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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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개월된 우리 아인 20개월때부터 영어 동화책을 조금씩 읽어 줬는데
(한글 동화책은 6개월경부터 안고 읽어 줬구요)
그 영향인지 어쩐지 글자만 보면 무조건 "이건 ABC라고 써 있는거야"
하더군요. 스펠을 치중하지도 않고 그냥 읽어준 것 뿐인데.
아차! 이거 한글보다 영어 문자에 먼저 흥미를 느끼면 어쩌나,
문자 자체는 영어 알파벳이 더 쉬운데 이걸 그냥 먼저 해 줘야 하나 마나...
사실 문자 인식은 최대한 천천이 해 주고 싶은데 어찌해야 하나 하고 있던 차에
신기한 영어나라 스타트 진도가 딱 알파벳을 들어가더라구요.
전 이거 너무 싫었습니다. 안그래도 단어위주라 그나마 4개씩 배우는
단어를 넣어서 한가지 문형을 익히는 거로 위로받고 노래와 첸트를 익히는 걸로 위로받고, 선생님이 넘 좋아서 위로받고, 나름대로 내게 도움이
되서 위로받고,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었는데 왠 알파벳?????
그런데 알파벳을 들어가니까 이젠 아주 진짜로 모든 문자가(길거리 한글간판까지도 모두)
영어라구만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거에요. 우리 딸내미가.
어렴풋이 모양이 좀 다르다 생각하면서도 아직 안 배운 영어글자 중에
하나인가 보다 여기는 눈치더라구요.
옛날에 문득 히플러님 책에서 언어는 동시에 여러개를 해도 되지만
문자는 서로 상쇄작용을 한다는, 그래서 히플러님도 문자는 한글을
뗄때가지 영어문자는 안 했다는 기억을 되살려 한글 먼저 떼줄 요량으로
(전 정말 한글 천천이 가르치고 싶었지만-왜냐면 나도 아이들이 한글을
떼고 나면 아이들이 책볼때 그림엔 관심을 덜 가지고 문자 쫒기게 급급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할 수 없이 '한글나라'를 시작했습니다. 수업내용은 맘에 드는데(재밌는 얘기 해주는 스타일이라 그것만으로 만족) 아이가 한글을 깨우쳐 가는게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더라 이겁니다.
아직 위의 맘처럼 아이가 한글을 다 뗀 것도 아니고, 시작한지도 얼마 되진 않았지만 영 찝찝한거에요.
한편으론 우리나라 사람이 한글보다 영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아닌가 하는 반성도 하다가, 아니 그런 사대주의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정말 위의 맘처럼 상상력이나 창의력을 잃게 하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였죠.
몇 주간의 알파벳 수업을 지켜본 후 저는 조심스럽게, 그러나 단호하게
영어나라 선생님께 알파벳 안하겠다고 옥스퍼드 리딩트리 동화책 읽어달라고
제가 읽어주긴했지만은 그것보다 실감나게 살을 붙여 읽어달라고, 그리고 매직과정에 있는 SONG이나 CHANT를 한개씩 해달라고 과감하게 부탁드렸습니다.
물론 선생님도 당연히 O.K
자기도 이 연령에 알파벳 하는 거 싫다고. 생활영어나 동화읽기가 더 중요하다고.
자기도 알파벳 단계만 나오면 솔직히 수업이 하기 싫다고.
알파벳이나 파닉스는 5세 이후에 해도 된다고.
제가 왜 우리 아이 영어나라 선생님 좋아하는지, 그리고 왜 영어나라를
계속 하는지 이 대목에서 아시겠죠?
그런데 이렇게 알파벳 하기를 그만두고 나니까
그럼 한글나라는 괜히 시작했다는 생각이 막 드는거에요.
아이가 재미도 붙이고 한글나라 선생님을 따르기도 하는데
게다가 낮동안 아이를 봐주시는 어머니도 그동안 영어는
본인이 가르칠 수 없어 낙담(?)해 계시다가 한글을 시작하니까
너무 뿌듯해 하며 신나게 아이에게 가르쳐 주시는데
(사실 저는 목이 아프시다면서도 하루종일 책읽어달라는 아이에게
한글그림책을 너무나도 실감나게 감칠맛있게 구수하게 읽어주는
우리 어머님의 공로를 치하하지 않을 수 없거든요. 그래서 아이의
언변(?)이나 상상력은 어느 누구도 뒤지지 않게 만점입니다.-왠 자식자랑? 그거 아니고 어머님 자랑임)
한글을 그만 두기도 뭐하고, 참 갈등입니다.
