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 예슬이는 지금 중학교 1학년입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영어를 접하지 않은,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 영어과목이 있어 그 때 영어라는 것을 처음 접한 아이랍니다.
제 별명이 쥬이쎄인 것은 많은 분들이 아실 겁니다.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도요. juice를 읽지 못해 중1에서 포기해 버린 영어였으니 그 당시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것 말고는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없었고요. 하지만 예슬이의 영어 학원은 3개월로 끝아 나버렸고, 그 일을 계기로 저의 뒤늦은 영어와의 즐거운 전쟁(?)이 시작되었지요.
오늘 이야기는 제 영어 이야기가 아니라 6학년 여름방학 때 본격적으로 영어를 시작한 예슬이의 영어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글의 제목처럼 늦었다고 발을 동동 구르시는 몇몇 분들에게 용기를 드리기 위해서요.
1. 현재 예슬이의 영어는?
중학교 여름방학이 끝나고 난 뒤 첫 영어시간에 영어선생님이 예슬이에게 "너 죽고 싶어?" 라고 했답니다. 이 이야기만 들으면 끔찍하죠?
영어시간에 예슬이가 입을 다물고 있었다는 이유로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는군요. 영어 선생님을 기운나게 해주는 아이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예슬이는 참 늦게 영어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영어를 꽤 잘하는 아이로 통(?)합니다.
그 동안 영어경시대회 반대표로 학교 예선에도 참가했었어요. 물론 3학년 언니와 미국에서 7년 동안 살다온 친구에 비해 실력이 모자라 학교 대표가 되지는 못했지만 학원에도 다니지 않는데 어떻게 그 정도로 하느냐고 선생님도 궁금해하시고 친구들도 어떻게 공부를 하느냐고 묻더랍니다.
또 교육청에서 실시한 영어인증시험에서도 뜻밖에도 너무나 좋은 성적을 받아왔답니다. 제일 좋아한 것은 물론 아이 자신이지요.
예슬이는 여전히 학교 수업과 플릇 레슨 받는 것이 전부이고 저와 집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영어 글쓰기에 가장 열심입니다. 듣기는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데 글쓰기가 생각만큼 안 된다고 하더군요. 경시대회 예선에서 떨어진 것도 듣기, 말하기, 읽기에서는 문제가 없었는데 쓰기에서 3학년 언니와 실력 차가 많았다고 하더군요.
너무나 긴 글이 되어버렸지만 예슬이가 1년 동안 영어와 함께 지내 온 이야기들입니다. 다른 곳에 썼던 글들 중 필요한 부분을 옮겨 와 보았습니다.
2. 동기 부여
늦게 영어를 시작한 아이의 경우 장점도 있답니다. 왜 영어를 해야하는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목적의식이 있고, 부모 입장에서도 동기 부여가 어린아이보다 용이하다는 겁니다.
아래 글은 동기 부여의 한 예입니다. 6학년 5월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이야기입니다.
(2001년 5월 29일 쓴 글 중 일부입니다.)
"어머니, 만화가들은 돈을 많이 버나요?"
느닷없는 아이의 질문에 왜냐고 물으니
"제가 좋아하는 만화가가 이 번에 로마로 여행을 간대요."
하면서 유럽 여행을 간다니 돈이 많이 들거 아니냐고, 그래서 만화가가 돈을 많이 버는지 궁금하다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여행은 꼭 돈이 많아서 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 만화가는 다른 곳에서 절약을 하고 여행을 가는 것일 수도 있겠지. 자신이 추구하는 것에 투자를 하게 마련이니까 말이야."
그리고는 이 때다 싶어 영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 여행에서도 자신이 이태리어나 그 나라의 언어를 자유로이 구사를 할 수 있다면 그저 관광 안내자를 따라 다니는 것과 많은 차이가 있을 거야. 다른 사람을 거치지 않고 자신의 언어로 표현을 하고 자신이 원하는 자료를 얻을 수 있다면 훨씬 좋지 않겠니? 엄마가 예슬이에게 영어를 배우기를 바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거든."
"어머니, 생각보다 외국인들이 참 많네요."
오며 가며 마주치는 많은 외국인들을 보며 예슬이가 한 마디 한다.
"저 사람들에게 인사 한 번 해 봐."했더니 아이는 부끄럽다며 안 한단다.
"어머니는 좋겠어요. 저 사람들과 마음대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하며 나를 부러워하기만 하고.
