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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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의 12월도 이렇게 지나고 있습니다.
12월 5일은 친정어머니 생신이었는데, 며칠 전부터 전화라도 드리자고 생각하고 있다가는 딱 전화 걸어야 할 날에 잊어버리고.. 몇년을 미루고 미뤄왔던 운전교습을 다시 받으면서, 올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도로주행 시험을 보고, 면허를 따 버려야겠다는 일념으로 온통 운전생각만 하느라, 12월의 4분의 1을 그냥 보냈습니다.
벌써 11월 말부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흥분된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쇼핑및 집꾸미기를 끝낸 사람들도 있었는데, 막연하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우리 애들에게는 '엄마 운전시험 끝나고 크리스마스 준비하자'라는 말 한마디만 해 주고, 기다리게 했습니다.
드디어, 운전면허도 따고, 그 다음날 제 딸은 학교에서 Band Concert가 있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은 흰색 셔츠에 검정색 하의를 입고, 머리에는 빨간색 산타모자를 하나씩들 쓰고, 학교 체육관에 악기를 하나씩 들고 앉아 있더군요. 플룻, 클라리넷, 색소폰, 트럼펫, 트롬본, 투바, 드럼..등등.
이 학교는 5학년부터 밴드를 시작하기 때문에, 5학년은 Junior Band라고 하고, 6학년과 7학년은 Senior Band라고 부릅니다. Mr. Bradshaw라는 음악선생님이 한분 계셔서, 그 선생님은, 전교생(450여명)의 음악을 지도하시고, 또 밴드를 이끌어 가시지요. 이 학교에 꽤 오래 계신, 그 모든 밴드 악기를 다 연주할 줄 알고,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갖추고,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유명하고 존경받는 선생님이십니다.
아이들은 따로 개인레슨을 받지 않습니다. 모두 Mr. Bradshaw가 시간을 정해서 학년별로 모여서 연습을 하거나, 각 악기별로 따로 시간을 내서 가르치기도 하구요. 일주일에 하루는 1시간을 일찍 학교에 가서 음악실에 모여 연습을 하고, 3일은 Recess시간에 또다시 모여서 15-30분씩 연습을 한답니다. Senior들은 점심시간까지 할애해서 열심히 연습을 하구요. 그 연습하는, 연주하는 아이들의 어느 얼굴에서도 억지로 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을 보면, 선생님의 leadership또한 대단하다는 평가입니다. 1년 레슨비가 350불 정도이니, 할만 하지요.
이번 연주회에서 제 딸을 비롯한 Junior Band단원들은 9월에 시작해서 이제 3개월이 채 안 된 경력치고는 제법 악기를 잘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Senior Band단원들의 능숙하고 발랄한 재즈 캐롤에는 모두가 입을 벌리면서 감탄하였고, 그 신나는 재즈 리듬에 관객들이 어깨를 흔들며 즐겼습니다.
제 딸도, 선배들의 능력에 충격과 자극을 받은듯, 그 이후로 피아노와 클라리넷을 시간이 나는대로 만지며 연습을 하고 새로운 곡을 시도하면서 노력하더군요.
캐롤송 중간에, Mr Bradshaw의 '아리랑Song'에 대한 설명이 부가 되었습니다. '80년대에 제가 한국에 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 있으면서, 자전거를 늘 타고 다녔었는데,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는 거리를 가야겠기에, 버스를 탔던 적이 있었습니다. 거기에서 버스를 운전하던 아저씨가 열심히 부르던 노래...아리랑...' 하! 캐나다에서 캐나다 아이들이 연주하는 아리랑을 듣게 되다니..참 감동적이었습니다. 밴드 단원중에도 꽤 많은 수가 한국 아이들이긴 하지만, 어쨌든, 아리랑을 연주하는 한국 아이들조차도, 아마 아리랑을 밴드에서 처음 접한 것일 겁니다. 그 곡이 끝나자 옆에 앉았던 아저씨가 '아는 노래냐?'고 묻더군요. '그러문요. 한국에서는 아주 유명한 곡이지요.'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이제 이번주 수요일에는 제 아들이 연극에서 카우보이 역할을 하는 Christmas Concert가 저녁때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그렇듯이 이번 주 금요일(19일)이 올해 학교의 마지막 날이 되고, 2주간의 길고도 짧은 겨울방학(여기서는 Christmas Holidays라고 하지요)이 시작됩니다. 방학이 시작되는 날에는 아이들끼리 카드와 선물을 교환하기도 하고, 선생님들이 작은 장식이나 캔디등을 아이들에게 카드와 함께 선물을 합니다. 아이들도 자신들이 정성껏 준비한 또는 만든 선물과 카드를 선생님께 드리구요. 작년까지만 해도, 선생님들 선물은 제가 10불 안팎의 가격선에서 준비해 드렸었는데, 올해는 제 딸이 이제 커서 그런지, Dollar Giant(모든 물건을 1불에 파는 가게-한국의 천냥하우스와 비슷한 곳)에 가서 친구들과 선생님의 선물을 골라서 사고, 카드를 만들고, 포장을 직접 시간을 내고 정성을 들여서 준비를 하더군요.
제 딸이 '작년 4학년때 선생님은 지갑에 카드가 너무 많다'면서, 따로 카드만 넣어서 보관할 수 있는 Card Holder를 준비하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내 딸이 이제 커서 선생님 선물도 자발적으로 선생님의 필요와 취향에 맞게 준비할 줄을 아는구나.. (또 고슴도치 근성 나옵니다.^^*)
주말에 선물 포장을 다 마치고는, 이번 금요일까지 못기다리겠다며 월요일인 오늘 다 들고 나갔습니다. 그 선물과 카드를 받고 기뻐할 친구들의 얼굴이 그려지네요.
이제 저도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집안을 크리스마시하게 좀 바꿔 보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만들어 온, Tree Ornament들을 곳곳에 달고, 크리스마스 반짝이 전등도 붙이고, 현관문에는 크리스마스 wreath도 걸어 붙이고..
작년에는 살아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샀었는데, 나무가 마르면서 잎이 천지(?) 사방에 떨어져서 그거 치우는 일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20-25불 정도면 집안이 꽉 찰만한 나무를 들여 놓을 수가 있고, 나무에서 뿜어지는 향 또한 놓칠수 없는 장점이지만, 떨어지는 잎을 치우는 일과, 크리스마스가 지난 후의 죽어가는 나무를 바라보는 일도 영 가슴아픈 일이어서, 올해는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곳 캐나다의 크리스마스는 1년중 가장 큰 명절입니다. 가족들이 모이는 명절이지요. 세계 곳곳, 지방 곳곳에서 가족들끼리 찾아 모이는 우리 한국의 설날과 같은 의미의 명절입니다. 그래서, 이때면 저도 가족들이 유난히 더 그리워지기도 하구요.
메리크리스마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