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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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에 집 앞에 잠시 나가 보니, 월드컵의 열기 때문인지 서울로 들어 오는 차량이 주말인데도 거의 없네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저는 모처럼만에 호젓하게 컴 앞에 앉아 여러분께 글을 씁니다.
인사가 늦었지만, 새로운 다이어리 필자들이 많이 생기셔서 저도 반갑습니다. 곧 박람회도 갖는다고 하고 다이어리 필자 두 분이 새 책도 내셨고 쑥쑥에는 경사가 많이 있네요. 축하 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일 계속 있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저도 좀 좋은 일이 생겼으면 좋겠고요.^^
살다 보면 어떻게 좋은 일만 있겠냐마는, 지난 달 저는 좀 많은 일들을 겪었네요. 몇 달동안 작업하던 일거리를 출판사에 넘기고 나자 그날로 자리에 몸저 누워버렸는데 그걸로 나쁜 일이 끝나지는 않더라구요. 아들놈 키우는 집은 부러지고 찢어지는 일이 다반사라더니 저희 집이 딱 그 상황이었어요. 제가 자리털고 일어날만 하자 큰애 다리가 부러졌답니다. 설상가상으로 큰애 깁스한지 3일만에 작은 애 넘어져 뒤통수 찢어지고... ...
지금이야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당시에는 끔찍했었답니다. 피가 철철 나는 작은 애 머리를 움켜쥐고, 응급실로 데려갔더니만 뒤통수에 마취도 안 한 채 스테플러같이 생긴 도구로 세 방을 "탕탕탕" 찍고 나니 머리에 금새 철심이 박히더군요. 정말 '호치키스' (이 용어가 더 리얼하지요?)심 그 자체였답니다.
당시에는 아이들이 아파서 애처로운 마음도 있었지만 저도 몸이 상당히 안 좋을 때라 신경은 예민해 지고, 처음에는 하루에 백 번은 엄마를 불러대는 큰 놈과, 별명이 엽기 소년인 작은 놈(머리만 땅에 대고 원산 폭격하는 게 취미인 두 돌 짜리 입니다)을 둘 다 하루종일 끼고 있으려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답니다. 어느덧 이성에 앞선 본능이 저에게 외치고 있었습니다.
"이것들아, 애미를 죽이려고 작정을 했구나. 어쩜 이렇게 한꺼번에 약속이나 한듯 난리 부르스냐?"
(음… 점점 언어가 과격해지고 있지요? 어쩔 수 없습니다. 저를 아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외모에서 보시는 것과는 좀 다르게 제가 아주 남성스럽거든요. 아이들과 외출할 때는 가끔 고함을 지르는 제 목소리에 저 스스로 경기할 정도로 놀랄 때가 많습니다. 좀 고상해져야 할텐데 영 그게 안되네요. 애 둘을 데리고 쇼핑센터 같은 곳을 가면 연세 지긋한 분들이 저를 가엽다는 듯이 쳐다보시는 적이 꽤 있어요. 한 놈 도망가서 끌어다 놓으면 다른 한 놈이 엉뚱한 짓 하고 있고…아무튼 교양이고 뭐고 가릴 틈이 없습니다.)
일거리는 잔뜩 밀려 있고, 몸은 안따라 주고, 조바심이 났지만 도저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더군요. 그저 애들하고 같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신의 계시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즐겁게 쉬는 것이 아니라 마음은 늘 무겁고 침울한 상태였지요. 그러던 어느날, 제 마음을 돌이켜 주는 계기가 있었어요.
별다른 일 없이 제 옆에서 블럭을 가지고 놀던 큰 놈이 갑자기 깔깔 웃으면서 제게 말했습니다.
"하하, 엄마가 지금 내 옆에 있어서 정말 기뻐"
순간 저는 그 애에게 부끄러워졌습니다. 늘 집에서 그 아이와 함께 있었는데, 항상 일만 생각하느라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엄마의 겉 껍데기만 붙들고 있느라, 그 동안에는 엄마가 곁에 없었다고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한놈은 발에 깁스를 하고 한놈의 머리엔 철심이 밖혀 있었지만, 아이들의 얼굴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밝아 있었습니다.
그때부터는 아예 일을 잠시 미루기로 했습니다. 강의실의 수강생들께도 양해의 말도 구하고, 당분간은 쉴것을 지인들에게 공포했지요. 아이들과 조금이라도 더 놀아주기 위해 노력했고 특히, 아이들 말에 귀 기울여 주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1년과도 같이 길게 느껴졌던 한 달이, 하루처럼 후딱 지나가 버렸습니다...
지금은...저도 아이들도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습니다. 감사한 일이지요. 그리고, 이번 일로 엄마가 아프면 가족 모두가 고생이라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기 때문에 당분간은 제 몸관리에 철저히 신경쓸 작정입니다. 영양제도 챙겨먹고 운동도 하고...그리고 나서 일도 열심히 해야겠지요. 대부분의 일하는 엄마들이 느끼는 죄책감을 언제나 씻을지는 모르겠지만, 잠시 잠깐이라도 아이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리라 생각해 봅니다.
참, 한달동안 큰 수확이 있었어요^^
한글에는 관심도 없던 준태가 엄마랑 한글공부를 하더니 재미를 붙여 부쩍 한글 읽기가 늘었고, 작은애는 지난 한달 동안 젖병도 떼어버리고 얼마전부터는 대소변을 가릴줄 알게 되었거든요. 이제는 무거운 배낭속에 기저귀, 젖병 들고 힘겹게 나들이 하지 않고도 가벼운 백 하나만 매고 외출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2년 만에 비로소 짐이 가벼워 졌어요. 얼마전 준태가 깁스를 푼 기념으로 가진 첫 외출에는 저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우아(?)하게 피자집에서 점심도 먹고, 영화 "스파이더맨"도 보았지요.
아이들이 좀 허약한 편이라 늘 호흡기 질환을 달고 다녀서 '꽃피는 봄만 와 봐라!'하고 벼르고 별렀건만 이젠 벌써 6월이 와버렸군요.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애들 데리고 가까운 공원으로나마 자주 바람을 쐬러 가 봐야겠습니다.
한가지 말씀드릴 일도있어요. 다음 글은 이번 공구에서도 나왔고 많은 분들이 추천하셨던 The Gardener와 The Library에 관한 글을 싣도록 하겠습니다. 제 멋대로의 분석이라 비판하셔도 할수 없습니다만 여러분께 꼭 권해드리고 싶은 책들이라서요...
그럼 다음 글에서 만나요.
◆◆ 즐거운 외출을 꿈꾸며
준태랑 아영이랑...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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