예슬이 또래의 여자아이들이 지나가기에
"Hi! It's a beautiful day, isn't it? 하고 인사 한 번 해 봐." 해도 아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어 대고.
이 때도 동기 부여를 한 번 주자 싶어
"엄마 부러워할 거 없어. 너도 얼마든지 저 아이들과 마음대로 이야기 할 수 있을 테니까. 엄마 영어 하니까 즐겁고 신나는 일 많다고 했지. 이것도 그 중 하나거든. 너무 조급해 하지 않아도 돼. 천천히 즐기면서 하면 되니까. 넌 영어를 잘 할 조건을 많이 갖추고 있잖아. 그 중에서도 네가 영어를 좋아한다는 게 제일 크거든. 너 Mulan의 Reflection 도 네가 좋아하니까 금방 따라하고 하잖아." 했더니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Look at me I will never pass for a perfect bride"하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래, 이거 봐. 넌 엄마보다 훨씬 잘 할 수 있어. 엄마가 도레미송 배울 때 얼마나 버버벅거렸는지 알지? 그리고 이 노래도 네가 엄마보다 가사를 훨씬 빨리 외우고 노래도 더 잘하잖아. "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머니, 진아네는 이번 여름에 미국 디즈니랜드로 놀러 간 대요."
아이는 친한 친구인 진아 가족이 미국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너도 가고 싶니?"
"네"
"그럼 우리도 가지 뭐."
"정말요?"
"응, 그 대신 예슬이가 어느 정도 영어로 의사 소통이 될 때 갈 거야. 언제쯤 가면 될까?"
아이는 조금 실망한 듯 입을 삐죽거린다.
"진아는 영어 별로 못해도 가는데요."
"그건 엄마가 알바가 아니지. 엄마는 네가 의사소통이 어느 정도 된다는 판단이 서면 그 때 갈 거야. 그럼 너 혼자 가까운 홍콩에라도 보내 볼까?"
"저 혼자요?"
"그래. 너 혼자. 뭐 그 정도는 갔다 올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예슬이와 내년 1월에 미국 디즈니랜드로 여행을 갈 것을 약속했다.
아이 스스로가 영어로 의사 소통이 될 것 같다고 스스로 정한 시기이니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열심히 여행 경비나 저축을 해 두어야지.
3. 스스로 목표 세우기
6학년 여름방학을 시작하면서 아이 스스로가 영어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더군요. 그 즈음 쓴 글입니다.
(2001년 7월 22일 쓴 글 중 일부입니다.)
금요일에 방학을 하면서 생활 통지표 받아 왔더군요.
【영어 : 들려주는 내용을 잘 이해하며 읽기에 대한 이해력이 양호하나 말하기의 훈련이 더 요구됩니다.】
영어 과목에 대한 담임 선생님의 의견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제가 선생이니 《더 요구됩니다》라는 글귀는 좀처럼 쓰지 않는 다는 걸, 정말 뒤떨어진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할 때 쓰는 말이라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전 우리 예슬이가 왜 그랬는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 아이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한글을 다 떼지 못했었는데 학교 가기 전에 엄마랑 한글 공부 좀 할까 하고 물었더니
"제가 스스로 알게 될 때까지 기다리시면 안 되요? 어머니하고 함께 하면 혹시 저 때문에 어머니가 속상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더군요. 전 그 때 굉장히 놀랐어요.
"엄마가 너에게 뭘 잘 하라고 다그치거나 못한다고 해서 속상해 한 적 있든?" 하며 조심스럽게 물었었지요. 아이는
"말씀은 안 하시지만 제가 못하면 속으로 속은 상하실 거잖아요. 그러니 제가 다 알 때까지 그냥 두세요."라고 말을 하더군요.
아이도 자신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늦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겁니다. 혹여 그런 자기로 인해 엄마가 더 마음 상해할까 봐, 자신이 너무 못하는 걸 엄마에게 보여 주는 것이 싫어서 그래서 아이는 혼자 해낼 때까지 지켜봐 달라고 했을거라 생각했었지요.
아이는 생활통지표를 내밀면서
"영어가 좀……."이라며 쑥스러운 웃음을 베시시 웃더군요.
예슬이는 완벽하게 자신이 있기 전까지는 좀처럼 말을 안 할 겁니다. 제가 지켜 본 아이는 그래요. 안으로 안으로 다지고 있겠지요. 그러니 학교에서는 더더욱 말을 않하겠지요. 영어로는.
그렇게 생각하는 저이기에 말하기 능력이 엄청 모자란다는 말도 담담히 받아 들여 지더군요.
