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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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요일, 안동 하회마을에 갔었습니다.
저의 친정에 조그만 하회탈 액자가 있는데 예전에 저의 아이가
그걸 보고는 하회탈의 웃음이 마음에 쏙 들었는지 그 때부터 하회탈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부쩍 하회탈 타령을 하더군요.
책을 펼쳐서 옆면을 갈매기처럼 구부리고는 "엄마 책이 하회탈이 됐어요"
(사실 발음이 안되서 '하배탈'이라고 합니다.^^;)
하기도하고 하회탈을 보러가자고 매일 조르기도 해서 그 핑계로
저도 봄바람 좀 쐬기로 했습니다.
그 하회탈의 한정없는 웃음이 어린 녀석의 눈에도 좋아보였나 봅니다.^^
저는 도산서원까지는 가보았지만 그 근처인 하회마을은 귀빠지고는
처음 가보았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마을 전체가 초가집과 기와집으로 이루어져 군데 군데 보이는 자판기나
기념품 판매점이 없었다면 정말 시간을 뛰어넘은 듯한 기분이 들 것
같았습니다.
마을을 한바퀴 돌아 마지막으로 차가 주차된 곳 근처에 있는
하회별신굿 공연장에 들어 섰습니다.
둥그런 마당 바깥쪽으로 관람자들을 위한 돌계단이 빙 둘러져 있는 아담한
공연장 이었습니다.
여기 저기 외국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일본학생들도 똑같은 교복을 입고 단체로 앉아있었습니다.
우리 식구가 앉은 자리 양 옆쪽으로도 사진기를 든 외국인들이 앉아 있었습니다.
우리 문화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에 내심 가슴이 뿌듯해졌습니다.
빈자리를 발견하고 그 쪽으로 가기위해 많은 사람들 사이를 "죄송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지나다 외국인 앞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그순간 저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Excuse me" 라는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별 것 아닌 말이지만 이런 모습이 저의 아이에게 바라는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말과 영어를 조금은 자유롭게 넘나들수 있는 모습...
아침에 유난히 일찍 일어난 저의 아들은 잠이 와서 눈이 내리깔렸다가
공연이 시작되자 열심히 박수를 쳐대며 눈이 말똥 말똥해지더군요.
공연은 우리말, 그것도 경상도 사투리로 진행되었고 해악과 풍자로 가득한
등장인물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여기 저기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의 표정은 우리와 달랐습니다.
우리말을 그것도 사투리를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인들은 인물들의 행동과
전후사정으로 극을 이해하려니 그 말들에서 느낄 수 있는 그 독특한 재미를
느낄 수가 없었겠지요.
제 옆에 있는 외국인은 사람들이 웃을 때마다 같이 온 한국인에게
내용을 물어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영어를 거의 못 알아듣는 제가 듣기에도 간단한 그 한국인의 설명이
썩 내용을 잘 전달하는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저는 조금 안타깝고 답답했습니다.
내가 저 외국인들에게 저 재미있는 내용을 설명해 줄 수 있다면.
더 욕심을 내서 내용뿐만 아니라 그 대사들을 정말 '딱'이다 싶을
정도의 영어로 유쾌하게 표현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외국인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한발 더 앞서는 문화사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어떤 이유에서건 저의 아이가 우리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감사합니다.
그런 관심이 더 발전해 언젠가 먼 훗날,
하회별신굿 공연장에서 외국인이 우리들과 같이 유쾌하게 웃으며
별신굿을 즐기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기를 기대합니다.
그 옆에는 정말 '딱'이다 싶은 표현으로 설명을 해 주고 있는
우리의 아이들의 모습이 있기를 더욱 기대합니다.
그런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열심히 영어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 하회마을을 다녀와서- 초보엄마 영어 재도전기(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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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보통엄마 등록일 2002-04-01 23:40 조회수 1,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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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회마을을 다녀와서- 초보엄마 영어 재도전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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