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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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이번에 사정이 생겨 잠깐 이사를 나오게 되면서 주택으로 집을 구했답니다. 말 그대로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는 넉넉한 곳이지요...
아침이면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와 도심에선 느낄 수 없는 너무나 투명하고 선명한 햇살때문에 눈을 뜨지 않을 수 없는.... 주변에 파며 감자며 시금치며 고구마 가지 고추 등등 그저 동네 어르신들 심심풀이로 일구시는 땅들로 우리 아가가 심심할 겨를이 없는 그런 인심좋은 동네에요...
물론 첨부터 이렇게 생각하긴 힘들었죠... 일단 저의 생활이 많이 불편할 수 밖에 없었으니까요... 주택에 살아보신 분들은 아시죠? 저도 주택생활은 첨이라...
근데 얼마전에 아주 멋진 광경을 목격했답니다.
빨래를 마당에 넌다고 잠깐 현관문을 열어두고 빨래를 널고 있는데 까만 새 한마리가 휙하니 우리 집으로 날아들어가는 겁니다.
순간 전 사실 더럭 겁이 났습니다. 새에 대해 공포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이게 바로 도심에서 자란 사람들의 약점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 친구는 화장실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있었으니까요..ㅎㅎㅎㅎ
새는 집으로 들어가더니 날개짓이 더 거세지고 들릴듯말듯한 소리를 내는데 그게 바로 작지만 '지른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근데 그때요... 제가 빨래를 너는 주변에서 또 다른 모양이 같은 새가 제가 보기에도 아주 애타게 누군가를 찾는 듯이 파닥거리고 있었씁니다. 그 주위를 떠날 줄 모르면서....
저는 그 낯! 선! 풍경에 넋을 잃고 바라보고만 있었답니다.
잠시후 집으로 들어갔던 새가 현관문을 찾아 탈출이 되고 그 둘은 너무나 다정히 횡하니 날아가버렸습니다.
순식간의 일이고... 사실 책에서는 아주 흔한... 듣기엔 그저 그런 평범한 얘기일 수 있는데.... 직접 목격한 순간의 놀라움은 거의 경이로움 그 자체였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새가 제비라더군요...
그 흔하고 까치만큼이나 잘 안다고 느꼈던 새를 제가 몰라본 것입니다. 너무나 창피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자연이란 얼마나 피상적인 것인가...그래도 어릴 적의 추억들속엔 산에서 들에서 뛰어놀던 기억이 솔솔찮이 남아있다고 느꼈는데...
내가 이럴진데 울 아가에게 심어지는 자연이란 또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까...
울 아가의 자연은 정말 자연관찰책쯤으로 하대당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전 이제 울 동네가 좋습니다.
저는 잠시만 불편하면 되지만 그 짧은 기간동안 울 아가에게는 평생을 좌우할 기억을 심어줄 수 있을는지도 모르고... 늘 맑은 공기와 예쁜 새와 나무들 식물들과 친구로 지낼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일까요...사실 우리 자랄때만 해도 그런 건 너무나 익숙한 일들이었는데도 말입니다.
이사온지 이제 겨우 20일 남짓이지만 아침에 나서면 새들을 먼저 찾으며 잘잤냐고 인사하며 길 옆에 민들레 씨를 보면 후후 불어보는게 일상생활이 되었답니다.
이제 울 아간 저는 뿌리밖에 보지 못한 감자의 잎을 알것이고 예쁜 도라지의 꽃도 기억할 것이며 칡의 넝쿨이 어떻게 뻗어나가는지도 매일 살필 수 있을 것입니다.
서영맘님의 글에 고무되어 저도 나름대로 행복한 생활을 간직하고 싶어 글을 올렸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전 아파트생활이 편합니다. ㅎㅎㅎㅎ
| robin & 제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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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아가맘 등록일 2002-05-23 09:37 조회수 1,1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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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맘님들!!맘이 너무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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