20일에는 하루 종일 집안 구조를 바꾸느라 난리를 한 바탕쳤습니다.
제가 아끼던 그릇장은 불쌍하게도 집안에는 있을 자리가 없어 뒷 베란다 구석으로 내 몰리고 새로 책장을 하나 들였습니다.
영어에 관한 책들만 모아 보았지요.
이제까지 제가 본 책들과 아이들을 위한 영어 그림책들을 한 곳에 모아 예슬이의 영어 공부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까 하고.
그 중에는 사서 아직 읽지 못한 책들도 있고, 너무 어렵거나 제목만 그럴 듯하고 제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은 책들도 제법 있거든요. 그리고 너무 많이 봐서 책장이 파슬파슬해 진 것도 있더군요.
제가 그림책을 좋아하니 그림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요. 6칸의 책장이 꽉 차려고 하더군요. 앞으로 우리 예슬이가 보게 될 책들이 되겠지요. 물론 자신이 골라서 보게 되겠지만요.
어제는 방학동안의 계획이라며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보통 다섯 시간에서 여섯 시간 정도 공부를 한다고 하더라며 계획표를 무지막지하게 짜왔지 뭡니까?
영화 1편 보기, 영어 만화책 보고 듣기, 영어 편지 쓰기 A4 한 장 빽빽하게, 영어 만화 그리기 4컷, 영어 책 듣기, CD하기.
아무 말도 안 했지요.
그리고 어제 하루 어땠는지 아십니까? 딱 한 가지 하더군요. 영화 보기.
잠들기 전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에 자신이 그린 동그란 계획표를 보고 자기도 멋쩍은 듯 웃더군요.
오늘부터 서울에서 휴가이니 계획은 또 당분간 보류 상태가 되겠지요. 아이가 계획을 세웠다고 그걸 칼같이 지키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저걸 다 한다는 건 무리라고 생각하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 책 보기, 만화 영화 보기, 만화 직접 그리기 등 만화로 온통 채워 놓았으니 아마도 스스로 계획을 조정해 가면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리라 믿습니다.
만화 그리기는 아직 캐릭터를 완성하지 못해 오늘 거기다가 시간을 거의 다 보내더군요. 제가 상황을 주고 각 각의 대사를 영어로 표현해 주면 아이가 그걸 4컷 짜리 만화로 만들계획이거든요. 이건 제가 먼저 제의를 했던 겁니다. 워낙 만화 그리는 걸 좋아하는 아이이니 만화 그리기와 영어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해 본 것인데 아이의 반응도 좋더군요.
긴 시간을 가게 되겠지요. 그 시간들을 서로가 마주 보며 같이 가보려고 합니다. 아이가 영어 책을 들을 때는 이어폰을 한 쪽씩 끼고 함께 들어주려고 합니다. 그렇게 함께 가고 싶습니다.
4. 아이에게 맞는 방법 찾기
영어에 왕도가 따로 없다고들 하잖아요.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영어 공부 방법에 대해서 박사 논문을 써도 쓰겠다고. 참 많은 방법들이 있죠. 어떤 분이 그랬다죠? 영어공부 방법에 대해서는 이제 그만 공부하고 영어 공부를 하라고. 사람마다 각자의 특성이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택하는 것도 중요하리라 생각합니다. 다음 글은 예슬이가 6학년 여름방학 동안 가장 열심히 한 방법에 관한 글입니다.
(2001년 9월 27일 쓴 글 쓴 글 중 일부입니다.)
영어 책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재미"라는 부분을 무시할 수도 없고 개인의 기호도 마찬가지이고요.
예슬이가 방학 때부터 영어를 시작하면서 가장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은 Oxford Storyland Readers 시리즈입니다. 이 책은 12단계로 구성이 되어 있고 각 단계별로 4권의 책과 2개의 테이프가 있습니다. 지금 예슬이가 하고 있는 것은 7단계 입니다.

책의 안쪽을 조금 소개할게요. 1단계 중 한 권의 첫 쪽입니다.
여기를 눌러 2단계 중 Daddy's Present를 조금 들어보세요.
1단계 테이프를 찾을 수가 없어서요. 어느 구석에 있는지 원……. 7단계의 한 권 중 첫 쪽이구요.

여기를 눌러 예슬이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2001년 9월에 녹음 한 것입니다.)
예슬이가 긴장도 좀 되었고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다시 할까 라고 묻기에 그냥 됐다고 했어요.
