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창이는 첫사랑입니다
그 첫사랑은 설레이고 가끔은 애잔합니다
결혼을 해서 별 계획이 없이 생긴 아이,,,,
더구나 오랜 지병으로 약을 장기복용하고 있던 중의 아이였습니다
처음 임신사실을 알고 적이 놀랬고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쉽게? 아이가 생기는 줄도 몰랐습니다
남편과 몇날을 고민했고 결국 우리는 아이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먹었던 약을 알아보러 다니는 중에도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때였지만 왜 그리 손에 땀이 나던지...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기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심한 우울증에 빠졌을지도 모릅니다
산달이 되었을 때는 IMF가 한창인 때였습니다
무엇에나 돈을 많이 쓰면 죄악인양 생각되었던 시기였습니다
그저 저렴하다는 이유 하나로 동네 개인병원을 다니기 시작했고
이른 새벽에 이슬이 비쳤을 때 허름한 그 병원의 싸늘한 기운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12시간의 진통은 끝날 생각이 없었고
엄살이 많은 저는 남편에게 엉엉 울면서 수술을 하게 해달라고
매달렸습니다
더욱이 원장선생님도 산모가 이렇게 고생을 하면
정작 힘을 주어야 할때 기진하여 큰일난다고 하니
겁많은(이 상황에 겁 안날 사람이 없겠지만요^^) 남편이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했습니다
아직도 휴대폰 저 너머로 "안돼.,,, 참아야 돼.."하던
울 형님의 목소리가 쟁쟁합니다^^
수술후 회복실에 누워 마취에서 깨어나기 시작했을 때
내리 십분 이상을 저는 녹음기처럼 같은 말만 되뇌였습니다
"손가락 다 있어? 발가락 다 있어?..."
"그래 다 있어 아주 건강해..."
남편은 내 두손을 꽉 잡고 일일이 같은 답변을 해주었습니다
얼굴의 다른 부분 혹은 다른 신체가 아닌
손가락 발가락이 왜 그리 중요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도 그게 없으면 안된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다른 병원의 출산비용보다 엄청 쌌던 그 병원...
편의시설이라는 게 전무한 상황이었습니다
회복실에서 마취가 거의 깨었을 때
남편의 부축을 받아 이층 병실로 올라갔던 기억이 납니다
자꾸 움직여야 회복이 빠르다는 말에
열심히도 움직였던 미련한 기억도 새롭습니다
둘째 은송이는 은창이와는 참으로 대조적으로 태어났습니다
일단 철저히? 계획적으로 임신을 했고
태교라는 것도 했고
은창이 출산과 관련하여 한을 풀듯이
돈도 엄청 써댔습니다
좋은 병원을 골라 다녔고
좋은 산후조리원을 선택했으며
제일 넓은 일인실을 떡하니 예약했습니다
그러더니 이 녀석 결국은 두돌을 돈덩이로 살았습니다
낳기도 작게(2.7키로) 낳았는데
생후 3개월부터 감기로 고생하더니
급기야 빈혈에 아토피에...
최근 몇달 전에는 중이염으로 꼬박 넉달을 병원에 다녀야 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은창이는 큰 병 한번 앓은 적 없이
잘도 지나왔습니다
은송이를 낳고 당초의 생각과는 달리
산후조리하고 집에 온지 일주일만에
또 계획하지 못했던 일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도저히 제가 감당히 안되고
주야간 근무를 하는 남편이 쉴 수도 없는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은창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게 된 것입니다,,,
아직은 산모에게 춥기만 한 사월의 바람 속에서
애써 미안한 마음을 감추고
그래도 좀 더 나은 어린이집을 찾겠다고
퉁퉁 부은 몸으로 은창이 손을 잡고
금정동을 헤매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픕니다...
떼도 부리지 않고 다니는 은창이였지만
얼굴은 즐거워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기에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이 재미있냐는 말을 건네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가기 싫다고 하면 제 마음이 아플 것 같아서
어쩌면 가기 싫어하는 아이의 마음은 방치를 했는지도 모릅니다
요즘도 은창이는 동생 은송이때문에
아무래도 많이 혼이 납니다
그러면 그 큰눈이 금새 벌개집니다
이유가 있는 야단은 그래도 괜찮지만
단지 동생의 징징거리는 것이 듣기 싫다는 이유로
야단을 치기도 했습니다
그런 날의 밤은 또 제가 엉엉 우는 날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요즘은 좀 시끄럽고 좀 정신이 없어도
둘이 놀다 은송이가 울더라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또 은송이가 무조건 울음으로 자기 고집을 부르면
오히려 야단을 칩니다
오빠도 갖고 놀아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오빠 것이면 주세요 라고 말해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그러면 은창이는 다소 생경해합니다..
그러면 은송이도 좀 이상스레 쳐다봅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 합니다
그 말이 정말 맞습니다
은송이는 미운 짓을 해도 그저 예쁜 둘째고 더욱이 저를 꼭 빼닮은 딸입니다
하지만 은창이는 영감같은 마음으로 엄마를 위로하기도 하고
(아픈 아이들보고 눈물 뚝뚝 흘리는 제게 티슈를 갖다 주면서
엄마 ....걱정마 쟤 금방 나을 거야...하는 아이입니다)
동생에게 억울한 마음도 추수릴 줄 아는
하나밖에 없는 제 첫사랑입니다,,,
며칠전 사고로 은창이를 바라보는 시간이
한 다섯배쯤 많아졌습니다
이제 겨우 유월인데
두드러지게 까맣게 된 이집트왕자 은창이,,,,
부디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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