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기행...2003/08/14 2003-08-14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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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휴가를 다녀왔다...

두어달전 무심코 배를 타고 싶다는 내 말을
너무나 진지하게 받아들인 남편이 계획한 우리의 휴가지는
바로 명사십리의 섬, 선유도였다
그저 배라는 이름의 운송수단을 타고 싶었던 나는
그것이 대성리의 커플보트나 한강의 유람선 정도였는데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같은 남편의 성향에
우리 네사람(남편,나,은창,은송)은 오지를 향하는
비장한 마음까지 들었다

계획중이었던 칠월의 어느날에 갑자기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그 주를 포함해서 다음주까지 정신과 생활이 엉망진창이었다가
그래도 산 사람은 산사람의 생활이 있는지라
(이렇게 이야기하고 나니 인생이 왜 이리도 서글픈지...)
나머지 휴가준비에 들어갔다

평소 한건망증의 증세를 보이는지라
아이들 옷장 서랍 맨 위칸을 <선유도>라 스티커를 붙이고
생활하다가 언뜻언뜻 생각나는 것이 있으면
마구마구 집어넣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모기퇴치관련용품이 모이기 시작했다
모기향,모기매트.모기퇴치크림...사실 거의 마지막에는
모기장도 생각했지만 기차여행까지 겸한 여행일정에
그것까지 쑤셔넣을 공간이 나오지 않을 듯 싶어 포기했다
그런 유별스런 준비 덕인지 여하튼 모기피해는 생각보다 덜했다^^

그 다음은 옷가지들...
정말 어디 숙식을 요하는 외출에 가장 큰 짐이 옷이 아닐까 생각한다
더구나 이제야 기저귀를 뗀 은송이를 생각하자니
더욱 짐은 그 부피를 더해갔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여행용으로 나온 의류스페이스백이었다
진공청소기가 필요없는 것으로 무게는 어쩔수 없다치더라도
그 부피만은 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막상 사려고 할인마트에 갔는데 없었다
수소문 끝에 동네에 있는 DC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매끼를 사먹는 것이 재미로나 경제로나 마땅치 않기에 산 먹거리는
양송이스프,야채죽,칼국수였다
또 나중에 군산에서 내려 그 곳 시장에서
삼겹살과 상추,마늘(이건 나중에 보니 없어졌다 짐정리 끝에 버린듯..ㅠㅠ)
사과와 자두 몇알씩을 샀다
먹는 것에 속하는 어린이백초와 내 비염약도 챙겼다^^

대강 이렇게 준비를 하고
남편의 진지한(어떨때는 그 진지함이 우스울 정도지만^^)진두지휘 하에
수원역에서 익산행 열차에 몸을 실었다
참고로 선유도는 군산에 속한 섬이지만
여기 안양에서는 한번에 가는 기차가 없는지라
익산까지 기차로 가서 통근행 통일호를 다시 갈아타야 했다
그 통근행 기차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재미있었다
기차와 지하철을 똑같은 비율로 섞어놓은 형태였다
기차의 좌석형태와 지하철의 좌석형태가 반반씩 이루어져 있었고
기차에는 없는 손잡이가 조르륵 있었고
지하철에는 없는 화장실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기철>이라 명명했다^^

군산에서 선유도로 가기 위해 배를 타야 했는데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우리가 타려는 배는 이미 매진되었다
우리는 이미 다녀간 사람들이 더 많을거라 생각했는데
이제사 가는 사람들도 꽤 많았던 탓이다
예약을 하라고 노래하던 남편이 나를 노려보기 시작한 것이
바로 이 시점부터였다...
결국 예상보다 두시간 늦게 배를 타고
선유도에 갔다
배로 한시간반의 거리...생각하자면 정말 먼 거리였다

처음 배에서 내린 우리는 당혹스러웠다
정말 깡촌쯤으로 생각하고 왔는데
값이 비싸서 그렇지 거의 없는 물건이 없고
사투리도 별로 쓰지 않는 것이
마치 이웃인 다른 동네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집에 없는 랜턴까지 꼭 사야한다고 한 남편이 머쓱해진 것은 당연했다..

도착당일은 피곤하기도 했고
너무 늦은 시간이라 일단 간단히 끼니를 떼우고
잠을 잤다

이튿날 아침..
양송이스프에 빵조각으로 아침을 떼우고
우리는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벌써 삼삼오오 짝을 지어
갯벌에서 무언가를 캐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는 일단 상황파악에 들어갔다
몇팀을 지켜본 결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호미와 맛소금 그리고 비닐봉지임을 알고
근처에서 호미는 대여를 하고 맛소금은 비싸게 샀다
겁쟁이 남편, 좀더 겁이 많은 나
그리고 천하의 겁쟁이 이은창과
고집만 부릴 줄 아는 엄청난 겁쟁이 이은송이 이룬
패밀리 군단은 겨우 맛조개 4개를 캐는 쾌거를
희희낙락했다
남들은 보아하니 생수병 한가득 캤더만...
비닐 봉지를 들고 있는 손이 민망스러웠다^^

작년에 속리산에 있는 <화양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겼던 은송이는
이번에 아주 다른 반응을 보여 적이 놀랬다
도대체 물근처에는 얼씬도 안하는 거다
오후내내 모래집을 짓는가 하면
모래찜질만 했다
대신 시커먼스 은창이는 정말 신나게 놀았다
만원에 대여한 비치파라솔...
운이 좋아 정말 크고 시원한 새파라솔을 대여받았다
다른 집의 1.5배는 됨직한 크기에 괜시리 입이 헤벌레 벌어지니
이 아줌마의 근성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그 멋진 파라솔 안에서 나와 은송이는 곤한 잠을 자고
남편과 은창이는 모래집을 짓고 놀았다....