어떻게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저는 아주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발음은 처음부터 제대로 잘 해야한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지만 아가들이 우리말을 배울 때에 발음이 처음부터 정확하지는 않찮아요. 서서히 좋아진다는 걸 전 믿습니다. 그건 제가 산 증인이니까요.
이 책은 읽기 교재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저와 예슬이가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일반(?) 기준으로 좀 늦게 영어를 시작한 예슬이가 듣기와 읽기를 함께 하기에 위해서 입니다. 1권부터 책을 보면서 테이프를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테이프 없이 책을 보면서 이 녹음기에다 자신이 읽은 것을 녹음을 하여 들어봅니다. 파닉스를 따로 하지 않고 그저 테이프를 들으면서 통째로 단어를 익히는 것이지요.
그렇게 소리로 듣고 단어를 익힌 다음 자신의 목소리로 녹음을 해서 들어 본 후에 계속 교정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의미 파악은 제쳐두고 소리만을 계속 따라 하는 것이지요. 자신의 소리와 테이프의 소리를 비교하기 위해서도 듣기에 집중을 하게 되구요.
4쪽마다의 간단한 퍼즐을 통하여 어휘력과 독해력을 알아보는 것이 있는데 처음에는 하지 않고 3단계까지 모두 듣고 읽을 수 있게 연습을 한 다음에 4단계 시작하면서 다시 1단계의 퍼즐을 풀어 보도록 했어요.
이 단계 결정은 그저 제 임의로 한 것인데 아이가 어려운 것을 하고 난 뒤 쉬운 것을 다시 할 때 느끼게 되는 기분, 아니 이렇게 쉬울 수가?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어 좀 더 동기 부여를 주고자 하는 마음에서요.
예슬이도 3단계를 하고 난 뒤 1단계를 보더니 아주 코웃음을 치더군요. 쉽다고 말입니다. 고거, 괜찮은 기분이라는 거 경험 있으시죠? 그리고 1단계 4권을 다 하고 2단계로 넘어 가고 난 다음에는 1단계의 책을 보지 않고 테이프만 듣게 해 보았더니 아이가 자신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 영어 문장에 놀라워하더군요.
한 참 후에 듣게 하는 건 외운 문장을 떠올려서 들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는데 사실 잘 모르겠어요. 아이가 외운 것을 떠올리는 것인지 말입니다. 다른 일반 영어 책의 테이프를 틀어 주면 들리는 게 많아졌다니 효과가 있기는 한 가 봐요.
책의 뒷부분에는 Question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듣기로서 전체 내용 파악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어요.

그것도 듣고 읽기에 익숙해진 다음에 퍼즐을 풀고 난 다음에 하도록 하고 있답니다. 영어에 대한 즐거움과 자신감이 생겼다는 게 예슬이의 가장 큰 수확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개학 전 날
"학교에 가면 영어 시간이 새롭겠네?" 했더니
"영어 선생님 얼굴조차도 새로울 것 같아요."하면서 자신도 즐거워하더군요. 간혹 영어 수업이 빠지게 되면 속상해 하고 선생님 중에서 영어 선생님이 제일 좋다는 아이.
비디오도 즐겨 보지요.
우리 말 자막 부분을 가리고 있는 것은 제가 만든 것인데 이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뒤 베란다로 나가는 문이 투명 유리인 탓에 베란다가 훤히 보이더군요.
다른 집도 그러나요? 뒤 베란다는 왜 그리 잡다한 것을 많이 쌓아 두게 되는지요. 그래서 반투명 시트지로 발랐는데 그러고 남은 조각을 7겹으로 겹쳤더니 아래 화면은 거의 보이고 글자만 퍼지면서 보이지 않아 우리말이든 영어 든 자막을 가리는데 딱 안성맞춤이더군요.
저 혼자 볼 때는 전 자막을 가리지 않고 봅니다. 번역하시는 분들이 어떤 대사를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을 해 놓았는지를 알아보는 건 제 공부에 큰 도움이 되거든요. 물론 다 알아듣지는 못합니다.
5. 성취감 주기와 또 다른 동기 부여하기
아이들에게는 성취감을 준다는 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겨울방학 동안의 어학연수였습니다.
(2002년 1월 6일 쓴 글 중 일부입니다.)
오늘 예슬이가 캐나다로 여행을 갑니다. 3주 동안의 어학 연수겸 문화 체험이라는 이름 하에 여행을 떠나게 되었거든요.
