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는 말씀에 저도 적극 동의해요.
저도 지금 그렇게 하고 있구요.
근데, 제가 지금 제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 건,
'가정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꾸기 때문은 아니에요.
그냥 저를 위한 거죠.
상황에 매여있다는 표현이 곧 족쇄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다희맘님 글에 반론을 제기하려는 게 아니에요.
다희맘님 답변을 읽다보니까,
제 글을 다시 읽게 되었고,
혹시라도 제가 미처 쓰지 못한 부분 때문에
sad님이나 다른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제 글을 읽고 행여라도 더 우울증에 빠지진 않으셨을까 걱정이 되서요...
가정 바깥의 세상을 내다보는 목적이
두둑한 주머니 때문이라면, 전 그런 동경은 필사적으로 반대합니다.
물론, 그것도 상황에 따라 아주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겠지만,
무작정 그것만이 목적이라면 우리 아줌마들에게 세상은 지뢰밭이나 마찬가지가 되죠.
제가 다만 말씀드리고 싶었던 건,
남편과 아이, 그리고 주변 가족들과 살림살이와 완전히 분리된
'나'를 바라보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그런 훈련이 나중에 두둑한 주머니를 만들어 줄 수 있는
돈벌이로 연결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후자의 경우라고 해서
그런 훈련이 무의미한 건 절대 아니라고 생각해요.
돈벌이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얼마든지 많거든요.
자원봉사만 생각하더라도 그렇구요.
자원봉사라 할 경우에,
글쎄.. 그런 훈련이 꼭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 않더라도 나중에 시간 나면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얼마나 자기 자신에 대해 치열하게 생각했느냐에 따라
어떤 일이든 주어졌을 때 그 사람이 갖는 마음가짐은 많이 다를 거예요.
운이 따라 준다면, 또 이후에 다른 기회로 확장될 수도 있구요.
제가 프로주부라는 말을 싫어하는 이유는,
아줌마들 바깥 세상에서 사실상 우리를 프로라고 인정해 주는 장치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고(이 점은 단란한 가정에 조금만 어떤 문제가 생긴다든지, 다른 변수가 생기면 누구나 뼈저리게 체험할 수 있어요),
현실이 뻔히 그런데,
이미 상당한 커리어를 쌓은 잘 나가는 여자들이 TV에 나와
"여러분은 프로입니다. 자부심을 가지세요."라고 말하는
현실 때문이에요.
아이를 위한 희생이라는 말도 그래서 전 동의하지 않구요.
아주 차갑게 말하면,
전 제 인생을 사는 것이고,
제 아이가 앞으로 올바른 생각으로 세상을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옆에서 도움을 주는 거죠.
나와 아이, 남편의 인생이 하나가 될 수는 없어요.
나를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을 때
행복은 더 커진다고 생각해요.
다희맘님도 충분히 그 점을 생각하고 계실거라 믿구요.
물론 sad님도...
그저, 전 그런 생각들을 우리 아줌마들이
좀 더 치열하게 했으면 해요.
그래서, 아줌마로서의 자부심이 아니라
나에 대한 자부심을 가졌으면 하구요...
쑥쑥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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