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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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딸 기쁨이는 유난히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갈 준비 하는 것을 힘들어 합니다. 늦게 일어나고, 준비도 굉장히 천천히 하구요. 학교에 지각하는 것을 커다란 일로 여기는 저로서는 제 자신도 안달이 나고, 아이도 들볶게 되는데요, 아침마다 늘 한마디씩 잔소리가 튀어 나옵니다.
시간에 딱 맞춰서, 신발을 신고 있다가 , 갑자기 '안경!' 하며, 다시 신발을 벗어야 하거나 엄마한테 부탁을 해야하는 경우가 생기지요. '악기!' '숙제!' 심지어, '도시락!'까지 온전하고 착실하게 조용히 집을 나가는 일이 드물지요.
그나마도 잘 챙겨서 갔으면 다행이고, 어제는 모처럼 일찍 집을 나가서 학교에 도착했는데, 자랑이는 인사를 하고 교실로 향했고, 기쁨이는 '악기!'하고 외칩니다. 집에서 악기를 안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이 녀석은 '주문'을 했으니, 당연히 엄마가 서둘러 집에 가서 악기를 가져다 주겠지 하는 얼굴로 태연하게 차에서 내리려는 것이었습니다.
'기쁨아, 네 물건 네가 챙겨야지. 엄마는 책임이 없는데..그리고 지금 시간이 있으니까, 집에까지 엄마가 데려다 주고 학교에 다시 데리고 올 수 있다. 네가 결정해라.'
'벌컥~' 화를 내는 기쁨이. 그러나 엄마의 표정을 살피고는 이내 한숨을 쉬면서,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나마 학교 앞에서라도 잊은 물건이 생각이 나면 다행이고, 가끔씩은 집으로 전화도 옵니다. '엄마, 나 ... 필요해요. 갖다 주실 수 있으세요?'라고 미안해 하는, 그러나 다급한 전화가 옵니다. 전화까지 할 경우는, 아주 중요한 일인게 대부분이라, 시간이 닿는 한 심부름을 해 줍니다. (아, 이러면 아니되는데...라고 생각하면서.)
오늘 하루는 꾸물거리며 천천히 준비하는 기쁨이를 보면서, '잔소리를 삼키고' 있었습니다. 삼키고 또 삼키면서, 힐끔힐끔 시계를 보면서, 아이가 뭘 하나를 보고 있었지요. 쌩쌩 날쌘 동작은 보이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준비하는 것 같더군요. 결국은 잔소리가 필요 없는건가요? 아니면, 그간의 잔소리들이 조금씩 효과를 보는 것인가요?
그리고, 끝까지 아무 말도 없이 지켜만 보다가 마지막에 현관문을 열때, 기쁨이가 제게 한 말입니다.
"Thank you for your patience, mom."
기쁨이가 5학년이 되고부터는 이렇게 부쩍 엄마를 존중해 주는건지, 자신의 친구나 제자쯤으로 생각을 하는건지..아무튼, 제가 아이 앞에서 너무나 작아지는 느낌을 많이 갖게 합니다. 이 말 한 마디에 아이와 저의 관계가 명확히 드러나더군요. 제 자신이 부끄럽기도 하고, 너무나 훌쩍 커 버려서 엄마의 안달을 수치로 재고, 결과를 말해주는 똑똑하고 착한 딸이 조금은 얄밉기도 하구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