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
글을 읽으면서 내리 내리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그러면서 한창 미국에 처음 갔을 그 시기에 유현정님이 얼마나 치열하고도
힘들게 적응하고자 노력하면서 생활하셨는지,
글들의 행간에서 느끼기도 했답니다.
사람들에게 있어서 같은 단어일지라도
중요한 의미를 포함한 것들. 그저 아주 단순한 의미만을 가진 것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경험..등등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지요.
잘 읽었고 유현정님 본인은 물같다고 자신을 표현하셨는데
전 좀더 유현정님의 글들을 읽고
제 나름대로 판단을 할려고 합니다.
판단이 되면 말씀드릴께요. ^___^
유현정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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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ml>
> <head>
> <title>제목없음</tit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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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ad>
> <body>
>
> <p><font face="돋움">첫 글이라 뭔가 특별해야 할 것 같고, 제 평소 생각의 결정체,
> 뭐 이런 것이어야 할 것 같아서 좀 고민을 했습니다. 워낙 제가 물같은 사람이라
> (혹자는 이걸 우유부단이라고 하더이다만, 저는 그냥 좋게 "물같은" 이라고
> 형용하도록 하지요.) 사실 뭐 똑 부러지게 이렇다, 저렇다를 잘 하지 못합니다.
> 웬만하면 고민도 별로 안 하려고 굉장히 노력하구요. 그래서 부부싸움
> 후에도 잠만 쿨쿨 잘 잔다고 남편이 매우 분해 한답니다. 어차피 불면으로
> 나 자신을 고문 시켜봐야 득 되는 것 하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 부부싸움 기간 동안 피부가 아~주 좋아진답니다, 자 버리거든요. 집안도
> 깨끗해지지요. 열 받으면 막 청소를 하거든요. 어차피 열 올릴거면 건설적으로
> 열 올리자... 뭐 이런 무의식적인 억압이 있는 모양입니다. 저도 화나면 다
> 팽개치고 한번 뛰쳐 나가 봤으면 좋겠습니다...</font></p>
> <p><font face="돋움">아무튼, 이렇게 사람이 좀 변변찮아서 대단한 거 하나 만들어
> 보려니 오히려 한마디도 나오지를 않더라구요. 별반 끄집어 낼 것이 없는 사람도
> 심히 노력하면 병목 현상도 일어나고 그런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 평범한 글 한번 써 보겠습니다. (이렇게 내뱉어 놓고 나면 욕심부리던
> 생각들이 '평범한 글?' 하면서 뒤로 멀찍이 좀 물러서 나 주겠지요?)</font></p>
> <p>저는 제 이름에 애착을 가지는 편입니다. 사실 저희 어머니께서는 제 이름을
> 받아왔을 때 아주 맘에 들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희 가족들 사이에서는
> 저는 현정이가 아니고 정아입니다. 정아라는 이름에 더 마음이 끌리지만, 유
> 현정이라는 이름 석자에는 애틋함과 안스러움이 항상 뒤 따르지요. </p>
> <p>누구 말마따나 저는 역마살이 끼었는지 평생 이사를 정말 많이 다녔습니다. 유치원
> 2개, 초등학교 3개, 중학교 2개, 고등학교 2개... 그 이후로도 몇 번의 이사들이 있었고
> 결혼을 해서까지 저를 놓아주지를 않는지, 결혼 만 9년을 채워가는데 지금 앉아 있는
> 이 집이 여덟 번째 집입니다. '나 이제 죽어도 이사 못해!' 하고 몇 달전 선언한
> 바 있지만, 몇 달 후 또 이사하게 된다 해도 더 이상 놀랄 제가 아니죠. </p>
> <p>이 거주지의 역마가 이름에도 따라 붙는 건지, 저는 분명히 유 현정 (柳
> 弦廷) 이라는 이름이 주어졌더랬습니다. 호적에도 이렇게 나와 있지요. 제가
> 초등학교 1학년때, 아버지께서 우리 성은 이제 "류"라고 하시더군요. 종친회에서
> 그렇게 결정했노라고... 2학년때 서울에서 대구로 전학을 가면서 저는 류 현정으로
> 바뀌어 있었습니다. 중학교 1학년을 다 마쳐가던 어느날, 친구가 와서 그러더군요.
