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이스님의 글입니다.
> 오늘은 2002년 6월 3일입니다.
>
> 인터텟 on-line 강의를 하면서 알게 된 지인이 있습니다.
> 몇번의 전화 통화만 했지만, 그냥 이해가 되는 그런 분이십니다.
> 이 분이 저에게 이런 질문을 했었어요.
> "아나이스님. 행복하세요?"
>
> 굉장히 짧은 문장이지만, 순간 정답이라고 말할 만한 그 어떤 것들이 명쾌하게 잡히지 않았고
> 두리뭉실하고 뭉게 뭉게한 구름의 느낌을 주는 그런 질문이였습니다.
> "음... 저는요. ~~ 음, 음.."
>
> 간신히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접대용 멘트같은 대답들을 하면서
> 순간 머리 안은 쌩쌩 이런 생각으로 돌기 시작했습니다.
> "진짜 난 행복한가? 행복한 것이 뭐였더라?
> 행복이라고 이름 지을수 있는 그 무엇에는 좀더 지속적이고 심오한 그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
>
> 전화를 끊고 제가 좋아하는 자리에 앉아서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 (past, present..and future 라는 글에서 이미 말씀드렸듯이, 전 창 밖의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 모습을 멍하게 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 광경은 저의 집 소파 왼쪽에 비스듬히 기대 앉았을 때
> 가장 잘 보입니다. 전 이 자리에 앉아서 텔레비젼을 보고, 간혹 밥도 먹고, 그냥 하는 일 없이 앉아도 있기에 이 자리는 때가 타있고 파여 있어요.)
>
> 과거의 일을 회상하면서 느끼는 행복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워지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기에, 전 최근 몇 개월동안 제가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일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 이런 저런 일들을 떠올릴 때, 짜증이 활화산처럼 솟구치는 일들도 분명 있지만,
>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그런 순간들이 분명 있더군요.
> 단지 제가 행복이라는 타이틀로 묶지를 않았을 뿐이였어요.
> 막상 제가 말을 하면, 너무 평범한 일상이라 여러분들이 "에게... 겨우~~" 라는 말이 저절로
> 튀어 나올지도 몰라요.
> 중학교 시절, 언제 넌 행복하냐는 친구의 질문에 다 알면서 뭐 그런걸 질문하니..라는 당연한 얼굴로
> "응. 난 맛있는 걸 먹을 때 행복해!" 라는 대답을 하고 얻었던 반응처럼 말입니다.
>
> 제가 행복한 순간은 "유치원에서 돌아올 아이를 기다리면서 길가에 서있을 때"입니다.
> 아이가 도착하기 약 30분 전부터 마음이 설레기 시작합니다.
> '오늘은 선생님. 친구들과 어떻게 지냈을까? 점심은 잘 먹었을까? '
> 이런 구체적인 생각보다는 환하게 웃으면서 내리는 아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먼저 듭니다.
> 그런데. 워낙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이다 보니
> (제 대교 방송 1회를 시청한 분들은 제가 아이에게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영어 한 문장을
> 6개월 동안 혼자 북치고 장구치는 생활을 보낸 후에 들었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 그 정도로 내성적인 아이였어요.)
> 6살이 된 올해부터 다니기 시작한 유치원 생활 3개월이 지나도록
> 환하게 입이 귀에 걸려서 웃으면서 내리는 모습보다는
> 엄마를 보고 괜시리 얼굴이 빨개져서 "다녀 와심니다..." 라고 약간 발음이 새는 인삿말로
> 저를 맞이하고, 전 입이 귀에 걸려서 아이를 맞이합니다.
>
> 6살.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까지 저와 항상 같이 있었고
> 심지어 제가 아이에게 아주 진지하게 이런 질문까지 한적이 있었어요.
> "승연아. 넌 엄마하고 이렇게 계속 집에만 있는 것이 지루하지 않니?"
> 이런 질문을 엄마인 제가 할 정도일 만큼
> 떨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고, 잘 울던 아이였는데,..
>
> 물론 처음부터 척척 잘 적응하지는 못했습니다.
> 유치원 버스를 타기 싫다고 울면서 제 뒤로 뒤로 빙글 빙글 돌면서 숨고
> 결국은 선생님이 아이를 안아 올려서 버스에 태우기도 했고,
> 선생님이 안고 가는 상황에서 마치 어린 아기처럼 눈물 펑펑 흘리면서 두 팔을 쫙 벌리고
> 자신을 안고 다시 집에 데려가 달라고도 했었고..
> (이런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제 마음이 어떠했을지 다 아실 겁니다)
> 처음 2달 반경은 입고 갔었던 옷이 거의 때가 타지도 않은채 집에 왔었어요.
> 생전 처음 해보는 사회 생활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게 힘이 들었던 겁니다.
>
> 이젠 때가 묻은 옷과 꼬질 꼬질 땀자국을 얼굴에 남기고 집에 옵니다.
> 전 이 모습이 좋습니다.
> 마치 이것이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는 표현 같기도 합니다.
>
> 유치원 버스를 타고 가고, 다시 타고 온다는 그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이 제게는 신기하게까지
> 느껴지는 것은, 입으로는 "넌 할 수 있어. 널 믿어" 이런 말을 자주 하지만
> 어쩌면 실제로는 아이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많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였는지..
> 이런 불안함을 아이에 대한 믿음으로 채웠기에 이 때가 행복한지도 모르겠습니다.
>
> 이제 일정 시기가 지나면 , 제가 말한 이 순간은 과거의 추억이 되고
> 또 새로운 어떤 일상이 행복이라는 단어로 묶여질 것입니다.
> 그게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곧 이렇게 제가 다시 혼잣말로 저에게 말합니다.
> "현재를 충분히 즐겨라.. 똑같은 순간이라도 느끼는 감동과 감흥은 틀리니까.."
>
쑥쑥몰
> 
빨리빨리..조급증의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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