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빈이가 쑥쑥 온라인 게임을 하겠다고 해 로그인시켜 주려다(비밀번호 누출이 두려워) 미리내님의 글을 보고 힘겹게 몇 자 적습니다.
"학원"이라는 것이 참 이 시대에 아이를 키우는 우리에게 참 큰 문제인가 봅니다.
중학교 1학년인 예슬이는 오늘 2학기 중간고사가 끝이 났습니다.
정말 열심히 공부를 한 아이는 지금 기분이 무척 좋습니다. 날아갈 것 같다고 표현해도 될 것 같습니다.
"어머니, 너무 기분 좋아요. 평균이 80점이 훨씬 넘어요. 너무 좋은 거 있죠."
어제 밤에 오늘 칠 국어와 컴퓨터를 남겨 놓은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기 전에 아이가 한 말입니다.
예슬이는 중학교 들어 와 1학기 시험동안 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조선일보를 통해 전국에 광고가 된 예슬이의 수학 시험 점수, 다 들 아시죠?
이번 시험에서 수학 시험을 아주 잘 보았습니다. 다시는 시험 점수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기에 정확한 점수는 공개못합니다만 정말 잘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수학 시험 점수보다 더 소중한 것을 예슬이는 알게 되었답니다.
그건 바로 해보겠다는 마음이고, 스스로 힘겹게 푸는 과정에서 조금씩 조금씩 알게 된 기쁨, 그리고 이제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실력까지.
예슬이는 정말 모르겠다 싶을 때 가끔 제게 물어 봅니다. 물론 전들 척척 알겠습니까? 그럴 때는 예슬이는 잠시 쉬고(이 틈을 타 만화책 봅니다) 제가 교과서 참고서 이것 저것 뒤적이며 찾아봅니다.
많은 분들이 엄마가 선생님이니까 그럴 수 있지, 하는 말씀을 하시지만 저는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저도 도수분포표라는 걸 이해하느라 진땀을 뺐답니다.
오히려 예슬이는 엄마가 찾아보고 끙끙대는 모습에서 도리어 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그렇게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도리어 예슬이에게 묻기까지 한답니다.
만화책 덮고 둘이서 '이런 건가? 아님 이런 의미인가'를 두런 두런 이야기 할 때는 마치 제가 중 1이고 예슬이가 제 과외선생 같을 때도 있어 우리 끼리 마주보고 웃을 때도 있답니다.
가끔 "엄마가 도와줄까?"물으면
"일단 제 힘으로 한 번 해보고요. 혼자 푸는 재미가 좋아요. 어머니께서 말씀하신 조금씩 알게 되는 기쁨이라는 걸 알 것 같아요." 하고 저는
"그렇지 그렇지? 그거 진짜 짜릿한 기쁨이다. 지적 기쁨이라는 거, 고거이 괜찮은 맛이지." 이럽니다.
제가 과학 교사인데 아직 과학책 펴두고 가르쳐 본 적이 없습니다. 혼자 해보고 싶다고 하기에 그러라고 했지요. 그런 까닭에 예슬이는 과학을 가장 많이 틀려 왔네요. 친구들이 '너거 엄마가 예상 문제 안찝어 주더나?'라고 하더랍니다.
예슬이 대답 "우리 어머니 절대로 그러실 분이 아니다."였고요.
사실 전들 그런 마음이 어찌 하나도 없었겠습니까? 엄마가 과학 한 번 훑어줄까? 하고 넌지시 물어봤는데 혼자 해보겠다기에 내심 좀 아쉬웠지만 꾸욱 참았습니다. 다들 엄마가 과학선생이니 과학만큼은 100점을 맞을 거라는데 이거 여엉, 아닙니다요.쩝쩝!!!
지금 당장의 과학 점수가 아이에게 중요하지는 않다는 생각이고 아이도 충분히 그걸 알고 있을 겁니다.
예슬이에게 아이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것이 영어랍니다. 어떻게 공부를 하느냐고.
특히 1,2 등하는 아이들이요.
그냥 집에서 엄마하고 한다니까 처음에는 아이들이 믿지 않더랍니다. 과외하지? 하면서요. 그러다가 엄마가 영어 선생님이냐고 묻더니 아니라고 하자 그 다음 아이들의 반응에 제가 몹시 놀랐습니다.