> "느그 미국 이민한다메?" 저희 부모님은 정말 저희가 미국으로
> 가게 되기 불과 몇주 전에 저에게 통보해 주셨습니다. 그 때는
> 어머니와 여권을 함께 썼었는데, 거기에 나온 제 이름은 유 현정 (Yoo, Hyon Jung)
> 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류"로 하면 더 복잡하다면서... </p>
> <p>그렇게 저는 도로 유 현정으로 돌아왔지만, 사실 그때부터 제 이름은 본격적으로
> 제 멋대로 대우받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중학교에서도 home room 이라는
> 담임반 비슷한 곳에서 아침 조회만 마치면 각자의 시간표에 따라 이 교실, 저 교실로
> 이동하게 되는데, 그 home room 선생님은 저를 "Yoo" 라고 불렀더랬습니다.
> Hyon도, Jung 도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는 발음들이어서 그러셨겠죠? 그러고
> 보니 체육 선생님도 저를 "Yoo" 라고 부르셨던 것 같네요. 과학
> 선생님은 "Hyon"이라 부르셨더랬고..... 근데 말이죠, 정작 친구들
> 사이에서는 이름이 없었답니다. 아무도 Hyon Jung 이라는 두 단어?를 해독할
> 재간이 없었던 거겠죠. 아직도 기억이 생생한데... 어느 날, 과학 시간에 어떤 아이가,
> 바로 제 뒤에 앉아 있었던 남자 아이었답니다. 연필을 빌리러 온 교실을 헤매고 다녔더랬어요.
> 저만 쏙 빼 놓구요. 제 이름을 부를 줄 몰라서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 생각하면 그 외에도 많은 미묘한 걸림돌들이 있었던 듯하지만, 아무튼, 그 때는 이름
> 때문이라 생각하고 아주 제 이름이 미워지기 시작했었습니다. 예... 사실상 그 때는
> 제 이름이 없었습니다.</p>
> <p>우리나라 이름 중에도 서양 사람들이 발음하기 좋은 이름들이 하구 많은데, 정말
> 현정이라는 이름은 여간 발음하기 힘든 것이 아닙니다. </p>
> <p>미국에서 세 번째로 옮겨간 학교로 가면서 큰 결심을 했습니다. 미국 이름을
> 쓰리라! 그 때 정말 고민 많이 했더랬습니다. 수십개의 이름을 두고
> 온갖 고민은 혼자 다 하다가 드디어 Danielle 이라는 이름으로 낙찰을 보았죠. Daniel
> 은 남자 이름이고 그 뒤에 le 를 붙여서 여자 이름이 되는 거지요. 그냥 흔한
> Amy 라든지 Susie 라든지 Jenny 라든지 이런 이름으로 짓지 못하고 엄청나게
> 튀는 Danielle 이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답니다. 푸후.. 이름이 바뀐다고 세상이
> 달라지는 것은 아니더라구요. 그래도 이제는 누군가 나를 부르기 위해 눈을
> 부릅뜨고 발음법을 머릿속으로 굴려 보아야 할 일은 없을 테니 한 시름 놓았죠. </p>
> <p>대학교를 가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이 고집하시는 "이름있는 학교"를
> 뿌리치고 제가 가고 싶었던 작은 여자 학교로 가게 되었었죠. 뭐, 한번씩 부모님
> 말씀을 들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후회는
> 없습니다. 제가 선택한 그 학교와 지금의 저는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 아무튼, 아마도 제 생애에서의 첫 반란이 아니었던가 생각됩니다. 그
> 때 저는 정말 비장했습니다. 내가 이 학교에서 온전히 적응하지 못하면 나는
> 낙오자가 되는 것이다. 뭐 이런 엄청난 부담을 안고 기숙사로 들어갔습니다.
