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살의 사내아이 은창이는 참 여리다
생긴 것은 두말할것 없이 딱 남자다
까무잡잡을 훨씬 지나 시커먼 쪽에 가까운 피부색깔이 그렇고
세상에 태어나 단 한번도 기르지 않은 스포츠머리가 그렇고
아빠와는 달리 전혀 쌍커풀이 없는 매서운 두 눈이 또한 그렇다
그러나 이렇게 생긴 겉모양과는 달리 이 녀석의 마음은 한없이 여리고 부드럽다
여린 아이들이 대체로 그 언어의 표현이 또한 수채화같은데 은창이도 예외는 아니다
얼마전 단둘이 친정엘 갔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밤이었다
가로등 밑으로 장대같은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푸른색 비옷을 입은 은창이 손을 잡고 걷는 내게 은창이가
"엄마..저기 토독토독 떨어지는 가시는 뭐야.."
새까만 밤하늘 위로는 비가 보이지 않고 가로등 아래로 약간 비슴듬히 떨어지는 빗줄기가
은창이의 시야에 들어온 거다
어느 공간을 기점으로 눈에 들어는 빗줄기가 수많은 가시처럼 보였던 거다...
언젠가는 한번 이야기 끝에 무슨 꽃을 제일 좋아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은창이는 민들레꽃이 제일 좋단다
왜냐고 물었더니
"민들레는 노랗게 피었다가 하얗게 변하잖아
그리고 그걸 후~하고 불면 나풀나풀 날아가는 모습이 너무 예쁘잖아...엄마는 안그래?"
그런가 하면 이런 일도 있었다
언젠가는 괜히 무슨 심통에서였는지 반말을 사용하는 은창이를 잡게? 되었다
한참을 잔소리조의 훈계를 한다음 확인차 뭘 잘못했느지 되물었다
그랬더니 이 녀석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존댓말 안하고 반대말 써서 죄송해요 다시는 안그럴게요..." 해서 간신히 웃음을 참았던 기억도 있다
은송이는 둘째고 하여 그 똥고집이 말도 못한다
며칠전 욕조에 둘을 담가 놓았는데 그렇지 않아도 뭔가에 벌써 심통이 나있던 은송이...
코가 나온다고 닦아달라면서 울기 시작했다
나는 나대로 화도 나고 짜증도 나서 그냥 물로 닦으라고 닥달을 했다
은송이는 고집행열차를 탔고 나는 오기행열차를 탔다..
똥고집과 오기의 불꽃튀는 실력행사 중 오기가 결국은 사소한 무력을 사용했건만
이 놈의 똥고집이 오버해서 난리난리를 친 거다
은창이는 어느새 눈치보기 상황에 진입하고 은송이와 나는 갈때까지 가는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은창이가
"엄마...은송이 봐주면 안돼요.. 은송이가 울면 제 가슴이 너무 아파요.. 아직 어리잖아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정말 내 가슴이 멍했다
실제로 은창이는 욕조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는
자기 두손을 꼭 잡고 신파극 배우마냥 하소연을 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은송이는 은창이때문에 그 정도에서 살아났다^^;;
커서 뭐가 될래 하고 물으면 엄마는 제가 뭐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하고 묻는 아이..
그래서 엄마는 은창이가 목사님 되었으면 좋겠어 했더니 한숨을 쉬면서 그건 못될 것 같은데...한다
왜냐고 물었더니, "저는 할렐루야 할렐루야 이런 말 잘 못해요..
저 그냥 엄마 일 도와주는 과학자(그냥 과학자도 아니고...참..)되면 안돼요?" 한다...
그런 은창인도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예전보다 거칠어지고 산만해지고 용감해졌다^^
오늘도 친구 수원이랑 놀았는데 아이들이 늘 그렇겠지만 어느 순간 치고 받고 싸우게 되었다
늘 수원이랑 그런 치고박고의 싸움에서 은창이는 졌다
힘으로 졌고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졌다 늘 먼저 울었다
그리고는 자기는 수원이보다 약하다고 말하곤 했다
그래서 내가 싸움은 지는 사람이 이기는 거지만 먼저 우는 건 별로 용감해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아파서 울기보다는 기싸움에서 늘 졌다^^)
그런 녀석이 오늘은 가만히 지켜보니 울지도 않고 끝까지 버텼다 두 주먹을 불끈 쥐어가며서...
나중에 수원이가 간다음 아까 아주 용감하던데 했더니 씨익 웃는다
그리고 한마디 또 한다 "엄마...그리고 사과도 내가 먼저 했다 ..잘했지?"
생긴 건 은송이가 나를 쏙 빼닮았지만 눈물 많고 심약한 나의 속을 쏙 빼닮은 우리 은창이...
용감하라고 얘기하면서도 사실은 용감하지 않더라도 마음이 따뜻하기를 더 바라는 엄마의 마음을 알까....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나 싸움에서 이겼으면 하다가도
진짜 이기는 것은 그것 이상임을 뒤에 깨닫게 될 때 약하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은창아... 은창이가 억지로 용감해지도록 기도하기보다
타고난 귀한 품성이 더욱 빛나기를 기도할게... 사랑한다 얘야.....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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