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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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이 주는 감격의 깊이를 말로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juice』
정말 저에게 영원히 상처로만 남게 될 줄 알았었는데.
저의 다이어리에 많은 관심을 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염려를 해주셨어요.
"기다리는 부모가 아이를 변화시킨다"라는 제목의 책을 쓴 사람이 조기 영어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쑥쑥에서 글을 쓴다는 것이 좀 그렇지 않느냐는 것이었죠.
하지만 저는 막연히 기다리기만 하자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아이보다 딱 한 걸음 앞서 가면서 기다리자"고 이야기하지요.
그리고 이곳이 영어 교육만이 목적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결정을 하게 되었지요.
어제는 정말 제게 좋은 일이 두 가지 있었어요.
하나는 저도 뒤늦게 알긴 했지만 『juice』 의 이름을 달고 제 다이어리 방이 열린 것이고 또 하나는 저의 큰아이 예슬이가 생리를 시작한 일입니다.
그런 까닭에 어제 저희들의 저녁 산책은 유난히 길었습니다.
네 식구가 우선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자축 파티를 했습니다.
남편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사자고 했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으로 하겠다며 케이크를 거부해 남편의 흥분을 조금 누그러뜨릴 수 있었답니다.
아이스크림 가게가 어찌나 춥던지 아직 내복을 입고 있는 정빈이는 그럴 때를 대비하여 늘 들고 다니는 코트까지 입고 언니를 축하해 주었답니다.
물론 무슨 축하인지도 모르면서 말입니다.^_^
오락실에 들러 한참을 놀다가 동네 슈퍼마켓에서 생리대를 고르는데 그 심정 참 말로 다 하지 못하겠더군요.
아이는 엄마가 쓰는 것과 같은 걸로 쓰고 싶다고 하고 저는 아직 사용이 미숙한 아이이니 좀 더 사용하기가 편한 것으로 하자고 하고.
번거롭고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 조금씩 커 가는 아이를 바라보는 기쁨이란…….
이렇게 좋은 일을 한꺼번에 맞으며 어제 하루를 보냈습니다.
저의 다이어리는 그동안 제가 썼던 글 중에 옮겨오는 것도 있을 것이고 그 때 그때 절실하여 컴 앞에 앉아 쏟아낸 글들로 채워질 겁니다.
다이어리를 여는 첫 글로 제가 선택한 글입니다. 제가 늘 글이 좀 길답니다. 이해해주세요.
영어에 성공하는 책 한 권 권해 주세요.
요즈음 제가 가장 많이 받는 메일 중의 하나가 "영어 공부에 효과 있는 책 한 권 권해 주세요."라는 내용입니다.
참 난감한 마음이 들 때가 있어요.
"책 한 권"이라는 대목에서 그런 마음이많이 들지요.
우선 저희 집에 있는 우리말 책과 영어 책을 한 번 비교해 볼게요.
저희 집의 영어 책을 위한 책장입니다.
예슬이가 영어에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할 즈음 집에 있는 영어 책들만을 모아 두는 책장을 하나 따로 마련했지요.
그러면 우리말 책장을 소개해 볼게요.
주방에 마련한 저의 작업실입니다.
걸터앉아 있는 헝겊으로 만든 인형의 몸통에 원두 커피가 들어 있어 그 향이 은은히 감도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지요. 보통 식탁이 있는 자리로 간이 식탁으로도 쓰입니다.
위의 사진처럼 식탁은 거실로 가져와 가족 공간으로 더 많이 사용하고 있지요.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정면에 보이는 안방과 정빈이 방 사이의 좁은 공간에 마련한 제가 아끼는 공간이지요. 큰맘먹고 구입한 세계 대 백과 사전과 도감들이 들어 있습니다.
컴을 이용하는 편리함 대신 백과사전을 찾는 고집을 부리는 까닭에 예슬이의 불만을 많이 사고 있답니다.
1989년 1월에 목재소 가서 나무를 사고 벽돌을 사다가 남편이 직접 니스를 칠하고 벽돌을 쌓아 만들어 주었던 3m 길이의 엄청난 책장. 사진에는 일부분만 나왔네요. 정빈이방 침대에서 내려다보며 찍었더니 좀 이상하군요.
