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 
P2210011.JPG (771.96KB)
저는 요즘 일요일날 아르바이트로 빨래방에서 일을 합니다. 이곳(밴쿠버) 말로 하면, Coin Laundry라고 하지요. 토요일날은 아이들과 온 가족이 살을 부비며 집에서 맘껏 쉬고, 일요일은, 남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아침 일찍 출근하지요. 이것이 또한 저의 새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주로 동전을 바꿔주거나, 기계사용법을 모르는 사람들을 돕기도 하고, 빨래를 부탁하는 사람의 빨래를 해 주기도 하지요.
가끔 시간이 나면, 빨래가 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눈이 맞아(?) 긴긴 대화도 합니다.
얼마 전에는 집의 세탁기가 망가졌다며, 아이 넷을 키우는 엄마가 빨래를 그야말로 산더미로 가지고 왔습니다. 세탁기를 8통을 다 돌려야 할 정도의 양이었지요.
아이들이 아들만 네명, 그리고 지금 만 19세인 입양한 딸 하나, 해서 모두 다섯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10년 전에 8세인 여자아이를 입양해서 대학들어 갈때까지 정성껏 키우고 있고, 현재는 7세 5세 3세, 그리고 곧 만 2세가 되는 아이들 넷이 있답니다.
제가 사는 밴쿠버에는 캐나다인들이 아이들 셋 이상을 낳아 키우는 것은 그리 보기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넷, 다섯을 줄줄이 키우며 전업주부로 헌신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습니다. 아이 한 명당 한달에 200불씩 정부에서 우유값이라고 통장에 꼬박꼬박 넣어주니, 아이가 넷이면, 한달에 800불씩 항상 입금이 된다는 소리이고, 그 돈이면, 아이들을 잘 먹일수 있는 정도이지요. 고정된 금액은 아니구요, 소득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합니다.
저희도 처음 이민와서 어렵게 살때는 몇 년동안 꼬박꼬박 400불 이상씩 통장에 입금이 되었고, 살림에 많은 보탬이 되었지요. '캐나다는 역시 좋은나라야'라며 고마와 했었구요. 지금은 남편이 돈을 잘 벌어서(?) 한달에 고작 70불을 두 아이를 위해 쓰라고 보조를 해 줍니다.
이야기가 딴데로 빠지려고 하네요. ^^*
해서, 빨래하러 온 엄마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아이를 둘 이상 가진 엄마들이 아이들을 맡기고 일하러 다니는 것이 솔직이 이해가 안간다.'고 그 엄마가 말했습니다.
'지금 내 친구들이나 옛 직장 동료들이 나를보면, 많이 놀란다. 나는 아주 잘 나가는 총명하고 세련된 전문가로서 직장을 다녔는데, 아이를 낳고나서 전업주부로 눌러 앉았고, 지금 아이 다섯을 키우고 있는 중에도 남의 아이 하나를 키워주고 있다.(babysitter로서-extra income을 벌기 위해). 내 머리, 내 옷, 그리고 나의 대화 주제는 예전의 내 모습과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내 친구들이 놀라는 것이다.'
그리고 제가 말했습니다.
'사실은 나도 동감이다. 나는 내 아이들이 초등학교에만 들어가면, 다시 직장인이 되리라고 마음을 먹었다가 실제로 둘째가 초등학생이 되자마자 일자리를 얻었다. 그런데 3개월을 채 못 지나서, 그만 두어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다시 시작한 직장생활 6개월만에 그만두었다. 그 일을 그만두면서, 내 아이들이 12세(법적으로 아이가 혼자 집에 있을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다시 시작하리라. 그리고 그 동안 공부를 열심히 해서, 전문인으로 거듭나리라..고 결심을 했다. 그런데, 큰 아이가 만 11세가 되어가고, 작은 아이가 만 9세가 되었다. 아이들이 커 갈수록 이상하게 내가 집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굳어지는 것이다. 아이들이 커 갈수록 원초적인 요구는 줄어들지만, 보다 분화되고 보다 많은 생각을 요구하는 뒷받침이 더더욱 아이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날이 갈수록 느끼고 있다.'
그 엄마의 말입니다.
'맞다. 이곳 아이들은 13세부터 섹스, 약물, 담배, 술등을 시작한다. 나도 13세부터 담배를 시작했고, 아이를 가지기 전까지도 담배를 폈다. 나는 아주 좋은 교육적인 가정에서 많은 관심과 배려를 받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13세부터 담배를 시작했다. 내 아이들이 그런 것들에 영향을 받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이들을 가까이서 긴밀하게 관찰하고, 돌보고, 보호할 것이다. 그리고 입양한 양녀에게도 아직까지 그렇게 하고 있다.' '사실 아이가 하나이면 다르지만, 내 생각으로는 둘이나 넷이나 별 차이가 없다고 본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투자해야할 양적 질적인 시간으로 볼때 말이다.'
내가 대답했습니다.
'사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을 봤다. 하지만, 둘과 넷은 커다란 차이이다.(안 키워 봤지만..)사실 나는 6남매의 가운데 아이로 자랐고, 크면서 늘 우리엄마가 아이를 셋만 낳았었다면..하고 바라곤 했다. 부모의 관심과 배려를 상대적으로 많이 빼앗기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나는 엄마로서, 지금 두 아이만으로도 지금까지도 벅차다고 생각한다.'
그 엄마와 또 한가지 일치를 본 것은,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수영을하고, 스케이트를 탈때, 함께 있어주는 것, 그리고 아이들이 커서 혼자 학교에 다닐 수 있을때에도, 밖에 나갔다가 집에 들어오면, 언제나 엄마가 집에서 따뜻하게 맞아주고, 엄마가 만들어준 간식을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앞으로 아이들의 삶에, 그리고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커다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엄마는 사투리가 심해서 이곳 본토인도 알아듣기 힘들다는 New Foundland출신이었습니다. 일을하다보니, 이렇게 사투리 쓰는 사람과도 오래 대화를 해 볼 수 있고..
사실 제 글의 주제는 (제 자신을 달래기 위해 쓴) '전업주부로 남아야 한다'이네요. ^^*
꼭 사회에 기여를 해야하거나, 가정을 꾸리기위해 꼭 직업전선에 나가야 할 경우도 물론 있다는 걸 알고 드리는 말씀입지요. ^^* 사회에서 꼭 필요로 하는 특기도 없고, 오랫동안 아이들과 집에서 엉겨지내다 보니, 점점 더 아이들의 필요와 요구에 민감해 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앞으로 아주 좋은 일자리가 생겨서 아이들에게 스스로를 책임지라 떠 맡기고 나가야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더라도 늘 마음의 큰 부분은 아이들에게 남아있을 것 같고, 우선순위가 내 아이들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