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중 제가 읽은 책은 앞의 두 권뿐입니다. 내용도 보지 않고 책을 보여 드리는 것은 나머지 것은 내용을 알지 못하지만 표지 사진만으로도 제게 큰 느낌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이 사진들의 공통점을 알아내셨나요? 웃는 얼굴, 그것이 주는 느낌.
더 중요한 것은 그 웃는 얼굴이 남에게 주는 느낌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주는 느낌이,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요즈음 저는 웃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운전을 하다가 신호 대기로 멈춰 설 때는 차안의 거울을 보며 연습을 하곤 한답니다. 웃을 줄 모르느냐고 묻는 분이 계시겠지만 저는 잘 웃습니다. 너무 잘 웃어서 탈일 정도지요. 그런데 왜 웃는 연습을 하느냐고요?
오늘 산책은 서점에서 끝이 났답니다. 예슬이와 함께 책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빈이와 따로 산책을 갔던 남편이 와서는 그만 가자는 바람에 과일 가게에만 들러 집으로 돌아와야했거든요. 서점에서의 제 이야기가 길었던 까닭입니다.
10대란, 사춘기란 참 알 수 없는, 서로에게 힘든 터널이라는 표현이 공감 가는 건 예슬이가 그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인가 봅니다.
예슬이는 요즈음 짜증이 많아지고 못마땅하고 참을 수 없는 것이 많은 가봅니다. 특히 나이 차가 많은 동생이 그렇게 못마땅한지 동생을 보는 눈길, 말 한 마디가 곱지를 못합니다.
아마 동생의 행동들이 유치하기도 하고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 눈에 많이 거슬리는 모양입니다. 게다가 건강 때문에 늘 정빈이에게 많은 손길과 눈길이 가니 그것도 불만이고. 그러다 보니 얼굴이 뾰로통하게 부어 있는 것이, 말도 거칠고.
오늘 예슬이를 서점에 데리고 간 것은 여러 사람들의 얼굴을 보여 주기 위해서였어요. 물론 그 책들 중 몇 권이 집에 있기는 하지만 서점이라는 공간이 주는 좀 자유롭고 트인 느낌이 집보다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맨 처음 본 책은 『화』였어요. 그 책의 내용 중 예슬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들만 골라 읽어주었답니다. 그러면서 이 책은 엄마가 쓸 것 그랬다, 여기 있는 이야기는 늘 엄마가 너에게 하는 이야기들이잖아, 했더니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그리고 보여 준 책은 『잭월치』『네 안의 거인을 깨워라』였어요. 마침 서점에 그 책이 나란히 붙어있어 안성마춤이더군요.
"여기 이 두 사람이 얼굴을 한 번 보렴? 두 사람 얼굴에 공통점이 있지?"
예슬이에게 책표지에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을 보여 준 이유는 바로 그들의 웃는 얼굴 때문이었어요.
"이 두 사람은 세상 사람들로부터 성공한 사람으로 인정받는 사람들이야. 이 웃음 어때? 이 웃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자신감과 여유를 느낄 수 있는지 궁금해.
어머니 얼굴 한 번 봐. 지금 화가 나거나 한 것도 아닌데 어때? 저 책에서 웃고 있는 사람들과 비교해 보니? 무표정이 주는 부담감이 느껴지니? 어머니가 평소에 이러고 있으면 너희들 당장 이럴 거야. 어머니 뭐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으세요? 하고. 그럼 이 표정은? 비교해 봐.
(예를 들기 위해 학교에서 잠깐 찰칵. 화장 안 한 얼굴이라 번들번들^_^)
이렇게 입가를 살짝 위로 당기듯이 하고 이렇게…. 어때? 참 다르지 않니? 정말 작은 차이지만 너무 다른 느낌을 주는 것 같지 않아?
그런데 무표정하게, 굳어진 표정으로 한 동안 있으면 그리 화가 난 일도 없는데 기분이 쳐지고 우울해지는 걸 어머니는 경험했어.
그런데 얼굴의 근육을 조금만 바꾸었는데도 이렇게 살짝 웃는 표정을 하니 기분도 밝아지고 괜시리 몸도 가벼워지는 듯한 느낌이 되는 걸 느꼈지.
어머니가 너에게 이렇게 두 사람이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것은 이 두 사람의 얼굴을 한참보고 있으면 네 스스로가 이 사람들을 따라 기분이 밝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걸 경험하게 하고 싶어서야. 어때? 이 얼굴을 보고 막 화가 나고 짜증이 나니? 그렇지 않지?
아마 이 사람들도 이렇게 웃는 표정을 가지고 태어나지는 않았을 거야.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인 태도가, 세상을 향한 자신감이, 그리고 성취감이 이 사람들의 얼굴에서 묻어나고 있지 않니? 그런데 이 얼굴은 성공한 뒤에 가지게 된 것은 아닐 거야. 어쩌면 이렇게 웃는 얼굴이 그 사람들에게 성공을 가져다주었을 거라는 생각이야.
네가 누군가와 상담을 하고 싶다면 너는 이 두 사람처럼 이렇게 편안하게 밝게 웃고 있는 사람을 찾아 갈 것 같니 아니면 얼굴이 굳어 무표정하거나 화가 난 표정을 가진 사람을 찾아가고 싶니?
사업을 하든 친구를 사귀든 누구라도 이런 웃는 얼굴을 한 사람을 가까이 하고 싶을 거야. 캐나다 여행에서도 그 사람들의 밝고 풍부한 표정이 인상적이었다고 했었잖아.
