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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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님의 글을 읽다가 오늘은 답글을 달아봅니다.
공자께서 3살난 아이에게도 배울게 있다고 하였다는데 (공자의 눈썹이야기..) 그 말이 생각이 나네요...
동물원도 휘익하고 다녀오기 바빴는데 앞으로는 사전지식과 준비를 해서 무슨 대화를 나누고 무엇을 보여줄것인가 생각을 하고 가야겠어요..
미각이야기 하니까 혓바닥지도(?)가 생각이 나네요..
각 맛을아는 위치가 다르다고 하니 저도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혀감각의 위치에 대해 실험(?)을 해봐야겠네요..
또 많은 깨달음을 얻음에 감사하며,,
물러갑니다.
승호아빠님의 글입니다.
>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단 한 권의 책도 남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서구 문명의 근간이 된 그의 사상은 어떻게 해서 우리에게 전해졌을까요? 바로 그의 제자 플라톤이 쓴 책을 통해서입니다. 플라톤은 스승의 사상을 '대화편'이라는 여러 권의 책으로 묶어 후세에 전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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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책들에 의하면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통해서 사람들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인정하게 만드는데 선수였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자신이 뭘 모르는지 모르고 있다가 이야기를 해나가다 보면 차츰 차츰 아리송한 것들이 등장하기 시작하고 나중에는 "그래, 나 아는 거 없어!" 하고 인정하게 만드는 거지요. 조금 과장되게 이야기하면 그런 식으로 수 많은 사람들을 약올리고 다니다가 결국 적들을 만들게 되어 사형을 당한 셈입니다. 어느 시대에서나 선구자의 길은 험난한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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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악법도 법이다'는 말은 플라톤이 지은 책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다고 합니다. 따라서, 소크라테스가 진짜로 그런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 확신할 수 없다고 하네요. 이 이야기를 어디서 들었냐구요? 인터넷 교보문고에 올라와 있는 '소크라테스의 변명' 책에 대한 미디어 서평에서 읽었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소크라테스의 변명' 같은 책은 서른 페이지 정도밖에 안되니 제발 한 번 이라도 직접 읽어보라는 겁니다. 사실 저 역시 소크라테스 같은 위대한 철학자가 정말 '악법도 법이다' 하고 말했을까 의심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런 말은 독재자에게서나 나올범직한 말이었기 때문이지요. 적어도 철학자라면 잘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법에서도 허점을 찾으려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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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크라테스가 생전에 한때 갇혔다는 감옥 (출처 : 두산세계대백과 EnCyb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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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짧다고 하는 말에 솔깃해서 저는 도서관에서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빌려 한 번 읽어보았습니다. 제가 빌린 책은 50페이지 정도 되더군요. 물론 '파이돈', '크리톤'과 같은 플라톤의 다른 '대화편'들이 함께 실려 있기 때문에 책 두께가 얇지는 않았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책 제목 그대로 소크라테스가 변명하는 것인데 바로 재판에서 자기 스스로를 변호하는 장면을 담은 책입니다. 자기의 무죄를 주장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유죄 판결을 받은 후에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심정을 토로한 내용도 있구요. 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 보세요. 뛰어난 철학자인 소크라테스가 자신을 어떻게 변호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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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돈'은 어떤 면에서는 '소크라테스의 변명'보다 더 관심이 가는 글입니다. 바로 소크라테스의 최후를 기록한 글이니까요. 하지만 이 글은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라 조금 읽다 말았습니다('변명' 같지만 재미는 있었는데 읽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이건 여담인데 혹시 소크라테스와 예수의 행적에는 비슷한 점이 많다는 주장을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그런 주장을 하는 책으로 두 성인의 이름이 함께 들어간 제목의 책도 있습니다('예수와 소크라테스에 대한 성찰' 같은 책이요). 그런데, 얼핏 보기에도 비슷한 점이 꽤 있는 것 같더군요. 죽음을 피할 수 있었는데도 기꺼이 죽음을 선택한 점이라든지, 신을 위해 죽었다든지(소크라테스는 법을 지키려고 죽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믿음, 곧 신을 위해 죽은 듯한 인상이 짙었습니다), 책을 한 권도 남기지 않은 점이라든지, 제자가 행적과 사상을 전한 점이라든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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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길어지긴 했는데 서두에서 이렇게 소크라테스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우리가 부모로서 살다 보면 아이와 수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내가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하고 실의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최근에 그런 경험을 저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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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는 저녁 식사를 하는데 생선 조림이 반찬으로 올려져 있었습니다.
