, 아침 준비를 하는 동안 아이가 좋아하는 책을 읽어주거나 종이 접기, 색깔 찰흙으로 아이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 준다.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지 않고 아이와 아침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어 좋다.
그리고는 아이에게 엄마가 학교에 가서 다른 선생님과 언니들에게 자랑할 수 있도록 무언가를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에게 줄 선물을 만드느라 열중하게 되고 그 시간에 내 출근 준비를 하곤 한다.
그러다 보니 나는 좀 주책없는 팔불출의 엄마가 되곤 한다.
학교에 가서 아이가 만들어 준 것들을 자랑을 하는데 그게 참 자주이다 보니 다른 이들의 눈에는 당연히 팔불출로 보여질 것이다.
그런 줄 알면서도 나는 아이와 한 약속이니 자랑을 해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아침 출근길에 아이는
"제가 만들어 드린 거 자랑하세요."
라며 자신의 작품을 자랑하러 가는 엄마를 기분 좋게 배웅을 하고 퇴근하여 돌아오면
"교장 선생님이 뭐라고 하던데요? 어머니 학교 선생님이 잘 만들었다고 칭찬했어요? 어머니 학교 언니야 들이 정빈이 잘한다고 이야기했어요?"
하며 나를 맞이한다.
둘
퇴근해서 아이를 만났을 때, 또는 아이가 뭔가를 요구할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응, 잠깐만"이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될 수 있으면 그 말을 자제하고 아이의 말을 먼저 들어주려 노력을 한다.
특히 외출해서 돌아오면 손을 씻기 위해 옷을 갈아입기 위해 아이를 기다리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손을 씻고 안아주기 보다는, 옷을 갈아입고 안아주기보다는 가장 먼저 아이를 안아 준다.
매우 작은 차이 같지만 그 작은 기다림이 아이들에게는 길게 느껴질 거라는 생각에서.
엄마 생각에 잠깐이지만 하루종일 엄마를 기다린 아이에게는 또 다른 기다림으로 너무 힘겨울 수도 있으니.
엄마가 와서 반가운 마음에 안기려는데 엄마는 거부의 몸짓을 하며 "잠깐만"할 때 아이가 느끼는 심정은 어떨까를 한 번 생각해본다.
그리고 아이가 무슨 이야기를 할 때는 작은 것이라도 다른 일을 멈추고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아이 말을 들어주려고 하는데 아이들은 참 민감하여 엄마의 눈이 자기에게로 엄마의 마음이 자기에게로 집중되는가를 너무나 잘 안다는 사실에 나는 참 놀라곤 한다.
셋
우리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건 나와의 저녁 산책이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는 뒤로 미뤄둔 채 아이들과 저녁 산책을 나간다.
길거리 노점 구경, 오락실로 아이스크림 가게로 서점으로,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한다. 늘 비슷한 곳을 돌지만 매일이 어찌 그리 다른지.
과일 가게만 하더라도 그날그날 진열되어 있는 과일이 다르고 레코드 가게에서도 매일 다른 노래가 흘러나오고, 사흘이 멀다하고 새로 단장되는 예쁜 그릇 집의 진열장, 보는 것만으로도 유행의 흐름을 알 수 있는 옷가게,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변하는 노점상의 작은 바구니들 속 채소들.
200원으로 우리의 집중력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인형 뽑기 등 등.
우리의 저녁 산책은 한 마디로 박물관 구경이라 할 수 있다.
그 어디에도 그토록 생생하게 보여주고 빠르게 변화하며 보여주는 박물관은 없을 것이다.
우린 그 박물관을 향해 매일 저녁 현관문을 나선다.
넷
가끔 우리 집 거실은 발 디딜 곳이 없어서 길을 만들어 가며 걸어야 할 때가 있다.
아이들이 놀 때에는 어질러 진 상태로 두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 특히 작은아이는 무척 어지르는 편인데 사실은 좀 심각할 지경이다.
하루는 작은아이가
"어머니 청소 좀 하지 마세요. 어지르려고 하니까 미안하잖아요."
그 말을 듣고 한참 웃었다. 아이가 미안하다는 것이 아닌가.
모든 게 정리가 다 되어 있는 상태를 자신이 망가뜨린 다는 생각에 그런 생각이 든 모양이다.
사실 나는 반가웠다. 그러지않아도 하기 싫은 청소 아이 덕분에 더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게 되었느니 말이다.
그래서 아이가 어지르도록 그냥 둔다. 이런 거라면 뭐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하면서.
그러다 보니 갑자기 손님이 오는 날에는, 어휴우 한바탕 대소동이 일어난다.
다섯
간혹은 퇴근길에 시장에서 파는 김밥이나 제과점의 샌드위치 등을 사서는 아이와 동네 놀이터로 밤 소풍을 간다. 아이들은 이 밤 소풍을 참 좋아한다. 별거 아니지만 놀이터에서 동네 공원 벤치에서 엄마랑 먹는 것이 좋은가 보다.
아이들에게 만들어진 음식을 사서 먹이는 것보다는 엄마가 직접 만들어 먹이는 것이 영양가나 정성, 그 어느 면으로 보아도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퇴근하여 지쳐있는 상태에서 시장 봐서 저녁 준비하는데 바쁘고 힘든데 아이는 엄마 얼굴 한 번 더 보고 더 안기려고 엉겨 붙고 그런 아이에게 잔소리를 해가며 준비한 저녁을 먹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지 않는가.
그런 날 아이들과의 밤 소풍은 비록 영양가와 정성은 없을지 몰라도 아이에게 웃는 얼굴을 보일 수 있으니 그 또한 소중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아이의 마음에 기쁨을 주는 '엄마의 웃는 얼굴, 재미난 소풍'이라고 한다면 게으른 엄마의 억지일까?
이럴 때는 좀 쉴 수 있는 보너스도 얻을 수 있어 더욱 좋다.
아이들은 놀이터나 공원에서 잘 놀기에 그 시간 동안 잠시 나만의 휴식도 취할 수 있으니 말이다.
여섯
아이의 특기나 소질을 발견하고 싶은 마음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식사 준비를 하거나 요리를 할 때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하곤 한다.
그런 시간을 많이 가지다 보니 큰 아이가 요리에 유난히 흥미를 나타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큰 아이와 아이 친구들에게 토요일 오후에 빵과 과자를 굽는 요리 교실(너무 거창한가?)을 열어 주었더니 모두들 너무 좋아했다.
요리는 아이들에게 참 여러 가지 좋은 교육의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요리법의 정확한 이해 없이는 요리를 할 수 없으니 집중하여 읽기와 내용 파악하기는 기본이므로 아이들의 이런 능력을 키워 줄 수 있다.
또 저울이나 계량 스푼 등 여러 가지 계량 기구들의 사용법을 알 수 있고 부피나 무게에 대한 개념도 얻을 수 있고 그 단위에도 익숙해진다.
그리고 섬세한 손놀림도 많으므로 아이들에게 요리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참으로 많다.
또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요리를 할 때는 아이들끼리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므로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이기도 이다.
요리 후 뒷정리도 아이들에게 주는 좋은 효과이다.
그 덕에 큰 아이는 13살인데 케이크나 머핀 정도는 혼자 척척 구워내고 참치 김치 볶음밥도 나보다 훨씬 맛있게 만들어 내고 예쁘게 차려내는 아이디어도 굉장하다.
신학기에 담임 선생님과 신문 해설반 선생님, 영어 선생님께 직접 만든 머핀을 포장해 선물을 하기 위해 새벽에 일어나는 아이 모습이 참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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