지난 해 봄 여행을 하면서 예슬이와 약속을 한 것이 있었습니다. 올 1월에 미국 디즈니랜드로 함께 여행을 가자고. 그 때 예슬이 스스로가 영어로 의사 소통이 될 것 같다고 정한 시기가 올 1월이었지요. 그런데 미국이라는 나라의 사정도 있고 특히나 일을 벌리기를 좋아하는 제가 이 번 방학에 계획한 일들이 너무 많아 예슬이와 함께 미국을 가자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답니다.
1월의 미국 여행이라는 목표가 있었기에 영어를 열심히 했고 영어라는 재미에 푹 빠지게 된 예슬이는 엄마가 미국 여행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다는 말에 입이 이만 저만 나온 것이 아니었어요. 그런 예슬이를 보면서 이제까지 한 번도 생각지 않았던 예슬이 혼자만의 외국 여행을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굳이 영어가 아니더라도 예슬이 스스로가 이렇게 원하고 있을 때 또 다른 세상을 한 번 경험하게 해 보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슬이가 초등학교 6년 동안 특별한 과외비를 들이지 않고 학교 공부만을 해 온 터였기에 이제까지 학원이나 다른 과외 활동에 든 비용이라 생각하고, 그리고 영어를 열심히 한 보상으로 아이에게 한 약속도 지키자며 남편에게 의논을 했지요.
남편이 늘 하는 말이 있어요.
"나는 산골 학교를 다녔어도 공부만 잘했다. 지가 할 나름이지 환경은 무슨 환경."
남편은 이미 오래 전에 폐교가 되어버린 시골 학교를 나온 진짜배기 촌사람이랍니다.
그런 남편이 뜻밖에도 선뜻 제 의견에 동의를 하더군요. 아이와의 약속이니 지켜야 할 것이고 아이의 상태로 보아 지금이 적기라고 자기도 생각한다면서요.
그런데 어찌 그리 외국에 아는 사람이 없는지요. 할 수 없이 유학원을 통해 어학 연수겸 문화 체험단에 끼여 3주 동안 캐나다로 가기로 결정을 했어요. 영어 수업보다는 견학이나 수업 외 활동이 많은 프로그램으로 골라 신청을 했고 오늘, 출발을 합니다.
아래 글은 예슬이의 캐나다 여행을 정리해 본 것입니다.
(2002년 3월 5일 쓴 글 중 일부입니다.)
캐나다 여행은 예슬이에게 많은 것을 안겨 주었습니다. 요약을 해보면
그 첫 번째이면서 제가 가장 흐뭇해하는 것으로 표정이 밝고 굉장히 풍부해졌다는 것입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아이에게 가장 많이 부탁한 것이 밝은 표정과 웃는 얼굴이었거든요.
어두운 아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무심코 있을 때는 자신도 모르게 가끔 무표정해지곤 하는 아이인지라 늘 웃는, 밝은 표정을 의식적으로라도 지어보라고, 그곳의 사람들이 얼마나 표정이 풍부하고 잘 웃는지를 한 번 잘 살펴보라고, 의식적으라도 따라하다 보면 그것이 몸에 배게 될 거라 부탁을 했었거든요.
예슬이도 캐나다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처음에 자신이 아무리 크게 웃고 밝은 표정을 지어도 그들에 비해 굳어 있는 것을 느꼈는데 이제는 거울을 보아도 자신의 활짝 웃는 모습이, 늘 입가에 띤 웃음이 낯설지 않고 자신의 표정이 많이 변했다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둘째는 영어에 대한 자신감입니다. 예슬이는 캐나다에서의 영어 공부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영어만을 위해, 공부로서의 영어를 위해서라면 그 돈으로 한국에서 학원에 다니는 것이 훨씬 효과가 있을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같이 간 아이들 중에는 정말 영어 몇 마디 안하고, 내주는 과제조차 제대로 안하고 오는 아이도 꽤 있었구요. 그곳에서의 수업 내용이나 양은 그렇게 많지 않았고 3주라는 시간도 그리 긴 것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 3주 동안 캐나다 사람들과 지내면서 만난 그 순간부터 영어만으로 의사 소통이 된다는 생각으로, 해보자고 마음먹으니까 어느새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더라구요.
전 어머니와 약속했었잖아요. 정말 열심히 하겠다고. 전 그 약속 지켰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문득 쇼핑을 하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영어에 관해서는 뭐든 자신 있게 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이런 자신감은 그 누구가 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슬이는 캐나다 선생님으로 부터 『보기 드물게 열심히 하는, 적극적이고 선생님을 아주 기운 나게 해주는 학생』이라는 평가를 받아와 저를 기쁘게 해주었습니다.
