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영어신동을 소개하는 한 프로그램에 시선이 고정되었지요.
유아영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또래의 아이보다 뛰어나게 영어를 듣고 말하며 읽고 쓸 줄 아는 몇 몇 아이에 대해 이미 알고 있던 터에 이번엔 어떤 아이가 어느 정도 영어를 잘 하길래 '신동'이라는 타이틀로 TV에 나왔나 싶어 호기심을 가지고 봤죠.
진행자가 방송용으로 제작된 커다란 책을 넘기는 가운데 6살짜리 아이가 중학교 영어교과서를 줄줄 읽어 내려가는 걸 보여주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reading을 완벽하게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의사소통을 위한 speaking은 전혀 되지 않는 게 아닌가 의문이 생기더군요.
그런데 그 아이의 수준을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초청된 어느 영어학원강사는 저로서는 굉장히 의외의 평을 했습니다.
"6살 아이치고는 굉장히 발음이 정확하고 매끄럽네요"
그리고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굉장히 많은 단어를 암기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테스트가 진행됐는데 그 때의 안타까움과 아찔함을 아직까지도 지워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 아이는 분명 제가 중학교 때 외우고 있던 영어 단어 그 이상을 우리말로 표현하고 있었지만 왜 그 아이의 엄마가 그런 식으로 단어를 가르쳤는지 의문입니다.
물론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찾아서 그 뜻을 우리말로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는 걸 자연스러운 거라 할 수도 있지만 취학 전의 아동에게 "horn은 뿔이야"라고 알려주며 학습을 시키는 건 정말 말리고 싶습니다.
몇 백 단어, 몇 천 단어와 그 뜻을 단순히 암기한다고 영어를 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아실 거예요.
horn 은 뿔이라는 뜻 외에 악기의 명칭도 됩니다.
대부분의 단어들이 한 가지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마치 공식을 외우듯 '__ 는 ___이다'라는 오류를 범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단어의 다중의미를 무시해 한가지로만 경직시켜놓으면 그 단어가 포함되어진 문장을 듣거나 읽을 때 제대로 의미를 파악하는데 커다란 장애가 될 것이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영어를 좀 할 줄 안다 싶으면 할아버지, 할머니, 또는 다른 친척이나 주변 사람들이 아이를 붙들고 이런 질문을 하는 걸 많이 경험하셨을 거예요.
"사과가 영어로 뭐지?/ apple이 뭐야?"
스스로 그 단어의 이미지를 연상하며 영어 따로, 우리 말 따로 그에 해당하는 말을 알고 있는 아이한테 이런 식으로 영어와 우리말을 일대 일로 대응시키려는 섣부른 시도는 삼가야 할 것입니다.
영어로 된 문장을 들으면서 문장 속의 단어 하나 하나를 우리말로 뜻풀이를 하는 과정을 거쳐 이해하려다 보니까 이미 다른 몇 문장이 다 지나가 놓쳐버린 적 있으시죠.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공부해오던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학습적인 측면보다는 언어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싶지 않으세요?
쑥쑥 안에서 영어 환경을 조성해 키우는 우리 아이들은 native만큼은 아니더라도 문장을 듣고 바로 바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유연한 능력을 키울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습니다.
요즘은 많은 분들이 영영사전을 이용해 아이에게 단어의 뜻을 설명해주고 계시지만 그래도 명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을 경우에는 우리말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요.
제가 하는 방법이 맞는 지는 모르겠지만 전 처음 접한 단어를 우리말로 뜻을 알려줄 때에도 될 수 있으면 간단한 한 단어로 끝내는 것을 피하려고 합니다. 그보다는 그 말을 더 쉬운 말로 풀어서 개념을 이해시켜주려고 노력하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전에 익혔던 영어단어를 바로 우리말이 아닌 하나의 이미지로 떠올렸으면 합니다.
국어 사전이나 영영 사전을 펼쳐보면 찾는 단어를 그 보다 훨씬 쉬운 단어로 풀이해 놓은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모르는 단어를 찾았는데 그보다 더 어려운 단어를 써 설명해놓은 경우는 없겠지요.
엄마가 해야 할 일도 그런 사전과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어요.
우리 아이가 알고 있는, 이해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해서 모르는 단어를 스케치해 머리 속에 그리도록 도와주는 것 말이예요.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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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읽고 많은 단어를 외우는 신동(?) Yes or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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