천국은 누가 나에게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다는 거 알지? 엄마도 너와 같은 10대의 시기를 거쳐왔어. 그리고 그런 감정들이 내가 전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생리적인 부분도 있다는 것도 알아. 엄마도 식구들이 못마땅할 때도 있고 어서 커서 독립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기도 했었어.
아마 네가 이러는 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몰라. 하지만 네 마음속에 불만이 너무 많이 자리하고 있다면 이 시기가 네게 너무 힘들다는 거지. 어느 정도는 네 스스로의 노력으로 조금은 다른 마음을 가질 수 있을 거야. 물론 표면적인 쾌활함으로 가장을 할 필요는 없어. 힘들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라는 것이 아니야. 힘들면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 수 있었으면 하는 거야.
10대를 터널이라고 하는 것은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의미도 있을 거야. 엄마가 너와 요가를 시작한 것도 바로 결국 마음을 다스리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야.
아버지가 멋있어 보이는 이유를 아니? 누가 봐도 웃는 얼굴이기 때문이야."
제가 웃는 연습을 하는 것은 가을을 많이 타는 저를 위해, 그리고 사춘기를 앓고 있는 예슬이를 위한 『가을 선물』이라고 한다면 좀 유치할까요?
작은 방으로 와 앉는 아이에게 예슬아, 하고 부르니 아이는 말시키지 말라는 한 마디만 하고는 얼굴에 눈물 범벅이 되더군요. 그런 아이를 가슴에 안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가족들간에도 노력이 필요해. 어머니가 특히 할머니가 살아 계시고 집안에 많은 어른들이 계시는 것을 감사히 생각하는 것이 바로 오늘 같은 날 때문이기도 해.
요즈음 아이들이 중심이 될 때가 많아. 우리 집도 마찬가지야. 대구에 있을 때는 많은 부분에서 너나 정빈이를 위해 여러 가지 일들이 진행될 때가 많잖아. 하지만 늘 그렇게 자신의 기분만이 중요하고 자신의 기분에 따라 행동하는 것만 알면서 자란다면 결국 상처 입는 것은 너 자신일 거야.
학교에서나 사회 생활을 할 때에도 모든 일들이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랄 것이고, 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아버지나 어머니처럼 널 최대한 배려해주어야만 한다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고. 그렇지만 다른 아이들도 너와 별다를 바 없겠지. 모두가 자신만을 고집한다면 어떨까? 서로 자신의 이야기만을 고집하고 그것이 관철되지 않을 때는 상처받고 분노하게 되지 않을까?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는 것도 배워두어야 한다는 생각이야. 그런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더 없이 좋은 장소가 바로 할머니 댁이라 생각해.
어머니가 얼마 전 서점에서 한 이야기 생각나니? 책표지에 있는 웃는 얼굴들을 보면서 말이야. 어머니가 웃는 연습을 한다고 했었지. 가식적으로 웃는 척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웃는 모습이 진짜 내 것이 되도록 하자고. 그러면 내 감정 조절도 좀 더 수월하게 될 거라고.
어머니도 꼭 해야할 이야기는 해야한다고 생각해. 오늘 제사를 위해 할머니께서 준비하라고 해서 큰어머니께서 준비한 나물이 8가지였어. 엄마는 실력이 없어 나물 당번은 못 되고 부침 당번을 하지만 나물이 가장 손이 많이 가고 힘들어.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꼭 그렇게 가지 수가 많아야 하는 가 하는 거지. 할머니께 말씀드렸어. 일주일 후의 추석에는 네 가지 나물만 준비하겠다고.
이런 이야기를 할 때에도 어떤 표정이면 좋을까? 불만 가득한 표정보다는 살짝 웃으며 밝고 쾌활한 목소리로, 그러면서도 내 주장을 확실히 담아서 이야기하면 더 좋겠지?
옛말에 웃는 얼굴에 침 뱉으랴, 하는 말이 있어. 얼굴 가득 자연스럽게 배어있는 미소는 너에게 많은 것을 선물로 줄 거야.
미소 띤 얼굴과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노력으로 얻게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 그건 네 삶을 좀 더 풍성하게 해줄거라 생각하기 때문에 어머니가 이러는 거야."
이렇게 하여 저와 예슬이는 한 번 더 안고 뽀뽀도 하면서 시댁에서의 하루를 보냈답니다. 주방에 일을 도우러 들어 온 예슬이의 '어머니 뽀뽀'라는 말에 저의 큰 형님 '아이구, 닭살이야'하시면서 예슬이에게 '다 큰 게 안 부끄럽나?'하시더군요.
서로 웃는 얼굴을 바라보며 예슬이와 저는 『닭살 모녀』가 되었답니다.
곧 추석입니다.
먼 길 다녀오시는 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안전 운전으로 즐거운 추석이 되시길 바랍니다.

쑥쑥몰

> 




 



♥ 사춘기 딸과 웃는 연습을 하는 엄마
최신
이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