셋째는 참 많이 생각이 깊고 의젓해졌다는 겁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고 왔고, 기회가 닿으면 고등학교 때부터 외국에 나가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과 계획도 가지고 왔더군요.
넷째로 돈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어져 돌아 온 것입니다.
제가 용돈으로 캐나다화로 400달러 주었는데 그 돈을 남겨 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저도 그 돈은 다 쓰고 와도 된다고 이야기를 했었구요. 그런데 130달러를 남겨왔더군요. 평소에 돈을 아껴 쓰고 규모 있게 쓰라는 이야기를 하기는 하지만 늘 제 눈에는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는 것 같아 절 속상하게 할 때가 많았거든요.
그런 아이가 다 쓰고 와도 된다고 준 용돈의 ⅓이나 남겨 온 것도 놀랍고 기특한데 그 보다 더 놀라운 것이 있어요.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면 꼭 다시 외국 여행을 가고 싶다는 아이는 돈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은 모양입니다. 교복도 친구 언니를 통해 몇 벌이나 얻어 와 새 교복 사는 비용을 저축해 달라고 하더니, 여름부터 교복을 입는다기에 입학식 날 입을 옷을 한 번 사줄까 해도 입던 옷을 입으면 된다, 이모가 새 가방 사라고 준 돈도 저축을 하고 헌 가방을 그대로, 신발주머니조차도 집에 있던 수영 가방이면 되었다고 합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사라고 주신 외할머니, 큰어머니의 용돈도 모두 고스란히 남겨두었지요.
어제 예슬이가 입학식에 입고 간 옷은 제가 살이 쪄 입지 못하고 옷장에 걸어 두었던 저의 옷을 세탁하고 다린 것이었답니다.
이제는 제 키보다 커버려 바지와 소매가 모두 9부인 요즈음 유행(?)하는 옷처럼 되어버린 옷을 입은 아이가 얼마나 대견하던 지요. 에구구, 제가 팔불출인 거 아시니 이해하세요.
실내화도 밑창이 다 떨어지려고 하는데도 깨끗하게 씻으니 아직 충분히 신을만하다며 괜찮답니다. 공책 10권을 산 게 예슬이의 입학 준비의 전부였습니다. 필통 하나 새로 사지 않고 중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는 그 돈들을 다음의 여행 경비로 쓰고 싶다고 하는군요.
예슬이는 일본을 참 가보고 싶어하고 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예슬이가 큰 관심을 보이는 것 중 하나가 '기모노'랍니다. 한 번 입어 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이렇게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위해 필요할 때, 자신이 원할 때 쓸 수 있게 필요한 경비들을 모아두겠다는 아이, 이 번 캐나다 여행이 준 큰 선물인 것 같습니다.
다섯째로 저와의 친밀감이 더욱 커졌다는 겁니다.
떨어져 있는 동안 저에 대한 그리움이 저와 더욱 가까워지게 한 것 같아요. 태어나서 아직 그렇게 오래 떨어져 있어보기는 처음이었는데 막 사춘기에 접어들어 저와 많은 부분에서 삐꺽거리기 시작했던 감정들이 이 번 여행 동안 엄마가 보고 싶다는 걸 절실히 느끼는 바람에 엄청난 "효녀"로, 예전 아기 적 어리광쟁이로 돌아와 있더군요.
하지만 전 그 것이 단순한 퇴행이라 생각지 않습니다. 절실한 그리움을 통한 내적 성숙(너무 거창한 가요?)에서 오는 친밀감은 아기 때의 그것과는 정말 다르고 제게 또 다른 기쁨을 주더군요. 예슬이와 저는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더욱 절절해졌다면 적당한 표현이 될 수 있을까 모르겠어요.
이 번 여행을 결정하게 되었던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점을 노린(?)거였는데 저에게도 예슬이에게도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랍니다.
6. 스스로 영어에 목말라하며 재미와 몰입을!
중학생이 된 예슬이는 영어만큼은 잘하고 싶다는 욕구를 가지고 시작을 했습니다. 중학교의 첫 영어 수업 전날의 예슬이입니다.
(2002년 3월 5일 쓴 글 중 일부입니다.)
지금 예슬이는 거실에 있는 식탁에 앉아 내일 1교시에 든 영어 수업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첫 시간이니 아마도 자기 소개를 하지 않을까 하여 자신의 소개서를 영어로 작성하느라 열심입니다.
