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의 교재를 구입해놓고 아이가 좋아하지 않으면 참 속이 상하지요.
제가 우선 드리고픈 말씀은 앞으로 적어도 1년은 묵혀두셔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이들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발달상황 및 우리말과 영어의 언어수준 등등을
고려했을 때, 그리고 제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면서,
과학적 관심은 만 3세 이후가 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답니다.
(조만간 만 42개월을 채울 제 아이는 요즘 정말이지 모든 현상에 대한
궁금증을 참을 수 없는 듯 질문을 쏟아냅니다.)
요즘 영어에 이어 과학교육도 무척 중요시되는 분위기인데,
(물론 분위기에 그쳐선 안 되겠지요.)
아이가 흥미를 느끼지 않는데도 굳이 일찍부터 교재를 접해주시거나
과학적 사고를 강요하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과학교육의 첫걸음에 있어 제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하나는,
교재에 너무 의존하기보다는 체험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식물에 관한 좋은 과학책 열 권보다는 콩에서 싹이 트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과학적 체험이자, 호기심의 발로가 된다는 것이죠.
본 적도 없는 동물들을 책에서만 반복해 본다든가,
두 돌 아기로서는 아직 이해하기 어려운 날씨나 계절에 관해 들려주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되겠죠.
수족관 같은 곳에서 바다생물들을 보고 난 뒤 관련된 책을 보거나,
계절과 날씨 같은 것은 아이와 함께 장기간 날씨를 지켜보고
밖에 나가 느껴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가 스스로 관심을 가지기 전까지는 날씨나 계절에 관해
굳이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물론 매일 달라지는 날씨를 아이에게 주목하고 느끼게끔 유도는 했지요.
특히 계절 같은 것은 워낙 느린 변화라 세돌 전의 아이가 이해하기는
무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과학을 떠나 '영어' 교육, 특히 모임수업 같은 것을 진행하다 보면
아이의 이해 범위를 벗어나는 주제가 선택되곤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감정이라든가, 날씨라든가, 시간 및 요일이라든가...
(제 아이의 경우는 세 돌이 좀 지나고나서야 유치원에 가는 날과 안 가는
날의 차이를 물어왔고 달력을 보며 휴일과 평일에 대해 얘기해주었지만,
아직 월, 화, 수... 등 구체적인 요일은 가르쳐주지 않았습니다.
(말씀을 드리다 보니 지금쯤은 한번쯤 얘기해주어도 될 것 같기도 하네요.)
당연히 Sunday, Monday... 절대 모르죠.
시간과 시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가 숫자를 읽을 줄 아는 것과 시계를 볼 줄 아는 것과는 천지차입니다.
긴 바늘은... 짧은 바늘은... 하며 기계적으로 아이에게 설명해주면
아마 기계적으로 시계를 볼 줄은 알게 되겠지만,
시계보기에 앞서 '시간'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겠지요.
제 아이를 다시 빗대어본다면, 자주 시간을 물어보고
시계에 관심은 많이 갖지만, 저로서는 아직 시간에 대해 어렵게
설명해줄 시기는 아니란 생각으로 그냥 두고 있습니다.
물론 세 시, 다섯 시, 열두 시, 한 시 반... 등 용어는 귀에 익숙하게 해주고는 있지요.
남편은 자꾸 아이에게 시계 보는 법을 설명을 하려 하는데, 저는 막습니다.
괜히 머리 복잡하게 할 건 없다는 생각에서요.
긴 바늘이 한 바퀴 도는 동안 짧은 바늘이 숫자 하나만큼 움직인다는 설명은,
시계라는 '기계'에 대한 설명일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42개월 꼬마에게는 말이지요.
아무튼 설명이 좀 장황했지만, 제 요지는
적절한 때가 되면 교재를 잘 활용하실 수 있게 되니
너무 심려 마시란 말씀입니다.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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