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ia님의 글입니다.
> 제게 슬럼프가 왔습니다.
> 안개속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이 드네요.
> 아이의 교육에 대한 문제인 데요.사실 전 그저 육아라고 표현하고 싶군요.
>
> 제가 처음 직수입해온 원서들을 사기 시작했을 때의 의도는
> 스토리보다는 색채나 터치같은 일러스트에 중점을 두고 아이에게
> 좋은 그림을 보여주고 싶어서 였습니다.
> 그런데 읽다보니 영어가 보이고 아이한테 일석이조다하는 생각도 했고
> 주위에서도 다들 제가 조기영어교육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고..
> 문득 오늘 아이의 책꽂이를 보았습니다.
> 영어교재와 학습에 목적을 둔 책들로 뒤덮여 있고 내가 진정으로 울 아이한테
> 쥐어주고 싶던 진정한 의미의 책은 의미가 퇴색되어 없어진지 오래더군요.
>
> 전 어린시절에 책을 무척 좋아하는 아이였거든요.
> 세계문학전집 중 달랑 한권으로 나온 셰익스피어를 알고 싶어 간식을
> 거르고 헌책방에 가서 리어왕을 오백원 주고 사서 읽고
> 사직도서관을 물어 물어 찾아가 책을 읽고
>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집에 와보니 엄마가 아버지 서재를 정리하시더군요.
> 저는 방 모서리에 앉아 삼국유사를 읽고 있었는데
> 어두워서 더 이상 글씨가 안 보이더군요.
> 고개를 들어보니 눈앞에 제 키 만큼의 책이 쌓여있더군요.
> 엄만 황급히 집으로 들어와 너 언제 왔느냐,파출소에 신고하고 오는 길인데
> ...이상이 제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입니다.
>
> 중학교에 가면서 부터는 교과서가 유일한 책이 되고 고등학교땐 교과서외
> 지문이 나올까 시험에 나올 만한 책을 골라 읽고.
> 우리 대부분 그렇게 살았죠?
> 사실 엄마를 원망도 했지요.
> 내가 어차피 공부로 성공 못 했는데 그 때 엄마가 나 좀 격려 해주지 그랬냐고.
> 학교 대표로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타와도 엄마는 언니들이 우등상 타오는 것보다 훨씬 덜 좋아하셨거든요.
> 하지만 그때 대입특차가 있거나 논술이 있었다면 엄마가 그러셨겠어요.
>
>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랑 시절만 달랐지 비슷한 것도 많아요.
> 엄마도 전집,학습지 시키고 시사영어에서 나온 영어교재도 사주셨으니까요.
> 지금 전 내가 자라온 거시적 교육환경과 엄마의 교육가치관에
> 좀 원망스럽군요.
> 그런데 우리 아이가 그럼 어쩌나요.
> 나중에 커서 엄마는 그저 영어 가르치려고 책.책.책.하고 진정 책을
> 읽는 다는 것과 책을 사랑하는 기쁨은 왜 가르치지 않았느냐고...
> 밖에서 뭐라고 떠들건 흔들리지 않는 교육관으로 내 아이를 바르게
> 키울 수 만 있다면 바랄게 없겠습니다.
>
> 돌아다니며 밥먹고 비디오 좋아하는 아이와 할일은 많고 동작은 느린 그 아이의 엄마에게 하루는 짧더군요.
> 그래서 잊고 있었나봅니다.
> 내가 아이에게 책을 처음 쥐어 주었을때의 그 마음을.
>
> 제가 더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죠.
> 그래서 영어가 일상에서 작은 한 부분처럼 가벼운 소재가 되도록
>
어쩜 그리도 저와 같은 분이 또 계셨군요.
님의 글을 읽다가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저도 그래요.남들에게는 이렇게 말하죠.우리아이가 관심을 보이니까 약간의 방향만 제시할 뿐이다.나는 굉장히 신중하고 혹시라도 아이가 흥미를 잃어버릴 행동을 하지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한다고...
그런데요 비디오를 골라도 원어가 아니면 괜히 돈아깝다는 생각하고,그림책을 읽어줘도 수학이나 과학 그림책을 먼저 읽고 소꿉놀이 보다 퍼즐 맞추기를 종용하고...아 이얼마나 우스꽝 스러운 일입니까.제 아이는 이제 겨우 42개월이 체 되지도 않았는데.사랑으로 위장된 폭력은 아니었나하는 무서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이중언어 교육보다 수학적 사고력 훈련보다 먼저 가르쳐야 할것이 있는것같아요.
나의 부모님은 진정 나를 사랑하시고,우리 가족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지켜줄 진정 튼튼한 버팀목이고 나의 친구는 소중하고 이세상은 사랑으로 충만하고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시원하고 빗물 웅덩이 장난은 재미있고 꽃속에는 크레파스에는 없는 많은 색이 숨어있고...
이제 조바심을 버려야죠.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가 아니라 세상은 넓고 인생은 길다라고 생각하며 10살 전에 영어고,수학이고 ,과학이고,피아노고,미술이고,컴퓨터고...다끝내려던 사람처럼 동동거리지 않을 겁니다.특히 주변 사람들에게 휩슬리지 않을 겁니다.15년뒤에 보자.진정 맑고 반짝이는 눈빛으로.세상 사물을 감동어린 마음으로 느끼며 사는,어느곳에서도 거만함 없이 당당한 내 아이를 보여주리라.이렇게 다짐하며 나와 아이를 가로막았던 단어 카드들을 치우고 사랑 깊은 엄마의 눈빛을 한번 더 보여줄겁니다.
부디 저를 응원해 주십시오.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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