영어책장의 두 문이 활짝 열린 거 보이시죠? 너무 평범한 소개는 그렇다며 나름대로 책을 뒤져가며 열심입니다.
그리고 1학기 영어 수행평가인 영어 신문 만들기에 관한 글입니다.
(2002년 4월 18일 쓴 글 중 일부입니다.)
예슬이의 영어 수행평가가 『영어로 가족 신문 만들기』랍니다. 예슬이는 기사를 쓰느라 집에 있는 영어 책은 거의 다 뒤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마음대로 쓸 수가 없으니 다른 사람들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오거나 그 문장들을 보고 조금씩 수정을 해 자신의 표현으로 쓸 때가 많아요.
이번 가족 신문 만들기는 저희들에게 영어를 즐길 또 한 번의 좋은 계기를 마련해 주었어요.
지난 4월 5일, 정빈이의 앞니가 빠졌답니다. 그래서 가족 신문의 기사 중 하나를 그 이야기로 선택을 하도록 유도(?)했지요. 그리고 이 때다 싶어
"이가 빠지는 이야기"가 있는 책들을 찾아보았습니다.
Arthur's Tooth, Arthur Tricks the Tooth Fairy, A New Tooth, Madlenka, My Tooth is About to Fall Out, Where's Your Tooth?, The Tooth Fairy 등이 있더군요.
예슬이는 동생의 이가 빠진 것에 대해 신문 기사를 써야하니 자연 관심을 가지고 책을 보게 되고 정빈이는 그 책들 속의 자신과 같이 이가 빠진 아이의 그림 구경만으로도 재미가 있나 봐요.
그러면서 예슬이와 저는 새로운 즐거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림책의 내용만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로 번역해 새로운 우리만의 번역본을 만들어보는 것이지요.
Arthur ran to the breakfast table.
아서가 식탁 의자에 앉아 이의 요정이 두고 간 지폐를 흔들고 있는 그림과 함께 시작하는 이 첫 문장 예슬이는
『아서는 황급히 아침 식탁으로 달려갔습니다.』 라고 표현을 하더군요.
이의 요정은 헌 이를 가지고 뭘 하냐, 그럼 돈은 어디서 나느냐 묻는 동생 D.W에게 You ask too many questions? 라고 한 아서의 말을
넌 참 궁금한 것도 많다, 라고 할까 뭐가 그리 궁금한 게 많냐? 라고 할까 를 고민하는 아이를 보며 영어 그림책이 도리어 우리말 공부를 도와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생 이가 빠진 것을 기사로 써 보는 것이 어떠냐고 했더니 예슬이가 대뜸
『내 동생 이가 빠졌어요! 를 제목으로 하고
6살, 내 동생이 첫 이가 빠졌어요.
며칠간 흔들리더니 쏙! 하고 빠졌어요.
꼬마인줄만 알았던 동생이 이가 빠지니 약간 대견스럽네요, 라고 쓰면 어떨까요』하는데 입이 딱 벌어지더군요.
그래서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 거냐고 했더니 한참 생각해보더니 도저히 자기 실력으로는 안되겠다면서 아주 쉽게, 아주 아주 쉬운 말로 해야겠다면서 아직까지 완성을 못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우리말의 어감에 맞게 표현하는 연습을 하면 우리말을 영어로 표현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거야. 그런데 그렇게 하려니 우리말 실력이 엄청 딸린다는 걸 느끼겠지? 어머니는 영어와 우리말 둘 다 언어이니 서로 상호보완 작용을 한다고 생각 해.
네가 생각하고 있는 우리말의 다양한 표현을, 그 의미를 그대로 담으면서도 간결한 영어 문장으로 옮길 수도 있고, 영어의 간단한 문장도 너의 상상력과 우리말 표현 능력을 총동원하여 나름대로의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해."
예슬이와 그림책을 앞에 두고 서로 자신의 표현이 더 적합하고 멋지다고 우겨대며 실랑이를 하는 그 시간이 무척 행복합니다. 정빈이나 볼 것 같은 몇 장 안 되는 그림책을 저희 모녀는 코를 박고 들여다보고 궁리 궁리를 하고, 서로의 표현에 깔깔대며 웃곤 하지요.
만약 그 때, 이 나이에 무슨 영어를, 공부는 애가 하는 거지 엄마가 왜? 라며 끝내 용기를 내지 못했었다면 지금의 이 즐거움을 결코 제 것이 되어 주지 못했을 겁니다. 아이와 한 걸음씩 한 걸음씩 천천히 가는 이 길이 제겐 참 감사한 길입니다.