> 승호는 "어휴, 맛있어!"를 연발하며 잘 먹더군요.
> 그러더니 "아빠, 칼치 더 줘요" 그럽니다.
> 잉? 이건 아무리 봐도 칼치는 아닌데.. 사실은 저도 이 물고기 이름이 무언지 확신 할 수 없었거든요. "승호야.. 이건 칼치(갈치가 표준말이죠?)는 아닌 것 같다. 엄마 전화 끊고 오면 엄마 한테 물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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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승호 엄마의 전화 통화가 길어집니다.
> 유명한 수다쟁이인 승호는 그새를 못 참고 또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아빠.. 나 오늘 엄마랑 물고기 사러 갔다가 어떤 물고기를 봤는데 길쭉하고 뻘건 혓바닥이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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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간 저는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습니다.
> '물고기에게 혀가 있던가? 아무래도 없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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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호야.. 진짜 혀 봤어?"
> "응.. 물고기가 입 벌리고 있는데 안에 있더라고.."
> "이상하다. 아빠는 물고기에게는 혀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 순간, 승호 표정이 심각해집니다. 뭔가를 생각하는 눈치였어요.
>
> "아빠.. 혓바닥은 왜 있는 거에요? 음.. 혓바닥이 있어야 말을 할 수 있는 것 아니에요? 그런데, 물고기는 말을 못 하잖아요.. 그러니까 물고기에게는 혓바닥이 없는게 맞네요." 혀를 꼭 '혓바닥'이라고 하면서 자기 마음대로 처음과 상반되는 결론을 내버립니다.
>
> '허허 이 녀석, 제법 논리적이야'
>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전 모순을 지적하기 시작했습니다.
> "승호야.. 너 소 봤지? 고양이도, 개도. 얘네들은 혀가 있니 없니?"
> "없어요."
> 이런! 이런! 승호는 자신이 주장하는 바를 관철시키기 위해 있는 혀도 없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런 동물들이 말을 못 하니까 혀가 없다고 마음대로 생각하는 겁니다.
>
> "승호야.. 너 개 혀 봤잖아? 고양이도.."
> "음, 그런가요? 사진 보면 알지요.." 하고 한 발 물러섭니다.
> "승호야.. 개나 고양이는 말을 하니? 못 하니?"
> "못 해요.."
> "그런데, 혀는 있거든? 그렇담.. 혀는 왜 있는 걸까?"
> "혀가 있어야 말을 한다니까요."
> 승호는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말을 하기 위해서는 혀가 있어야 된다는 것을 계속 주장합니다.
>
>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전 요렇게 이야기를 계속 끌어갔습니다.
> "승호야, 눈은 왜 있지?"
> "보려구요.."
> "귀는?"
> "들으려구요.."
> "코는?"
> "냄새 맡으려구요"
> "또 있는데.. 또 있는데.."
> "응, 알았다. 숨 쉬려구요"
> "그럼, 입은?"
> "밥 먹으려구요, 그리고 말 하려구요."
> "또 있을걸?"
> "음.. 아! 숨 쉬려구요"
> "그럼, 혀는?"
> "말 하려구요.."