어떤 엄마는 한글과 영어를 동시에 시키기도 했다던데
어찌해야 할지 윗글 올리신 맘의 글 읽으며 고민되는 게 많아
이렇게 장황하고 두서없게 글 올려 봅니다.
혹시 비슷한 경험하신 선배 엄마분들 계시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그냥 한글을 그만 둘까요? 나중에 할까요? 그럼 몇살쯤요?
아님, 이대로 같이 할까요?
영어나라에서 문자는 안하기로 했으니까 그냥 한글 할까요?
그럼 아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또 어떡하죠?
글 다쓰고 보니 제가 꼭 영어, 한글 다 가르치고 싶은 욕심많은
열성(?)내지는 극성(?)엄마 같은데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상상력과 창의력을 잃을까봐 걱정하는,
괜히 줏어들은 이론은 많아서 걱정만 많이 하는 평범한 엄마입니다.
선배맘님, 그리고 히플러님 조언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송지현님의 글입니다.
> 저희 딸은 비교적 일찍 한글을 떼었습니다.
> 한글만세를 어찌어찌 광고에서 보더니 사달라고 조르는 통에
> 그래도 공부(?)하겠다는 자식이 기특한 생각이 들어
> 얼른 사줬지요.(이건 내가 극성엄마라서가 아니라 아이가 원해서
> 사주는 거다라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 그리곤 곧 한글을 깨우쳐가는 모습에 흐뭇해 했구요...
> 말 안해도 아시겠죠? 읽고 쓰고 게다가 엄마에게 편지까지
> 써 놨다가 보여주는 모습이란~!! 하지만 전 곧 후회했습니다.
>
> 한글을 깨우치기 전에는 제가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읽어줄때
> 그림을 열심히 보면서 이것저것 질문도 하고,
> 혼자서는 제가 읽어준 것에 상상력을 덧붙여
> 책을 들고 읽기(?)도 하고, 어쩔때는 완전히 외워서
> 마치 한글을 아는 아이처럼 보여서 깜짝 놀라게도 해줬었는데..
>
> 한글을 깨우친 후에는 제가 책을 읽어줄 때도
> 그림은 본채만채 글자를 따라오기에 급급하더라구요.
> 전 처럼 상상력을 발휘해 동화책을 창작하는 일도
> 물론 없어졌구요.
>
> 한글 조금 일찍 깨우친 것과
>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를 맞바꾼 것 같아
> 정말 가슴이 철렁했답니다.(한글이야 어짜피 시간이 흐르면
> 깨우칠 것이지만, 상상력이란건 정말 시간이 해결해주는 녀석이
> 아니잖아요~ 특히 요즘은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떠드는 시대인데
> 말이예요)
>
> 아무리 "이현아 글씨 보지 말고 그림 봐"해도
> 아이는 온통 글씨에 관심을 보이고...
>
> 그래서 방법을 찾을 수 밖에 없었지요.
> 그래, 영어동화책을 사주자!
> 그러면 그림을 보면서 또다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겠지!
> 전 정말 제 아이디어에 무릎을 쳤답니다.
>
> 하지만 한글을 일찍 깨우친 제 딸아이에겐
> 또 하나의 넘어야할 벽이 있었습니다.
> 우리 말이 아닌 제3의 언어에 대한 거부감이었지요.
>
> *게시판을 읽다보니 영어를 거부하는 아이에 대해
> 걱정 하시는 엄마들의 글이 종종 올라
> 제 경험을 나누려고 얘기를 시작했는데 너무 길어지고 있네요.
> 물론 제 아이가 영어를 거부하다 잘 하게되었거나 그래서는
> 아니구요. 지금 그 과정 중에 있는데 함께 경험과 의견을
> 나누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싶어서 입니다.
> 그런데 왜 영어를 싫어하게 되었을까
> 추적까지 하다보니 한글교육 얘기까지 나와서 뜻하지않게
> 너무 얘기가 길어져서 다음을 기약해야 겠네요.
> 지금 직장에서 쓰고 있거든요. 죄송해요.
> 그래서 제목에 넘버를 붙이겠습니다.
> 관심있으신 분 읽고 서로 의견을 나누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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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6개월 이후][RE]그럼 저도 잘못하고 있는건가요? 꼭 좀 대답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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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저도걱정 등록일 2000-10-19 21:23 조회수 1,6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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