벌써 다음날이 되었다
반대편에 있다는 몽돌해수욕장을 향했다
걷기에는 무리라는 현지인의 말에 잠시 망설였지만
오토바이 뒤에 리어카같은 들것을 매달은,
그곳에서는 <콜택시>라는 운송수단을 만원주고 타기에는
돈이 아까워서 그냥 걸었다
결론은...멀지 않았다
아니 처음부터 마음을 비우고 걸어서 였는지
그 산행은 오히려 즐거움이기까지 했다
가는 길에 들국화,도라지꽃,칡꽃에 소나무 향까지
우리를 반겨주었다
가는 길 옆으로는 선유도 하이킹을 하는 무리들이
우리 곁을 지나갔다..

몽돌 해수욕장...
정말 우리가 예상했던 섬 풍경이 이곳에 있었다
그 한적하고 나른한 풍경이라니...
무엇보다 모래의 따끔따끔한 고통에서 벗어나
돌돌돌...하는 파도소리가 절정이었다
명사십리 쪽보다 훨씬 물도 깨끗했고
주민들도 우리들은 신경쓰지 않는
일상의 모습이 훨씬 편했다
명사십리 쪽은 관광지같은 이미지가 강했다면
몽돌해수욕장은 조용한 휴양지였다

우리가 묵었던 모텔 주인장께 남편이 내년에 또 오겠습니다 했을 때
왠 흰소리를 저리 하나 했는데
몽돌해수욕장에 왔을 때는 아,,,정말 내년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전날보다 날씨는 그리 쾌청하지 않았지만
발담그고 물수제비 하고 놀기에는 정말 좋았다
아쉬운 마음에 화분에 깔 자갈만 잔뜩 담았다
공기알도 몇개 골라 은창이와 함께 놀아야지...

아무리 짐을 줄였다해도
남편의 큰 등산가방 하나와 내가 맨 다소 큰 배낭 하나
그리고 말많은 아이둘,,,,,
그래서 처음부터 돌아오는 길의 짐의 일부를 택배로 보내기로 했다
마을 주민의 도움을 받아 박스를 구해
포장해 간 우체국은 모습에서 정말 시골냄새가 났다
우체국장의 자리가 비어있어서 어딜 갔나 보다 했는데
바로 내 앞에서 섬주민의 돈을 잔돈으로 바꾸어 주는 이가
바로 우체국장님이셨다..
그 분 말마따나 혼자서 일을 다 보는 거였다
라면 한박스의 짐을 6천원에 붙이니
정말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돌아가는 사람이 많아서 또다시 우리는
세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남편은 은송이는 뒤에 태우고
은창이는 어린이용 자전거를 타고
하이킹에 나섰다
섬에 와서 처음으로 갖는 나만의 시간이었다
오고가는 사람들을 보는 일도 재미있었다
내 보기에 정말 이제 갓고등학교나 졸업했을 법한
머스마와 가시내가 떡하니 어깨와 허리에 팔을 두르고 걷기도 하고
단체관광을 온 할아버지, 할머니의 언발런스한 옷차림이 왠지 정겹고,
이상한 느낌을 팍팍 갖게 하는 중년의 남녀 모습은 짙은 선글라스때문에 더욱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여전히 보이는 쓰레기 무단투기의 모집...
내가 뭐 환경전문가도 아니고 관련 공무원도 아니지만
정말 속터지고 화가 나는 것은
나중에 또 올 수도 있고 아니 내가 오지 않는다해도
내 자식이 내 후손이 올 수 있는 곳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과자봉지를 버리고 달걀껍질을 버릴 수 있는
근시안적 모습이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면서 물이 더럽네, 쓰레기 천국이네 하면서
손사래를 치는 모습도 상상이 갔다
정말 내가 머문 뒷자리에 대한 예의...가 절실하다.

오후 5시 배를 타고 나와
군산에서 8시16분 기차를 타기 전에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남편이 꿀을 좋아해 늘 집에 꿀이 있지만
그 꿀보다 더 단 꿀맛같은 밥이었다
시장통의 작은 식당에서 먹은 한끼 4천원의 백반...
그리고 인심이 후했던 아줌마의 손끝이
군산에서의 마지막 날을 장식했다..

천안에서 기관차를 교체하는 작업으로 시간이 늦어지고
우리는 수원에서 구로까지 가는 마지막 전철을
간신히 탈 수 있었다...

명학에서 내려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집에 오면서
우리가 탄 운송수단에 대해 이야기 했다
마을버스,택시,전철,기차,배,봉고차,자전거....
하늘을 나는 것 빼고는 거의 다 타보지 않았나 싶다^^
아이들이 즐거워해 주었고
힘들 때는 잘 견뎌주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 방에는 탈이 난 남편이 몸져 누워있다
며칠동안 내 몫까지 으샤으샤 힘자랑 하더니
결국은 병이 났나 보다
세탁기는 벌써 두번째 돌렸다...
널부러진 여행의 냄새가 폴폴 난다
가방에서 조약돌을 꺼내 화분에 옮겨야 하고
수영복도 빨아야 하고
무엇보다 이제 이사문제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은창이에게 물어보았다
뭐가 제일 재미있었는지...
"어..뭐냐면 자전거 탄거..."
우리는 사실 실망했다
자전거야 집에서도 충분히 탈 수 있는 거니까...
하지만 은창이는 그렇게밖에 말하지 않았지만
말로 하지 않은 추억과 때로는 고생이
저 작은 가슴 어디엔가에 심어졌고
스케치북에 그것을 옮길 때는
고스란히 담겨질 <선유도>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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