이렇게 해서 드디어 영어신문을 완성했답니다.
(2002년 4월 18일 쓴 글 중 일부입니다.)
예슬이가 만든 영어 신문입니다.




모두 네 쪽으로 되어 있고 저희 가족 신문이 "네잎 클로버"여서 이 신문의 이름 그렇게 하였습니다. 제가 한 역할은 예슬이가 만들어 온 영어 문장들을 약간 손질해 주는 것과 영어 편지 한 통을 써주는 것이었어요.
영어 문장도 대충 의미가 통한다고 생각되면 그대로 두었고 스펠이 틀린 것도 그냥 둔 것도 있답니다. 지금 이 과정도 중요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 다시 이 것을 볼 때 아이 스스로가 발견하기를 바라고 그렇게 해서 제대로 알게 된 것이 더 강화되어 기억에 남지 않을까 해서요. 그리고 제 손이 너무 많이 간다면 그 신문의 주인은 제가 되어야 하니 그러면 안 되잖아요.
아래 글은 그 당시 제 마음을 적었던 글이라 옮겨 와 보았습니다.
예슬이가 영어 신문을 마무리하고 있는 틈을 타서 잠시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숙제라고 는 이제까지 관심 한 번 가져 주지 않다가 영어라고 관심을 가져 준다면서 투덜거립니다.
아마도 좀 도움을 받을까 싶어 하다가 영어 기사 너무 엉터리인 거 몇 군데 말고(그리고 틈만 나면 강의를 해대는지라 )는 도움을 받지 못하자 좀 열을 받은 모양입니다. 처음에는 도움 필요 없다고 했으면서. "디자인 작업 도와주지 않아 놓고는 나중에 마음에 안 든다고 하면 안 되요."하며 볼멘 소리를 합니다.
사실 욕심을 누르느라 힘든 게 사실입니다. 옆에 딱 붙어 앉아 일일이 손을 봐 주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거든요. 디자인은 자타가 공인, 아닙니다. 타는 모르겠고 자는 공인하는 솜씨인지라. 에궁, 오늘도 잘 난 척 한 번합니다.^_^
그런 마음을 꾸욱 누르고 있는 중입니다. 저희 집 가족 신문이 "네잎 클로버"거든요. 제목 적어 왔는데 조금 열 받았습니다. 참는 게, 스스로의 힘으로 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이 진정 예슬이를 돕는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래도 자꾸만 비집고 올라오는 이 욕심, 만만치 않습니다. 늘 이렇게 갈등을 하면서 살게 되네요.
아이는 두 주 가까이 이 영어 신문에 매달려 있었던지라 지난 일요일에 완성을 하고는 기념으로 자장면을 사달라고 할 정도였어요. 아마 힘에 조금 벅찼던가 봅니다.
학교에 가져가는 아이에게
"선생님께 사실대로 말씀 드려야 한다. 어머니께서 조금 도와주었다고, 알았지?" 라는 말도 잊지 않았지요.
다음에는 I made it all by myself. 라고 말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말과 함께요.
아마 신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예슬이는 자신의 영어 실력에 심한 갈증을 느꼈을 겁니다. 정말 멋지게 기사를 쓰고 싶었는데 그걸 영어로 표현하기가 어려우니 자꾸만 더 쉬운 말로 더 쉬운 말로 수정을 해야 했으니 말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영어 신문 만들기는 예슬이에게 큰 동기 부여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여기까지 예슬이의 "영어 1년"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예슬이는 2학기에 학교 특기적성으로 일본어를 배웁니다. 얼마 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자막 없이 일본어로 보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했지요.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는 걸 알겠지? 영어를 아니까 Ice Age도 우리말 더빙이 아닌 것을 볼 수도 있었잖아. 일본어를 배우면 네가 가보고 싶은 일본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거야.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편하다는 거지. 언젠가는 영어처럼 일본어도 그렇게 성큼 네 곁에 올 날이 있을 거야."
늦었다고 생각되시는 분, 빨리 뭔가가 눈에 보이지 않아 답답해하시는 분들, 영어가 목적이 아니라 도구라는 걸 아신다면,
아이가 정말 영어를 언제 진정한 도구로 이용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아직 너무도 많은 여유가 있다는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6학년에 시작한 예슬이도 결코 늦지 않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