몇 번의 이사를 거치면서 새로 들여오는 책장들에 밀려 이제는 걸레 빠는 수도, 쓰레기 봉투가 놓여 있는 뒤 베란다에 있는 신세가 되었답니다.
1988년 12월 24일 결혼하고 맨 처음 마련한 살림인지라 저희 두 사람에게는 참으로 애착이 가는 것인데....
텔레비전도 없이 시작한 신혼 살림이었거든요.
3m라는 길이를 감당하기가 좀 힘이 들어 둘 곳이 마땅치 않아 결국 베란다, 그것도 뒤 베란다로 밀려났지 뭡니까?
제 침실에 있는 책장으로 아끼는 책들을 모아 두는 곳이지요.
침대에 누워, 발치에 보이는 이 책장을 바라보면 괜히 배가 부른 느낌이...
예슬이 방의 책상 부근. 두 책장의 키가 다르죠?
키가 약간 큰 것은 얼마 전 앞 동에서 내다버린 걸 예슬이와 끙끙대며 주워 온 것이랍니다.
비오는 날 저거 주워 오느라 진짜 혼났어요. 새것이나 다름없는 이 책장 들어오면서 예슬이 방의 책들이 좀 여유로워졌지요. 예슬이는 지금 만화 그리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역시 예슬이 방의 책장입니다. 예슬이 책상과 피아노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지요.
요즈음 읽은 책들은 거의 빌려 준 상태라 예전에 읽고 빌려주었다가 돌려 받은 책들을 모아 둔 곳이라 보면 됩니다.
정빈이의 침대 곁에 있는 책장입니다. 책장 위의 장식품들이 보이시죠?
정빈이의 취향이랍니다. 좀 고풍(?)스럽죠.
이것도 정빈이 방의 책장입니다. 언니가 쓰던 책들을 물려받아서 너덜너덜한 책이 많지요.
제가 오지랍을 떠는 것 중의 하나가 주변의 사람들에게 억지로 떠맡기듯이 책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그 때마다 핑계가
"없는 돈 쪼개서 산 책이니 많은 사람들이 읽어 줘야 본전 생각이 안 날거 같아서요."
그러다 보니 많은 책을 영원히 되돌려 받지 못하고 예슬이의 책은 대부분 저희 반 아이들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저희 반 학급 문고에 가 있거나 예슬이 또래의 아이가 있는 집에 빌려 준 상태이고, 바로 뒷 동에 살고 있는 동생이 엄청 가지고 가 있고, 매년 좁은 집에 넘치는 책을 어쩌지 못해 도서관에 주거나 폐휴지 분리 수거로 처리되는 책의 양도 적지 않으니 지금 보여 드린 우리말 책들은 이제까지 읽은 책들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야 맞을 것 같습니다.
웬 책 자랑을 하느냐구요? 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이렇듯 우리말 책을 소개하는 것은 내용이야 어찌되었든 영어 책과 그 수적으로나마 한 번 비교를 해보려는 것입니다.
우리말은 30년이 훨씬 넘게 매일 쓰면서 살아오고 있고 우리말로 된 책은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접하면서 지금까지 왔지요.
그런데 영어라는 것은 그 언어를 쓰는 시간이라고 해봐야 얼마나 될까요?
제가 책장 하나 가득 영어 책이 있다고 했지만 그 책들이 내가 너무도 잘 아는 우리말 책과의 수적인 면에서도 비교가 안될 만큼 적은 수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제게 묻습니다.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정말로 좋은 책을 소개해 달라고 말입니다.
미국사람이 우리나라 말을 배울 때 노래 몇 곡으로 아이들이 읽는 동화 책 몇 권으로, 아니면 우리말 회화책 한 두 권으로 그것이 가능할까요?
우리말은 영어보다는 배우기가 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 "과 "ㅏ"가 만나면 "가"라는 단 한가지로만 소리가 나니 말입니다.
