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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0.15 국민일보
[영어교육 열풍] 부촌에 번지는 '고액' 영어 유치원
최근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유치원의 3분의 2는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학습지,개인 교습 등을 합치면 현실적으로 유아의 80∼90%가 영어를 배우고 있는 셈．외국어 조기 교육에 대한 논란을 무색케하는 수치다．조기 영어 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일부의 전유물이던 영유아 영어 교육을 학부모 전체의 관심사로 바꿔 놓았다．반면 교육 여건은 부모들의 요구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이같이 기형적인 구조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영어 유치원．일반 유치원 과정을 100% 영어로 가르친다는 고가(高價) 영어 유치원의 실태와 문제점 등을 알아본다．
◇실태=지난해 12월 문을 연 S영어학원 계열의 서울 개포동 P영어유치원의 한달 수강료는 83만원으로 10만원대인 일반 유치원 종일반 가격의 7∼8배 수준이다．입학금 10만원을 더하면 1년 유치원 교육비가 무려 1006만원．같은 계열의 서초동 P영어유치원 역시 한달 수강료는 비슷한 수준인 73만원이다．S학원 본사 관계자는 “현재는 정원이 모두 차 내년에나 입학이 가능하다”며 “조만간 강남에 지점을 한 곳 더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올 가을 새로 문을 연 경기 분당 초림동 M어학원은 지난 여름 오픈을 알리는 전단을 돌린 지 며칠 되지 않아 38명 정원의 유아반이 모두 마감됐다．이곳 역시 입학금 15만원에 53만∼65만원 짜리 고가의 영어 유치원．“지금 추세로는 내년 입학도 장담하지 못한다”며 “조만간 유아반을 3∼4개 증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개월 수강료 106만원에 입학금 15만원,6개월 10만원을 선납하는 조건으로 내건 인근 A어학당 역시 만원이긴 마찬가지．학원측은 자리가 있느냐는 질문에 “문의 전화가 너무 많아 일일이 답변할 수 없다”며 “11월에 설명회를 연 뒤 선착순으로 접수할 계획이니 그 때 다시 연락하라”고 양해를 구했다．4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곳도 있다．압구정 마포 목동 등 전국적으로 50여개 지부,1만5000명의 회원을 확보한 A어린이 전문 영어 학원은 조만간 8개의 지점을 열고 1000∼2000명 회원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
◇원인=영어 유치원이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것은 100% 영어만을 듣고 말한다는 매력 때문이다．외국인·한국인 각 1명과 보조 교사 1명 등 모두 3명이 20명 정원의 한반을 맡는 서초동 P학원의 경우 아이들은 유치원 안에서 영어만을 듣고 말할 뿐 아니라 일정 시간 영어 교육을 따로 받는다．한국인 강사 역시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므로 이들이 한국어를 들을 수 있는 건 일주일에 1번 특기 교육 시간 뿐이다．이같은 커리큘럼은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우듯 영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길 바라는 부모들의 요구와 맞아 떨어진다．
영어 유치원의 인기는 다른 한편으로는 유치원 영어 교육에 대한 불만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김진영 교수(숭의여대 유아교육과) 등 4명의 유아 교육 전공자가 전국 사립 유치원 교사 1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우리나라 유치원 영어 교육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67%인 680명이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답변했다．이는 절반이 조금 넘는 유치원이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97년 조사 결과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60.2%의 학원은 일주일에 2∼3회 영어를 교육하고 있었고,4∼5회 교육한다는 유치원도 11.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처럼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유치원 영어 교육은 애당초 영어를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교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좋은 교재가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부실하게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실제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한국인 교사 중 영어를 전공한 사람은 66.4%,유아교육 전공자는 5.6%에 불과하고,교육 내용 역시 ‘단어 듣고 말하기’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문제점=강남,신도시 등에서 성업 중인 영어 유치원은 유치원의 이름을 걸고 있긴 하지만 ‘유아교육진흥법’ 등에 따라 설립된 정식 유치원이 아니다．일정 자격의 유아 교육 전공자를 채용해야 하는 일반 유치원과 달리 이들은 대부분 외국 거주 경험을 위주로 선발된 미전공자를 교사로 고용하고 있기 때문．실제 개포동 P학원은 유치원이 아닌 학원으로 등록돼 있다．하지만 학원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직원으로부터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 다를 뿐 유치원’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유치원 아니냐”고 반문했다．
문제는 유치원이냐,학원이냐 하는 이름의 문제가 아니라 영어 교육을 한다는 명목으로 가장 조심스럽게 다뤄져야 할 영유아 교육이 미자격자에 의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4∼6시간씩 교실을 옮겨 가며 영어로만 이루어지는 수업이 영유아들에게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역시 알 수 없다．
“체육 음악 놀이 등 일반 유치원 과정을 영어로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굉장히 즐거워한다”는 게 학원측의 설명이지만 이화여대 이경우 교수(유아교육)는 “아이들이 5∼6시간 영어 학습에 내몰리며 받는 스트레스도 문제일 뿐 아니라 그로 인해 특정 시기 경험해야 할 다양한 활동의 기회를 잃는다는 점에서 영어 유치원의 폐해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영미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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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묻지마세요 등록일 2000-10-24 23:04 조회수 2,56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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