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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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컴퓨터 모니터에 불이 났다.
활활 탄건 아니고 이유는 모르지만 연기가 뿌옇게 솟아 올라서 너무 겁이났다.
처음 하루는 금단 현상이 일어날려고 하더니 다음날 부터는 해도그만 안해도 그만인 마음이 생긴걸 보니 아직은 "중독"의 증상은 아닌가 보다 스스로 위로했다.
내친김에 인터넷을 끊어? 말어? 고민하고 있는데...
남편이 회사 창고에 쳐박혀 있던 먼지 뿌옇고 손떼묻어 시커먼 아주 오래된 모니터하니를 들고왔다.
자기는 집에서 컴퓨터를 볼일이 별로없는데 나를 위해서 가지고 왔다나 어쨌데나.
아무튼 그 마음에 또한번 고마움이 물밀듯 밀려왔다.
6월... 기다리고 기다리던 월드컵이 시작되고
스포츠를 사랑하는난, 너무도 할말이 많았다.
폴란드와의 경기때부터 포르투갈의 경기까지....
그외 다른 경기들 보면서..
여러가지 사정으로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그래서 그때의 감격은 많이 사라졌지만,
유독 포르투갈과의 경기때 느꼈던 내 이기적인 마음때문에 선수들께 미안하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다.
경기시작전엔
객관적인 전력으론 우리가 이기기엔 버거운 상대였기에 지지만 않았으면 했던 마음이었는데...
폴란드가 미국을 초반에 무력화 시키는 장면을 보면서 점차 내마음은 이성을 잃어갔다.
내가과연 대한민국 국민인지... 포르투갈 국민인지...
국적불명의 마음이 들었고 그 마음은 경기가 끝나고 잠들기 전까지도 되돌아오지 않았다.
급기야 골을넣은 박지성 선수가 야속했고...
9명과 싸우는 우리의 승리는 당연한 것이라 생각했으며..
그덕분에 어부지리한 "미국"때문에 약이 오를데로 올라버렸다.
내가 왜 그랬을까??
늘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지니고 살기를 원하는내가 어찌그런 망극한 생각을....
오늘 차분한 마음으로 그때의 심정을 돌이켜보니 그 이유는 이런거였다.
아트사커라 자칭하는 프랑스가 탈락하고...
그래서 세계최고의 몸값을 받고있는 '지네딘지단'의 멋진 플레이를 못보게된것이 마음 아프고..
아르헨티나의 탈락으로 우수에젖은 '바티스투타'의 아름다운 눈을 더이상 볼수없다는것이 서글펐으며(경기끝나고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던 그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데..)
포르투갈마저 탈락했으니 절정에 올라있다는 '루이스피구'의 플레이마저 볼수 없게 되었다는것이 내심 불만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남의나라에서 치뤄지는 경기였다면 이런 마음까지는 아니었겠지만,
내나라에서 주최하는 경기이다보니 ... 그런 망극한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큰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그 덕분에 미국이 16강에 올라갔다는 사실....
오늘도 아들녀석에게 블루 비디오를 보여주면서 왜 이토록 미국이라는 나라에 혀를 내 두르는지...
아무리 더 멋진 이유를 갖다대려고 해도 다른 이유는 생각이 나질 않으니...
또하나...
정말 보고싶지않은 선수가있다..
우리와의 경기때 선취골을 넣었던 닭머리(닭벼슬같이 머리남긴선수 )메티스 선수..
정말 더이상 보고싶지가 않다..
멕시코가 반드시 꺾어주었으면 좋으련만..
그동안의 실력으로 봐선 분명히 멕시코가 승리 하겠지만,
유독 이변이 많아 전문가들이 괴로워하는 경기를 많이 보다보니 걱정이 되네..
결국 이런거였다.. 아무리 멋진 이유를 갖다대려고 해도 더 이상의 이유도 없으면서 이성을 잃었던게...
물론,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런생각을 했다는데 한편으로는 위안이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골을넣은 박지성선수에게 야유의 글까지 올라오고 있으니 말이다.
황선홍, 유상철, 안정환선수의 골에는 기절할듯 감격해 놓구선..
박지성 선수에겐 진심어린 격려를 해주지 못한 나 자신부터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세계 최강의 팀을 상대로 골을넣었다는것이 개인적이 영광이기도 할것이며..
그 팀을 이겼다는 자부심으로 얻었을 자신감은 무엇과 비교할수 없을텐데..
행여..
우리의 이런 이기심과 간사함으로인해 선수들의 사기가 꺾이진 않을런지..
진심으로 반성해야할 일이다.
이제는 다시 차가운 머리로 돌아와서 우리 선수들만 바라봐야 겠다.
중국의 첫경기때 분명 느낄수 있었다.
남편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고 했다.
10년전 우리선수들을 보는것 같다고...
분명 우리 선수들의 실력은 그때로 부터 많이 벗어나 있었고 홈구장의 잇점이 아니더라도 16강 이상은 순수한 실력으로 가능하다고...
조금후면 미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있는데 누구를 응원할까??
손바닥만한 모니터를 바라보며 적응이 안된 지후니맘. 6/17
| 간사한 인간의 마음... 반성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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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지후니맘 등록일 2002-06-17 12:24 조회수 1,3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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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한 인간의 마음... 반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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