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과 가르침의 즐거움--2003/06/18 2003-06-18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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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일로 새벽 4시에야 잠시 눈을 감았다
눈은 뻑뻑했고 심한 피로감은 오히려 수면을 방해했다
그러다가 다시 새벽 6시쯤 갑자기 재채기와 가래로 인해 또 30분 가량을
일어났다 누웠다를 반복했다
정말 눈은 굵은 바늘로 찔러대는 것처럼 아파서 뜰 수가 없는데
눕기만하면 맑은 콧물이 고이고 가래가 끓고...

그러다가 오전이 되었고 은창이는 유치원에 가야 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남편밥은 제대로 챙기지 못했지만
마른 아들은 늘 가슴이 아려 죽어라 밥을 챙기는 나였다
그런 내가 오늘 아침은 딱 달걀후라이 한 장 붙여주었더니
(그것도 거의 눈감고 붙였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대는 은창이를 쪼그리고 보았다
은송이도 왠일인지 그걸 먹겠다고 징징대는 바람에
결국 한 장을 더 했다..

아이는 그렇게 유치원엘 갔고
나는 물에 젖은 솜같은 몸이었지만
며칠 전부터 어질러놓은 사방팔방은 고사하고
어제 밤에도 손끝 하나 대지 못한 방을 대충 치웠다
그저 각방의 위치로의 이동 정도...

금방 오후 2시가 되었고 은창이가 왔는데
도서관에 가잔다..
아...은창아 엄마 너무 졸려...
책을 6권 빌려왔는데 그 중 딴에는 별로인 책 3권을 벌써 추려놓고는
도서관용 노란 가방을 꺼낸다..
에라 모르겠다...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지...

처음으로 마을버스를 타고 도서관엘 갔다
이전까지는 셋이서 혹은 친구네와 여섯이서
쉬엄쉬엄 걷던 그 길인데
오늘부터 직장을 나가게 된 친구도 곁에 없고
몸은 피곤했기에 버스를 탔다
은창이는 그렇게 금방 오게 된 것이 마냥 신나는지
갈때도 버스를 타자고 내리자마자 성화다..
(이 녀석아 당연하지 내가 지금 제 정신으로 여기 온줄 아냐...)

여섯권을 한꺼번에 반납하지 않기에 혹시라도 반납기일을 헷갈리까봐
두 번씩 확인을 하고서야 오늘 고를 책을 위해
서가쪽으로 갔다
은창이와 은송이는 그 짧은 기간에
(한달이나 되었나 도서관에 출입하게 된 것이..)
벌써 동선이 익숙해져 저희들 책이 어디 있는지 알고 가서
한권씩 책을 꺼내들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
원피스를 입은 은송이는 팬티가 그대로 그 차가운 바닥에 닿을 듯 싶어
가져온 시장바구니를 펼쳐서 앉혀주었더니 예의 새침한 웃음을 짓는다
은송이가 잠깐 뭐라뭐라 했더니 금새 은창이가 모기같은 목소리로 말한다
"이은송..도서관에서는 조용하라고 했잖아..조용히 해.."
마구마구 지들끼리 떠들면서 오다가도 도서관입구에만 들어서면
여러사람 이목이 무서운 엄마가 매번 강조를 했더니
어느새 귀에 딱지가 앉았나 보다^^
내가 고른 책 은창이가 고른 책 다섯권 중 최종적으로 세권을 골랐다
내가 고른 책은 한권만이 낙찰되었다

반납날짜를 다시 확인하고 지하매점으로 내려갔다
오늘 밥다운 밥을 못먹은 나와 은송이...
(그래도 은송이는 점심에 조금 남은 밥을 데워
먹여주었다..나를 돌로 치시마시라...)
도저히 집에 가서 제대로 된 밥을 차리지 못할 것같아
도서관매점에서 때우기로 했다
고만고만한 아이 둘 데리고 식판 둘을 챙기는
후줄근한 나같은 모습을 대한민국 그 어느 도서관에서
볼 수 있을까나..
여하튼 우리는 그렇게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어미와 자식의 모습으로
김치찌개와 소고기당면국에 후딱 끼니를 해결하고 나왔다

배가 부르니 숲에서 불어오는 이른 저녁의 바람도 좋았고
딱 알맞은 정도의 따스함이 남아있는 초여름의 공기도 그저 좋았다
도서관 계단을 내려오다 보니 아래까지 길게 토끼풀이 자라고 있었다
"은창아 이거 토끼풀이다..이걸로 반지 만들 수 있어..."
하여 정말 허접하기 짝이 없는 이상스레한 토끼풀반지를 꼬질꼬질한
두 아이의 손가락에 끼워주고는 버스를 탔다

동네에 와서 내일 아침 먹을 빵과 우유를 사서 올라가는 길에
티비도 없고 신문도 끊은 무인도같은 생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은창이에게 신문을 사오라고 시켰다
"은창아 저기 서점에 가서 **일보 하나 주세요 해..
**일보는 신문이야 알았지?"
천원짜리 한 장을 건넸더니 놀부가 화초장 화초장 하며 걸었던 것마냥
**일보,**일보...하면서 걷는 아이의 가방은 지퍼가 헤벌레 열려져 있었다..
혹시나 해서 지켜보았더니
조금있다 주인 아줌마가 나와서 가판에 있는 신문 하나를
집어주더니 은창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은창이는 90도로 인사를 하고 냅다 달음질을 해서 내게로 왔다^^

시켜놓고도 뭐가 그리 신기한지 나는 아이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아줌마한테 뭐라고 말했어?
아줌마가 뭐래?
인사는 잘했어?"
"뭐 그냥 &%$일보 달라고 했지.."
"그러니까 아줌마가 알아들으시던? --참고로 은창이는 약간 혀가 짧다^^;;"
"아니 처음에는 모르시더라..두번째 말하니까 신문..하시면서 주시더라.."

집에 거의 다 왔다
또 갑자기 아이에게 묻는다
"은창아 너 도서관하고 서점하고 다 책이 많은 거 알지? 근데 뭐가 다를까?"
"그거야 쉽지..
도서관은 놀이터가 있고
(밖에 약간의 운동기구가 있고 쉼터처럼 된 곳에서
늘 달리기시합같은 것을 했다)
서점에는 없지..뭐."
"그래 그렇지 근데 그거 말고 책을 생각해 보았을 때 다른 점은 무얼까?"
"아 또 있다!
도서관은 자동문이 있고
(사실은 자동문이 아니라 기계식바가 설치되어있는데
은창이는 밀고 들어가게 되어있는 그 기계가 신기해서
그렇게 인식을 한 듯 싶다)
서점은 없어.."
결국 내가 원하는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_-;;

"도서관은 책을 빌리고 그래서 다시 주어야 하는 곳이고
서점은 돈을 주고 책을 사기 때문에 다시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거야.."
내가 원하는 시점에 대답을 못했을 뿐
은창이는 그러나 이러한 내용을 알고는 있었다
이후 우리의 대화는 계속 이어질 수 있었다
은송이는 오직 빵가게에서 산 아이스크림에만 마음이 가있을 뿐이었다.....

참으로 어렵고 힘든 여정의 도서관 나들이였다
그러나 그 즐거움은 내 몸과 마음의 고단함을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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