그러니 자음과 모음만 다 안다면 어떤 책이든 펼치기만 한다면 글자를 보고 소리내어 읽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영어는요?
알파벳을 다 안다고 하여 영어 책에 있는 단어들을 줄줄 읽어내려 갈 수 있나요?
파닉스라고 하는 것도 어찌나 예외가 많은지……, 대부분 경험을 해 보셨을 겁니다.
전 한 두 권의 책으로 영어가 된다는 말은 믿지 않습니다.
우리가 이제까지 읽은 우리말 책보다 더 많은 책을 읽어야 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내가 늘 쓰는 우리말도 제대로 잘 쓰기가 얼마나 어렵습니까?
30년을 넘게 매일 눈뜨고 입만 열면 쓰는 우리말로도 스스로의 생각을 잘 표현하려면 얼마나 힘이 듭니까?
꿈속에서조차 우리 대부분은 우리말로 꿈을 꾸잖아요.
이런 사정이니 영어라는 것을 배울 엄두를 내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거 잘 아시죠?
전 영어를 참 못하는 사람중의 한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리 영어를 잘하지는 못합니다.
제가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고 말을 하면 두 가지의 반응들을 보이십니다.
잘하지도 못하면서 무슨 마음으로 책까지 내고 티를 내는 거야, 그럼 그 책 내용 다 엉터리란 말이야, 라는 반응과 남들에게 자신의 방법을 자세히 가르쳐 주는 것이 그리 아까우냐, 이러시며 절 마음 아프게 하시기도 합니다.
저도 한창 공부를 하고 있는 과정에 있는 사람에 불과하지요.
다만 영어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었기에, 그리고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것과 정면으로 마주보게 된 저 자신이 기특하고 용하기도 하고 정말 저와 같은 상황의 사람이 단 몇이라도 있다면 함께 가보자는 의미에서, 용기와 희망을 전해 드리고 싶었지요.
제가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보다 더 좋은 책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더 좋은 책들이라 권해 드리면 그것 말고 굳이 제가 공부했던 책을 알려 달라고 하십니다.
그래서 알려 드리면 별로 좋지도 않고 효과도 없더라면서 원망을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건 저도 정말 100% 이해를 한답니다.
왜냐하면 저도 물어 물어 다른 사람들의 권유를 따라, 광고를 보고 사서 본 책들 중 돈만 버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으니까요.
아마 제 책을 보고 그런 생각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남들에게는 효과가 있어도 제게는 안 맞는 책과 방법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 마음 어찌 모르겠습니까? 제가 너무 잘 알지요. 그러니 그 분들이 야속하다는 마음 전 정말 없습니다.
제가 안타까운 것은 한 두 권의 책으로 영어가 되리라 생각하며 너무 급하게 서두르시는 분들이 조금만 더 여유를 가지시면 어떨까 하는 것이지요.
전 요즈음 우리말 책보다 영어로 쓰여진 책을 더 많이 봅니다.
값이 좀 싸다는 이유로 페이퍼백을 주로 구입을 해서 봤더니 역시 눈에는 치명적이더군요.
영어 책이라고 해봐야 아이들 책이 대부분이지요.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해리포터 시리즈도 9살∼12살 아이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책이라는 이야기도 있으니 제가 보는 것은 모두 다가 아이들 책이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차근차근 가려 합니다.
아이가 우리말을 배워가듯이 말입니다.
시험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라 바쁘다고, 그럴 여유가 없다고 하실 분들도 많겠지요.
예슬이가 영어에 재미를 붙여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아이가 영어를 어느 정도 하나요? 아이 영어 공부는 어떻게 무슨 책으로 하루에 몇 시간씩 시키나요? 아이가 영어를 참 잘 하겠네요?"
그 때마다 전 그저 빙긋이 웃고 말지요.
그러면 또 그럽니다.
"혼자만 알지 말고 같이 좀 알아요. 어떻게 하는지 좀 가르쳐 주면 어때서 그래요."
하고 말입니다.
♥다이어리- 영어에 성공하는 책 한 권 권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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