>
>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습니다. 승호는 제가 미처 깨닫지 못 하는 사이에 많이 자란 것 같습니다. 우리 몸 각 부분의 기능을 정확하게 알고 있고 표현할 줄도 아네요. 그런데, 문제는 '혀' 입니다. 혀의 기능이 정확히 무언지 저 자신이 잘 몰라서 설명해 줄 수가 없었습니다. 얼핏 생각나기로는 발음과 관련이 있고 소화액을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는 정도였는데 어류에게도 있는지, 또 그것의 있고 없음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있다면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 몰랐던 것입니다. 그래서, 승호에게 아빠가 더 찾아보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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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나중에 승호 엄마가 전화 끊고 와서 생선 이름이 삼치라고 가르쳐 주는 바람에 저랑 승호는 있지도 않은 일치, 이치, 사치를 부르며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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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인터넷에서 '혀'를 검색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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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의 경우는 섭식 ·촉각 ·미각 등을 관장하지만, 개 등은 땀샘[汗腺]이 없으므로 혀를 길게 드리워서 방열에도 도움을 준다. 어류의 혀는 내부에 근육이 없고 움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경골어에서는 혀에 이가 있는 것도 있다. 양서류 이상에서는 어류의 혀에 해당하는 부분에 근육이나 선(腺)을 가진 부분이 부가되어 있어, 개구리나 카멜레온의 혀와 같이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악어나 거북 ·조류에서는 그다지 움직이지 않고 섭식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뱀이나 도마뱀의 혀에는 미각작용은 없고, 후각기관으로서의 작용이 있어 시각 이상으로 인한 환경인지(環境認知)에 도움이 된다. 끊임없이 혀를 날름거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출처 : 두산세계대백과 EnCy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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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읽고 나서 전 "아! 이런.." 하고 탄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제가 혀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믿었던 물고기나 악어에게도 혀는 있다는 이야기 아닙니까?
> 그리고, 혀의 중요 기능인 미각에 대해서는 승호에게 한 마디도 해주지 않았구요. 게다가 뱀은 혀로 냄새를 맡는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 아닙니까? 가만 생각해보면 옛날 학창 시절에 다 배웠던 것 같기도 합니다만, 지금은 모든 것이 새로우니.. 처음에는 그냥 우습게 생각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던 '혀'에 대해 알려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들이 더 많아지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럴 때는 끊어야 합니다. 어느 정도 수준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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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기 위해서는 승호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이야기를 준비해야 하는데 그 때 조심해야 할 것은 쉽게 이야기한답시고 진실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죠. 그 작업이 쉽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승호에게 혀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고 이번 기회를 통해 진실을 찾아가는 방법론을 가르치려는 것입니다. 이런 시도가 너무 이른 걸까요? 아니지요. 영어 공부하는데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 전략이 먹혀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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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제, 마침 승호가 다가오는 주말에 동물원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더군요. 승호 엄마는 날씨도 추운데 다음에 가자고 이야기했지만 전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아주 춥지만 않으면 가자고 약속했습니다. 승호에게는 "승호야.. 동물원에 가서 동물들 혀를 좀 보자" 하고 한 마디 해주었습니다. 승호도 얼마 전에 아빠와 이야기했던 '혓바닥' 생각이 났는지 얼굴에 웃음이 돌면서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일단, 혀에 초점을 맞추고 동물들을 관찰하는 것으로 진실을 향한 탐구를 시작하려 합니다. 승호가 시장에서 본 생선을 통해 우연히 시작한 혀에 대한 관찰을 동물원에 가서 다른 동물들을 보면서 좀 더 확장하려는 것입니다. 관찰 다음에는 당연히 분석이 있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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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호 아빠 : [email protected]
> (승호는 97년 3월생 남자아이로 01년 9월초부터 집에서 영어를 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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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덧붙임) 제가 잘 못 하는 것들을 승호는 잘 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무를 주세요..' 흉내내기, 레고 블럭으로 팽이 만드는 일 같은 것들입니다. 그리고, 제가 모르는 것들을 승호는 알고 있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지요. 대표적인 것인 만화영화 주인공, 노래들이지요. 저한테 해달라고 부탁하기 보다 자기 스스로 하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승호를 보며 '아이의 성장'을 느끼게 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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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역시 아직 성장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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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호는 좋은 아빠를 두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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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바다 등록일 2002-01-28 19:24 조회수 1,0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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