> 그 때는 이제 영어도 어느 정도 되고, 영어 이름도 쓰기 시작한지 2년이 넘었었고,
> 확률은 높았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으로 2박 3일의 여행이 있었는데 북가주에
> 있는 요세미티 공원으로였답니다. 정말 좋았는데... 희안하게 그 때
>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어요. 거기서 3명의 친한 친구들을 만들었는데 그 친구들과
> 1년동안 사총사로 행복한 첫 대학 1년을 보냈었죠. 근데 정말 우스운 것은,
> 그 여행에서 밤에 캠프 화이어를 했거든요. 원래 불이 무서운 거쟎아요. 불을
> 보고 노래 부르고 어깨 동무하며 나오니 어찌 감개무량하던지요. 숙소로 돌아오면서
> 우리들이 비틀즈의 Hey Jude 란 노래를 목청껏 불러댔었는데, 그 친구들 중
> 한명이 "너는 Jude 같아. Danielle은 안 어울려. 이제부터 너를 Jude로 부를꺼야."
> 하더라구요. 그 이후 저는 대학 생활 4년 동안 친구들 사이에서는 Jude 로
> 통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전공 지도 교수님도 Jude를 사용하셨던 거 같군요.
> </p>
> <p>그렇게 4년 잘 마치긴 했는데, 3학년때 우리나라로 역이민하셨던 부모님이 제가
> 한국으로 돌아오길 원하셨어요. 돌아오면서 저는 다시 류 현정으로 되돌아와
> 있었지요.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지만, 오늘은 이름 이야기 중이니까... 남편도
> 만나고 아이들도 둘씩이나 낳고 잘 살고 있다가 마침 남편이 긴 휴가를 맞게 되어
> 미국을 한번 가 보려고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여권을 내는데 안 되는 거예요.
> 이야기인 즉슨, 호적에 제 이름이 유현정으로 되어 있어서 제가 쓰고 있는 류현정과는
> 일치하지 않는다는 거였죠. 아무튼 호적과 다른 여권은 있을 수 없다 하여
> 여권상으로는 유현정이 되었습니다. 미국은 못 갔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 미국과 인연이 없나봐요. 1991년 여름에 우리나라로 돌아왔는데 지난 11년
> 동안 몇 번의 기회가 모두 무산되더라구요. 아무튼, 그와 비슷한 시기, 주민등록증의
> 전산화가 이루어지면서 저는 영원히 유현정이 되었죠. 우리나라에서는 "류"씨는
> 없다면서... 아무튼, 그래서 저는 유 현정이예요. </p>
> <p>마지막으로, 사실 이 얘기 하려고 이까지 오게 된건데... 저는 어디를 가던지
> 대화명이 유현정이예요. 사주대 강의 이름 정할 때도 무슨 이름을 해도 좋으나
> 웬만하면 제 이름 석자는 집어 넣어 주세요, 부탁했었구요. 그게 웬지 아시겠죠?
> 우리 부모님이 제게 주신 소중한 제 이름이 그 동안 너무나 많이 짓밟혀 왔었거든요.
> 사실은 저도 제 이름인데도 굉장히 이 이름이 낯설답니다. 죽도록 사용해 보지
> 못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서 이제는 죽도록 정말 한번 써 보려구요. </p>
> <p>그래서인지.. 저는 영어 수업에 새로운 아이들을 맞이할 때면 영어 이름을 지어
> 주느냐 마느냐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합니다. 사실상 영어로 대화하기 위해서는
> 영어 이름이 백배 편합니다. 그런데 제 과거?가 저를 자유롭지 못하게 할 때가
> 정말 쓸데없이 많습니다...</p>
> <p> </p>
> <p> </p>
> <p> </p>
> </body>
> </html>
| 이렇게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이름이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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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아나이스 등록일 2002-06-01 10:30 조회수 1,2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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