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계절이다 이름하여 장마...
오늘은 어젯밤부터 내리는 비가 하루종일 계속 되었다
맨날 쏘다니기에 바쁜 나도 오늘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집에 있자니 오전이 다 가도록 이불도 개키지 않고
은송이와 뒹굴었다
그러다가 은송이는 어느새 또 잠이 들고
나는 커피 한잔을 진하게 타서는
어제 미처 다 못읽은 책을 펴들었다
한 삼십분 그렇게 빗소리에 파묻혀 책을 읽었다
열흘남짓을 끙끙거렸던 책(거의 오백페이지에 달하는^^;;)을
무슨 고시공부하는 사람마냥 짊어지고 다니면서 읽었다
그러는 동안에 책표지는 본래의 제 모습을 잃고
여기저기 얼룩졌고 낡아져서 오히려 책이 참 고생했구나 싶다^^;;
한창 때는 밤을 새워 읽어도 그 다음날 거뜬했는데
이제는 영 자신없는 체력 앞에 오직 어깨만 천근만근이기가 다반사다..
은창이가 유치원에서 오기 삼십분을 남겨두고
은송이랑 빗속에서 장난을 쳤다
얼마전 벼룩시장에서 오백원주고 산 빨강장화를 신기고
거금 칠천팔백원을 들여 산 분홍색 우산을 쓰고
친구가 물려준 분홍체크후드 점퍼를 걸쳐주었더니
그 조그마한 입이 한껏 벌어진다
매장에서 제일 작은 우산을 샀지만
세 살짜리 꼬마아가씨에게는 아직 들기가 힘든가 보다
자꾸 뒤로 옆으로 앞으로 기울어진다
그래도 고사리같은 두손을 내가 가르쳐 준대로,
왼손은 우산손잡이를 잡고 오른손은 우산대 중간을 잡고는
제대로 폼을 잡으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얼른 카메라를 들고 나온다..
"은송아..김치!"
은송이는 예의 그 새침한 웃음으로 카메라를 바라본다..
너무 예쁘다...
잠깐 비가 멈춘 틈을 타서 날아온 나비를 발견한 은송이..
아직은 서툰 발음으로 "나비..나비.."하며 쫓는다
그러다가 우산을 놓치고는 자칫 넘어질 뻔 한다
여느 때 같으면 오버해서 엥~ 할 것을
오늘은 웬 일인지 나를 쳐다보며 방긋 웃기까지 한다
아마도 들어가자고 할까봐 선수를 치는 게지...
은창이가 유치원버스에서 내려 올라오는 길을
우리는 천천히 내려갔다
좀 가파른 내리막길을 굳이 접은 우산을 손에 끼고
저 혼자 내려간단다
곁에서 지켜보는 엄마는 조마조마하다
혹 발을 헛딯지 않을까 앞으로 쏠려 넘어지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엄마의 불안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은송이는 조심스레 잘도 내려간다...
유치원버스가 도착하고 은창이가 내린다
은송이는 오빠가 내렸다고 팔짝팔짝 뛰며 좋아라 한다
셋이서 금방 내려온 길을 올라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유치원에서 있었던 이야기,
우리가 빗속에서 논 이야기,
간식으로 뭘 먹을까 하는 이야기...
구부정한 백발의 머리를 쪽진 할머니가 내려오다 우리를 보고 그러신다
"참 좋네...보기가 좋아.."
괜히 송구스럽다...
문뜩 아버지 생각이 나고
내가 엄마가 되어있는 이천삼년의 칠월이 마구마구 눈물겹도록 감사하다....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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