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전쯤에, 아는 아줌마랑 동네의 어느 학교가 학구열이 어쩌구 저쩌구 수다를 떨다가, 우연히, 아는 분과 이웃인 분의 1학년짜리 딸이 독감에 걸려서 '죽고'말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감기인줄로만 알고, 해열,진통제만 먹이다가, 며칠 뒤에는 배가 아프다고 하기에 소화제를 먹였는데, 그 다음날 아이가 축 늘어진 채로 죽어버렸다는거지요. 병원도 한번 가보지도 못하고, 손을 써 보지도 못한채 아이를 보냈다는 겁니다.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아이는 한국인 아이이고, 1학년짜리 이 여자 아이의 언니는 가히 천재라 할만큼 똑똑해서 엄마가 두 딸을 데리고 유학을 왔다는 겁니다. 살면서 이민 신청을 했고, 영주권이 나와서, 아빠가 한국으로 떠나 없던 상태였다는군요.
그 이야기를 들은 이튿날 이곳 뉴스에서 보도가 들렸습니다. 독감으로 두 7살짜리 아이들 사망. 그것도 12월 14일 같은 날에..
그 전부터 뉴스에서, 이번 독감은 아주 무서우니 예방주사를 꼭 맞추라는 당부를 하더군요. 다른때 같으면, 아주 어린아이나 노약자, 약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주사를 권장했는데, 올해는 10세 이하의 어린이는 다 맞추라는 둥..겁을 주기에..워낙 메디아의 극성을 잘 무시하는 저는...'독감 주사약'을 많이 팔려고 하나? 아니면, 부시의 부실정치를 묵과 시키려고 독감으로 과대하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나? 등등으로만 생각했었거든요.
가까운 곳에서 그것도 한국인 가족에게 비극이 생겼다는 말에, 저도 두말 않고, 우리 두 아이들을 이끌고 클리닉에 가서 한 시간 이상의 대기시간을 견디고 난후, 주사를 맞춰주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날부터..
제 딸이 열이 나기 시작하고, 기침을 시작하는데, 죽은 아이 생각이 나서 너무 무섭더군요. 예방주사 때문인지, 잠복기를 거친 바이러스의 행동개시인지...하루 전까지도 멀쩡하던 아이가.. 이틀을 고열로 앓고 나더니 조금씩 나아지는 모양입니다. 오늘도 딸 아이의 옆에서 잠을 자다가, 새벽에 깨서 쥬스를 한잔 주고는 잠이 안 와서,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우리 아이도 감기 후에는 늘 귀에 감염이 합병증으로 생기는지라, 계속 아이에게 괜찮으냐며 묻고 있네요. ㅡ.ㅡ
다행인거는, 학교에서 아이가 좋아하는 모든 행사가 끝나고 방학인 중에 아프게 되어서, 편안하게 푹 쉴수 있다는거지요. 오늘은 이곳이 크리스마스 이브인데요, 동네가족들이랑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그냥 조용히 집에 있어야겠네요. 아이의 침상을 지키면서, 내내 깊이 생각했던 것이 있습니다. 내 너에게 뛰어난 사람이 되기를 기대하지 않겠다. 네 길은 네가 알아서 개척하는 것이니, 이 에미는 그저 네가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서, 평범한 기쁨을 누리고 만들어 가는 사람이 되기만을 바라고 기도하련다..
공부가 다 뭡니까? 학군이 다 뭡니까?( 솔직이, 아이가 커 갈수록 이런 주제에 자꾸 마음을 쓰고 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저 건강하고 행복한 것이 최고이지요. 다시한번 마음을 다집니다. 아이가 뛰어난 사람으로 자라기를 기대하지 말자. 평범하게 자신의 행복을 만들어 갈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도와주자고..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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