"너희 엄마 영어 과외하라고 해라. 그러면 나도 가서 배우게. 우리 엄마에게 물어 봤더니 한다고 하기만 하면 당장 한 팀 모아준다고 하더라"고 하지 뭡니까?
아이는 뭣도 모르고 저 보고 과외하랍니다. 친구들이 돈 많이 번다고 하더라며.^_^
아이들 사이에서도 어느 학원에 어느 선생님에게 배우면 성적이 오른다는 이야기가 자주 화제에 오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그 자신일 겁니다.
저는 학원에 보내지 않겠다고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필요하다면 도움을 받아야 겠지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아닙니다. 예슬이가 지금 꼭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하는 것은 자기 스스로의 성취 동기를 가지는 것이고 느리고 힘겹지만 스스로의 사고력으로 문제들을 분석하고 해결하는 능력과 끈기일 거라 생각합니다.
예슬이는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을 부러워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그 아이들 보다 앞서갈 거라는 목표를 스스로 세워두고 조금씩 전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시험에 성적이 무척 많이 올랐습니다. 아이는 그 기쁨을 지금 만끽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세운 목표였고, 남편이 감동이라 할만큼 열심히 했고 지금 그 결괴로 너무나 행복해 하고 있습니다.
겨우 평균 80점 넘은 걸 가지고 저러나 하실 분 계실지 모르지만 예슬이에게는 큰 도약이라는 걸 저희가 알기에 저희 집은 축제 분위기 입니다.
컴퓨터 그만하라고 성화입니다. 조금 전까지 읽어 주던 책을 계속 읽어 주겠답니다. 제가 목을 이러고 있어 읽고 싶은 책을 읽지 못한다고 제 옆에서 책을 읽어 주고 있었거든요.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앞에 분들이 이야기 하신 자발적인 의지라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을 합니다.
첫날 시험치고 온 아이에게
"인터넷 연결(저희 집은 제가 와서 뭘 약간 조작해야 인터넷이 되도록 해두었답니다. 10대의 아이가 있는 집이라)해줄테니 컴퓨터 실컷하면서 좀 쉬어."
했더니
"시험 잘 쳤냐고는 묻지도 않아요?"하더군요. 그래서 그랬습니다.
"그동안 그 시험 준비하느라 애썼잖아. 잘 쳤으리라 믿고 있고 혹여 이번에 생각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아도 그 공부하는 동안 네 실력이 쑥쑥 늘었으니까 그걸로 된 거야. 그렇게 쌓인 성적은 언젠가는 너에게 큰 도움을 줄 거니까 말이야. 애썼어. 쉬고 저녁 먹고 내일 칠 거 준비해."했더니 아이는 컴퓨터 실컷하라고 했는데도 평소만큼(30분)만 하고 책을 펼쳐 들더군요.
그런데 교과서를 드는 게 아니라 CeLP 예상 문제 조금보다가 Multiple Reading Skills 좀 보고, 만화로 보는 우리문화 상식 좀 읽고 소설 책을 손에 들더군요.
그 다음은 제가 계속 그 방에 있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아이 나름대로 시험에 그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었기에 그러겠지 하고 생각할 뿐이엇어요.
적고 보니 팔불출의 딸자랑 같이 되어 버렸지만 학원을 보내고 안 보내고의 문제이전에 아이에게 어떻게 동기유발이 되도록 도외주는 가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마다 개인차가 있으니 아이에게 알맞은 방밥은 부모님이 가장 잘 알겁니다.
한 예로 정빈이게 피아노에 대한 동기 부여를 위해 제가 요즈음 하는 방법입니다.
"발레리나화가아가씨,(정빈이가 자신을 그렇게 불러 달라고 요구함) 어머니가 지금 너무 기뻐. 이 기쁨을 피아노로 한 번 표현해봐 줄래?"
"정빈아, 어머니가 지금 좀 우울해. 상쾌해지도록 피아노로 어머니를 도와줘."
기쁨, 즐거움, 경쾌함,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 얄미운 언니를 생각하는 정빙이 마음 등등을 피아노로 표현해 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한 번도 피아노를 배운 적은 없지만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곧잘 표현해낸답니다. 기운이 없어 아주 짧게밖에 치지 못하지만 조금 더 건강해져서 팔목이 아프지 않으면 피아노를 꼭 배우고 싶다고 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